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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선더볼트 1
아베 가즈시게.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민음사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몇년전 국내에서도 상영된 <골든 슬럼버> 의 원작자인 이사카 코타로와 아베 가즈시게가 공저한 <캡틴 선더볼트> 라는 작품을 대면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인문학이나 과학계통의 저서에서는 공저라는 개념이 일반화되어 있을 정도로 인식될 수 있지만 문학작품에서 공저라는 개념은 상당히 드문 경우라고 할 수 있죠. 국내에서도 이처럼 공저를 시도한 작품이 있었죠. 김탁환과 정재승의 <눈먼 시계공> 이라는 작품인데요. 출간 당시부터 사실 화재를 모왔던 작품이죠. 순수작가와 과학자의 콜래보레이션으로 독자들에게 신선한 경험을 안겨주었던 형태였다고 기억되는데요. 이번 작품은 실은 이런 의미와는 다른 개념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아베 가즈시게나 이사카 코타로라는 두 작가는 일본내에서도 상당한 독자층을 갖고 있는 영향력 있는 작가들이고 각각 개별적으로도 베스트셀러 작가로 정평이 나있습니다. 근데 굳이 이런 작가들끼리 공저의 형식으로 새로운 작품을 집필할 필요성이 있을까라는 생각도 살짝 갖게 하는데요. 작품 세계로 들어가보면 말만 공저일뿐 한 사람의 작가가 창작했다고 해도 믿을수 있을 만큼 군더더기 없는 내러티브와 스트럭쳐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입니다. 오히려 작가들 상호간의 장단점이 절묘하게 콜래보레이션을 이루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것이라는 거죠.
<캡틴 선더볼트> 는 일본내 방송되고 상영되었던 선더볼트라는 어린이용 프로를 오마주한 작품(국내독자들 저 개인으로 한정한다면 무슨 프로인지 모르겠지만요^^)으로 히어로가 악당을 물리치는 전형적인 어린이용 히어물을 테제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초등학교 야구부 동기동창이라는 모티프 그리고 이들 동기동창들이 하나 같이 현실에서 역경을 겪고 있는 것으로 설정된 개연성, 한가지 더 붙이자면 이런 찌지리 내지는 루저 같은 인생들에게 인생역전의 사건이 다가오고 이 사건을 겪고 해결해 가면서 진정한 히어로로 재탄생한다는 래퍼토리는 그야말로 너무나 마니 보아온 스토리라는 생각이 얼핏 들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이러한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는 속칭 루저장르의 작품들 한두 번 경험해본 독자들이 다반수일 것이고 그들의 스토리는 굳이 확인해 보지 않더라도 충분히 감을 잡을수 있는 결론을 보여주기에 독자들 입장에서는 그다지 반가운 장르는 아닐거라는 말이죠.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이번 작품을 처음 접할때 사실 이런 우려감을 배제하지 못하고 출발하게 되는 거죠. 그런데 말이죠 이번 작품은 이런 일련의 우려나 혹은 신선함이 반감된 느낌을 작품을 읽으면 읽으수록 머리속에서 지워버린다는 것입니다. 일련의 개연성으로 설정된 것처럼 느껴지게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개연성들이 하나 하나 아귀가 맞아가면서 독자들은 작품속으로 서서히 빠져들게 되면서 상당한 흥미를 유발하게 됩니다. '무라카미 파지' 라는 세균전 그리고 세균테러를 방지하는 우리의 두 히어로 아이바 도키유키와 이노하라 유의 활약상을 보면서 나름의 대리만족 비슷한 것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죠. 아마도 이번 작품이 아이바와 이노하라라는 걸세출의 영웅과 대테러 집단에 대한 철저한 계획과 목표의식속에서 일련의 사건이 해결된다는 방식을 취했다면 정말 그저 그런류의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외면당했을 확률이 높았을거라 여겨집니다. 아베 가즈시게와 이사카 코타로는 이 두명의 영웅에게 그 어떠한 우월감이나 특별한 권능등 뭔가 일반인하고 차별화된 스페셜 이벤트성 같은 덤을 전혀 부여하고 있지 않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초등학교때부터 야구부원이었다는 정도겠죠. 하지만 이러한 스펙도 특별한게 아니라 그저 그런 식으로 묻혀버리는 재능정도로 밖에 부여하고 있지 않죠. 그러다보니 이들 두명이 내러티브를 끌어가는 힘은 우리네 일반인들과 대동소이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군데 군데에서 실패하고 사건의 핵심에 도달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모습들을요. 근데 이렇게 우왕좌왕하는 모습들이 독자들에겐 상당히 신뢰감과 감정이입을 끌어오는 코어가 된다는 점이죠. 뭔가 히어로만이 가지고 있는 그런 스펙들과 힘을 전혀 볼 수 없는 두 주인공의 캐릭터가 오히려 현실적으로 다가오면서 작품 전반을 더 탄탄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죠. 정형화되고 의도된 사건의 해결이 아니라 어찌 하다보니 그리고 열심히 하다보니 사건의 열쇠를 찾게되는 뭐 우리의 인생사와 비슷한 개념으로 다가온다고 해야 맞을것 같네요. 여기에 결정적인 장면마다 쏟아져나오는 위트와 유머들이 맛깔나게 버무르져 있어 한층 가독성을 높이고 있기도 하죠. 세균전이라는 심각한 테제와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도 받지만 결국 인생사라는게 이런것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게합니다. 이처럼 이번 작품은 심각한 테제와 더불어 이와는 상반되는 돌출행위로 가득한 주인공들의 행동이 엊박자 아닌 하모니를 이루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두 주인공을 응원하게 되네요.
두 작가의 작품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내러티브의 전개가 매끄럽고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는 작품 같습니다. 당초 책을 들기전에 우려했던 히어로 버전 역시 신파조나 뻔한 스토리로 흘러가지 않았다는 점이 더 눈을 끌게 하고요. 자짓 잘못하면 범죄스릴러 같은 장르를 벤치마킹한 냄새를 풍길뻔도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유니크한 캐릭터와 더 유니크한 세균전이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가지 요소가 절묘한 하모니를 이루어 작품을 더 돋보이게 하네요. 오래만에 참 재미나게 읽어 나갔던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