매스커레이드 이브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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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가시노 게이고는 문단 데뷔 25주년 기념하는 차원에서 <매스커레이드 호텔> 이라는 작품을 내놨습니다. 코르테시아도쿄 호텔에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사건을 배경으로 베테랑 호텔리어 야먀기시 나오미와 유가와교슈와 가가형사의 뒤를 잇는 또 다른 사건 해결사인 민완형사 닛타 고스케를 등장시켜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는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무엇보다 호텔이라는 특수한 공간적 배경을 기반으로 호텔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민낯을 가린 가면이라는 테제를 내러티브 전반에 깔아서 많은 독자들로 부터 인간 본성의 심성에 대한 울림을 끌어 올리 작품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메니아들이라면 한번쯤은 버전2의 시리즈물로 이어지지 않을까라는 느낌마저 줄 정도로 닛타와 나오미라는 주인공에 대한 유니크한 감정들을 받았으리라 여겨지는데요. 이번에 그 후속작으로 <매스커레이드 이브> 가 출간되어 세인들의 시선을 받게 되었습니다. 아 그런데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이번 작품 역시 독특한 발상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거죠. 제목에서 언급했듯이 매스커레이드 이브 특히 이브라는 뜻이 사전적인 뜻으로 축제일 전날을 지칭하지만 달리 해석하면 매스커레이드라는 가장의 이면인 민낯을 의미한다고 해도 크게 틀린 해석은 아니라는 것이죠. 그리고 대게의 시리즈물인 버전2의 형식들은 기존 작품에 비해서 시간적으로 후대를 기준으로 출발하는데 이번 작품은 전작인 <매스커레이드 호텔>의 시간적인 배경보다 상당히 앞선 시기를 작품의 배경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상큼한 느낌을 준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작품의 구도 자체에서부터 상당히 유니크한 구조를 보여주는 것 만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차별성을 느낄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매스커레이드 이브> 는 전작과는 시간적으로 역순으로 출발하면서도 동시에 전작과 다른 구도를 제시합니다. 연작소설이라는 형식으로 나오미의 버전과 닛타의 버전을 각각 별개의 공간으로 편셩했다는 것인데요. 호텔리어인 나오미의 버전은 그녀의 직장인 코르테시아도쿄 호텔과 코르테시아오사카 호텔을 중심으로 호텔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가장된 얼굴과 그 가면의 이면속에 묻혀 있는 실제적인 민낯의 얼굴을 조명하면서 내러티브를 형성해나가는 형식이고, 닛타의 버전은 호텔과는 무관한 열린 공간을 배경으로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면서 그 사건속에 존재하는 가장의 얼굴과 민낯의 얼굴을 독자들에게 보여주는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작품 전체가 이렇게 나오미버전과 닛타의 버전이 각각이 진행되었다면... 글쎄라는 생각을 갖게 될만하죠. 여기서 또 하나 신의 한수를 볼 수 있는데요. 히가시노 게이고는 마지막 연작소설편에서 나오미버전과 닛타버전을 교묘하게 뒤섞어버린다는 것이죠. 독자들의 바램인 나오미와 닛타의 상봉은 과연 언제쯤 이루어질까라는 기대감을 줄곧 끌어오면서 마지막편에 그 기대감에 부응하는 설정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막상 작품을 다 읽게 되면 연결될듯 애간장을 태우던 그들의 상봉은 결국 무산되어버리고 마는데요. 이게 바로 이브라는 마이너스 버전의 형식을 그대로 실현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있게 다가오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결국 전작인 <매스커레이드 호텔>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역순의 구도를 완성한다는 것입니다.


          전작을 접한 독자들이라면 간파했지만 전작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인 닛타와 나오미의 경우 상당한 베테랑으로 각자의 위치를 확고히 다지고 있는 인물들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솔직히 그러다보니 조연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에 비해선 왠지 모를 위화감 비슷한 것을 느끼게 되는데요. 이번 작품을 통해서 그 의문점이 풀렸다는 점에서도 재미나는 작품이라는 것이죠. 마이너스 버전인 이번작품은 이들 베테랑들이 있기 전까지의 모습을 조명하면서 왠지 어슬프지만 프로의 싹수가 보이는 그런 인물들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죠. 그래서 오히려 현실감이 더 돋보이고 리얼리티가 실감나게 한다는 점에서 작품의 구도(시간의 역순적인 배경)와 절묘하게 궁합이 맞는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여경관 호즈미 리사라는 감초같은 조연을 등장시켜 작품의 경직성을 완화하면서 독자들을 편안하게 이끌어 간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사회파추리소설의 근간을 여실히 볼 수 있는데요. 인간군상들이 가지고 있는 각양각색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누구나 가면을 쓰고 있고 그 가면속의 민낯의 얼굴들은 보여주기 싫은 것이 대부분이지만 그 민낯을 통해서 추한 모습과 그 반대로 아름다운 모습을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다시 한번 인간 본성에 대한 생각을 갖게 한다는 것입니다. 왠지 작품을 대면하면서도 자신의 매스커레이드는 무엇이며 실재의 민낯은 무엇일까라고 반문하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죠. 전반적으로 작품의 시간적인 역순의 구조가 산뜻한 느낌으로 다가오면서 전작과 절로 비교해서 보게 되는 작품으로 두 주인공에 대한 이러저러한 변화를 살펴보는것도 재미있고 그들이 베테랑급으로 성장하여 활약할 수 밖에는 없는 필연적인 연결고리를 맛보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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