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왠지 제목에서부터 살짝 종교적인 뉘양스가 풍기면서 끌리는 작품이라는 느낌이 확들어서 주저없이 이번에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속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뭐 이미 국내에도 정평이 나 있을 정도로 히가시노 게이고는 국내독자들에게도 어느 정도 검증된 일본 작가중에 하나이죠. 무엇보다 매년 몇편을 작품을 참으로도 많이 출간하는 다작 작가이기도 하고요, 일본의 대표적인 추리스릴러 작가지만 정작 그의 작품을 추리스릴러라는 장르속에 일방적으로 분류하기엔 뭔가 빠져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사회적인 이슈를 캐치프레이어로 내러티브 전반에 살짝 깔아놓는 솜씨가 일품인 작가이기도 합니다. <몽환화>를 접한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또 이렇게 새로운 작품을 대면하게 되니 역시라는 감타사가 절로 나옵니다. 물론 이렇게 일년에 수편씩의 작품을 쏟아내고(물론 번역의 시차로 인해 국내에 한꺼번에 쏟아질수도 있지만요. 실제로도 히가시노 게이고는 상당히 다작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작품 하나하나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는것은 그 나름대로의 작가의 필력이나 플롯의 참신함 그리고 국경을 뛰어넘어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공통된 이슈가 있기에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져보게 됩니다. 물론 작품의 기본 스트럭쳐가 추리스릴러를 기저에 두고 있기에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효과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심금을 울리는 면모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작가입니다.

          <공허한 십자가> 제목 자체가 왠지 종교적이면서도 인간의 내면을 소재로 하는 작품이라는 느낌이 책을 읽지 않아도 퍼득 와닿는데요. 이번 작품은 범죄인의 속죄와 그리고 피해자 가족들의 고통 나아가 지금도 전세계적으로 논의가 끊이지 않는 사형제도의 존폐여부, 범죄인의 교화문제등 개개인의 사적인 영역에서 사회국가 전체의 공적인 영역으로 확대되는 담론을 담고 있다는 점이 우선 눈에 띄는 부분입니다. 사실 그동안 국내에서도 많은 논의가 되어왔던 '사형제도' 는 인권적인 문제와 더불어 종교적인 문제가 결합되어 아직도 그 해결책을 찾지못하고 있는 실정인데요, 이번 작품을 통해서 다시 하번 생각해볼 만한 이슈라고 보여집니다. 사실 이러한 무거운 담론을 플롯으로 작품을 끌어가는 것 자체가 자짓하면 독자들에게 외면당할 소지가 충분히 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는 무거운 담론과 개인의 또 다른 담론을 절묘하게 결합시켜 오히려 독자들의 관심을 유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추리스릴러라는 기초공사를 충실히 시공해서 작품 전체적인 내러티브가 상당히 탄탄한 구조를 가지게 합니다. 항상 그렇듯이 등장인물들 하나 하나의 심리묘사가 뛰어나고 예측하지 못한 부분에서의 반전과 그 반전을 다시 뒤엎는 또 다른 반전이 작품을 읽는 내내 독자들의 심장을 쥐어짜는 듯한 느낌을 주죠.

          늘 그래왔듯이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번 작품을 통해서 독자들을 비롯한 사회전반에 작음 울림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기존 추리스릴러의 개념을 바꾼 작품들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한번쯤을 집고 넘어가야할 사유들을 공론화 해서 좀 더 많은 공감대와 문제해결을 독자들 스스로에게서 해답을 구하게 했듯이 이번 작품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저 전지적 작가시점 처럼 무덤덤하게 나레이션을 할뿐이지 명확한 해답은 제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 역시 이번 작품을 읽는 독자들의 몫으로 남는데요 사실 그 몫이 상당히 심오한 부분이라 독자들 입장에서도 어느쪽의 손을 들기가 망설여지는 이슈를 접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늘상 우리사회 전반을 관통하고 있지만 막상 나와는 무관하다고 여겨왔던 이러한 담론들이 '아 정말 내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막상 그러한 일에 접했을때 어떻게 해야할까 ' 충분히 생각해 볼 만한 사유거리라는 점에서 더욱더 애착이 가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번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죄와 그에 대한 댓가 그리고 속죄라는 삼각관계를 후미야, 사오리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미묘한 심리와 그 심리를 정말 잘 표현한 서사가 상당한 인상을 주죠. 여기에 사건의 피해자인 유족의 입장을 대변하는 나카하라와 사요코의 심리적 상태를 통해서 쌍방의 입장을 독자들에게 여과없이 그대로 전달해준다는 것입니다. 교차로에서 교통신호 고장으로 교통경찰관이 수신호로 직진과 좌회전을 인도하는 방식이 아니고 그냥 날것 그대로 그네들이 가지고 있을 감정을 우회없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어 작품을 읽는 내내 감정의 축이 이쪽 저쪽으로 무게중심을 바꾸게 한다는 점이죠. 예를들어 기존의 사회적 시각은 피해자측에게 다소 호의적이었던 사회적 풍토와 사뭇다른 가해자측과 그 가족들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조심스럽게 들여내어 공론화 하고 있다는 점이죠. 양측의 심정적인 입장과 그 가족들이 겪는 고통을 독자들에게 날것 그 자체로 보여줌으로써 한쪽의 면만 보고 판단하는 방식에 제동을 걸어 준다는 것입니다.

          전반적으로 상당히 무거운 담론을 다루면서도 추리스릴러의 기법을 통해서 그 무거운 담론을 좀더 가까이서 그리고 현실속에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짜임새 있는 내러티브가 압권인 작품이었습니다. 속죄 그리고 교화, 사형제도의 존폐등 멀리에 존재할것만 같았던 명제들의 작품속에서 그리고 우리의 주변에서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 또한 이러한 담론에 대한 최소한의 사유가 그동안 많이 왜곡되어 왔다는 점을 이번 작품을 통해서 재확인할 수 있었고요. 나아가 사회전반이 다시한번 공유해볼 수 있는 메아리가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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