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의 역사
최민석 지음 / 민음사 / 201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미 <능력자> 라는 작품으로 최민석 작가의 걸출한 입담과 필력은 독자들에게 나름 한번 이상 검증되었던 기억이 나네요. 거침없이 쏟아내는 활자들의 유희(전 개인적으로 헤르만 헤세의 작품인 유리알의 유희 그 제목자체만 들어 온다면 바로 최민석 작가의 활자들에다 붙여주고 싶을만큼 유리알이 땡그렁 흐르는 소리의 유희만큼이나 보고있는 것 만으로도 즐거움을 선사하는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와 더불어 가슴 깊은 곳에 감추워져 있었던 다양한 욕망의 분출을 만끽하게끔 이끌어가는 내러티브의 조타수같은 역활은 지금도 많은 느낌을 자야내게 하는 작가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솔직담백하게 있는 그대로, 민낯으로 다가오는 작가의 작품들이 왠지 기존의 기성작가와는 또 다른 감흥을 불러 일으키기에 머리속에 그의 이름 석자가 각인될 수 있는 기저를 만들어 준것 같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신작 <풍의 역사> 역시 최민석이 아니면 그 연결고리가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다라는 강한 인상을 또 다시 받게 하네요.

          <풍의 역사> 는 뭐 속되말로 간략하게 표현 한다면 한국판 <포레스트 검프>라고 하는게 맞을듯 합니다. 한때 미국의 역사를 한편의 영화로 축약하여 나름의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포레스트 검프> 처럼 이번 작품은 '이풍' 이라는 인물과 그의 자손들을 통해서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쭉 훌어보게 합니다. 광복에서 한국전쟁 그리고 베트남 전쟁을 경험하고 굵직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의 현장에서 풍과 그의 아들 구가 겪는 우리의 근현대사를 솔직담백하게 그려내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등장인물의 행위가 작위적인 좀더 정확히 표현하면 능동적인(뭐 <포레스트 검프>에서는 상당히 작위적이고 능동적으로 미국 나아가 세계 역사에 관여을 하죠) 영웅으로 비쳐지는 것이 아니라 당신 시대를 살아갔던 일개 서민대중들처럼 비작위적이고 소극적인 참여에 있다는 점이 이번 작품에서 작가가 던져주는 사유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역사라는 거대한 강줄기에 몸을 맡기고 그 물결을 거스러지 않고 온몸으로 받아내는 모습들이 오히려 더 어필되는 부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바로 이부분이 이번 작품을 빛나게 하면서 차별화하는 컨셉인데요, 마치 영웅들의 이야기인 것 같지만 실상 그 내막은 상당히 비작위적이라는 점에서 독자들의 호응을 받지 않을까 싶네요.(사족이지만 이런 부분이 전형적인 아메리카적인 사관과의 차이점일 수 도 있다는 생각이구요)

         마치 '풍'이라는 주인공이 각종 역사적 사건에 개입하여 적극적으로 역사를 끌어가는 것 처럼 비쳐지는 것 같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점이죠. 작가는 이 패러다임을 통해서 역사라는 거대한 담론에 묻혀버린 개인들의 삶을 재조명해 보자는 취지로 접근했을 법한데요 다름아닌 풍의 개인사와 가족사라는 이중의 스트럭쳐에 오버랩 시킴으로써 흥미를 배가 시키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역사의 한복판에 서게 하는 효과를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풍이라는 인물과 작금의 대한민국이라는 조합(뭐 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다 해당되지 않을까 싶네요)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아이러니하고 그로테스크한 우리의 근현대사를 반영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풍의 개인사만큼 질곡이 깊고 아이러니한 삶 그 자체가 우리의 근현대사와 어쩜 그리 닮은꼴일까라는 자조적인 생각도 가지게 하지만요 그래도 그와중에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풍의 삶은 또 다른 이면의 우리의 근현대사와 일맥상통하는 점을 보여주고 있기에 왠지 풍이라는 인물이 남같지 않게 느껴진다는 점에서 작가의 작품에 대한 플롯이나 내러티브의 조타수역활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보입니다.

          전반적으로 작품을 읽는 내내 웃음과 더불어 분노를 비롯한 다양한 감정 그리고 진한 감동이 밀물 밀려오듯이 밀려오는 작품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우리의 역사와 그 속에서 발버둥 쳣던 우리들 뗄레야 뗄수 없는 동전의 양면같은 관계가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구요. "삶에는 언제나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는 순간 비로소 진실이 되는 게 있단다" 라는 풍의 말이 의미하는 사유가 상당히 오래토록 잔상에 남을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에 어디서 많이 본듯한 컨셉이라는 느낌과 더불어 빠르게 진행되는 책읽기가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뭔가 가슴속에 뭉클한 밀알이 커져가는 느낌을 갖게 하면서 작품을 읽는 내내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아 그땐 그랬지' 라는 단순 무의미한 감탄사가 "아 왜 그랬을까?" 라는 생각유도형 문장으로 바뀌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는 점에서 신선한 감동을 주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