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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황태자비 납치사건 - 개정판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4년 1월
평점 :
얼마전 아베 신조 일본총리가 한미일 정상회담차 만나자리에서 우리말로 "박근혜 대통령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라고 얼굴에 웃음을 한가득 머금고 친밀하게 마치 영원한 우방의 수장이 안부를 전하듯한 어투로 인사를 했다는 기사가 게재되었습니다. 뭐 국가간의 흔히 있을 수 있는 통상적인 인사치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겠지만 전 개인적으로 이러하 시츄에이션이 바로 "일본 그 자체" 라는 생각이 머리속에서 지워지지 않습니다. 역사왜곡으로 경직된 양국간의 분위기를 화해모드로 바꾸자는 의도가 짙게 깔려있다는 우리기자들의 논평 자체가 개인적으로 어이없어 보이는 것입니다. 일본이라는 나라와 매번 이런 일이 발생하면 양은 냄비에 물이 끓듯 반짝 달아올랐다가 뒷문으로는 경상수지의 수지차등을 주판으로 튕기고 있는 정치판 그리고 이에 호응하는 언론 마치 다 용서했다는 듯한 국민정서, 아직도 이 지구상에서 일본보다 북한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대통령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현주소입니다.
역사서에 기록된 공시 기록(왠만한 비공식 도발은 기록하지도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도)만 봐도 일본은 500회를 넘게 우리 국토를 침략했던 나라입니다. 그리고 매번 웃는 나짝으로 다시 굽실거리면서 조공무역을 허가해달고 때를 썻던 민족이구요. 그것도 문명이라는 득을 전수해준 나라에 대한 태도가 바로 이런 행태로 표출하는 국가이자 민족성입니다. 즉 다시말해서 속된말로 구제불능의 싹수가 없는 족속들이라는 것이죠. 근데 더 큰 문제는 "대통령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라는 말한마디에 공자 가라사대하면서 그냥 묻어버리는 나라와 국민들이 있다는 것이죠. 마치 500번 정도 얻어 터지니고 나니 매집이 좋아진 것인지 아니면 정말 공자의 가르침을 충실히 수행하는 군자들만 사는 나라라서 그런지... 아마 세계사를 통틀어 우리 민족같은 평등호해정신이 높은 민족은 없을 듯 합니다. 뭐 오죽했으면 자국사를 대학입학고사에서 선택과목을 시행했을 정도로 불편한 과거사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데 별로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했고 단지 과거는 과거일뿐 중요한 것은 미래라고 여겼고 그런 기저를 국가정책과 백년지대계인 교육정책에 반영한 나라이기도 하죠. 자 이런 논리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죠 바로 일본이 주장하는 역사를 바라보는 해석의 다양성과 일맥상통하는 시각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근데 말이죠 바람핀 배우자를 과거지사라고 묻어버리고 다시 새출발하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하물며 내집의 일부를 자기꺼라고 우기고 남의 집에 불법침입해서 가장 소중한 것을 약탈하고 사랑스런 딸들을 겁탈하고 폭행하고선 다 과거지사일뿐이라고 웃으면서 안부인사를 하는 이웃과 과연 진정한 화해가 있을수 있을까요? 정답은 다 아실겁니다. 절대로 못하죠. 단 전제 조건은 그에 대한 합당한 보상과 더불어 진정한 공식적인 사과가 있어야 공자의 가르침대로 받아들일수 있지만요(물론 형식은 받아들이지만 그 앙금은 가실수 없는게 인간의 본성입니다) 근데 우리의 속사정은 어떻습니까. 전혀 그런게 없어 보입니다. 자국사를 제대로 모르게 키워온 세대에게 이제와서 독도가 우리땅이야 제네들 헛소리하는 거야, 라고 말할 자격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무심했던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언제부터인지 우리의 역사는 알아서 소극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버렸습니다. 한사군이 한반도내에 틀림없이 존재했다는라는 통설, 일제감정기를 거치면서 그나마 근대화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식민지 근대화론등 정말 어이없는 학설들이 마치 역사적 사실인양 자리매김하게 되었고 이런 학설에 반발하는 학자들은 일본보다 더 죄악시되는 분위기가 자리잡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김진명의 <新 황태자비 납치사건> 이라는 작품은 많은 의미를 전달해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픽션이죠. 아무리 쳐죽이고 싶어도 우리가 저들처럼 그런 만행을 저지르지는 않으니까요. 근데 작품을 읽어가면 갈수록 독자들은 이게 픽션인지 사실을 서사하는 기록물인지 왠지 헷갈리게 하죠. 바로 이점이 작가의 힘이지 않을까 싶네요. 그 동안 여러작품을 통해서 상당히 충격적인 소재를 기반으로 국내 독자들의 막혀있던 가슴을 시원하게 대변해 주었던 작가답게 이번 작품에서도 역사적 팩트와 픽션을 절묘하게 버무려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눈에 띄는 것은 등장인물들에 대한 설정과 그들의 심리묘사 그리고 역활이 상당히 유니크하게 설정되어있다는 것입니다. 작품을 지배하고 있는 중심인물들이 일본인과 중국인이라는 점도 독특하고요. 무엇보다 주인공들의 성향이 돋보이죠. 그중에서도 다나카 경시정이라는 인물이 풍기는 면면은 상당히 주목받을 수 있을것 같습니다. 사실상 이번 작품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요 이 인물이 상당히 매력있게 다가옵니다. 말투나 사상 그리고 집념등에서 풍기는 아우라를 보면 전형적인 일본인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정도 작기 역활에 충실한 인물입니다. 작가는 바로 다나카 경시정의 심리적 변화를 통해서 이번 작품의 강한 메세지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비록 일본인으로 설정되었지만 다나카 경시정은 우리의 표상이기도 하다는 생각도 들게 합니다. 정치적인 타협이 아닌 진정한 사건의 진실만을 추구하는 모습에서 한일간의 역사 왜곡을 이 지경까지 방치해온 우리의 위정자들에 대한 반성과 그 외침에 아무생각없이 따라온 국민들의 무지를 꼭집어내는 듯 하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다나카의 반대진영에서 정말 일본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얄미운 캐리터들로 인해 왠지 다나카 경시정이 일본인이 아닌 왠만한 한국인보다 더 정이 가는 묘한 상황을 만들어 버린다는 점에서 이번 작품의 또 다른 묘미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가져보게 합니다.
팩션이다보니 역사적 팩트에와 실존인물들의 등장이 팩션과 가공의 인물들과 절묘한 호흡을 맞추고 있어 실상 작품을 대하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픽션이라는 사실 자체를 믿지 못하게 할 정도로 사실감이 크다는 점 그리고 작품을 대면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상황과 인물을 검색하면서 절로 몰랐던 사실이나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 리뷰해볼 수 있었다는 점만으로도 이번 작품의 기획 의도는 충분히 발휘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가지게 됩니다. 전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을 통해서 야누스같은 일본의 실 얼굴을 보게 되었고 이와 반대로 정말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 역시 동시에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전반적으로 내러티브의 짜임새가 추리스릴러기법을 동원해서 작품을 읽는 내내 상상의 나래를 펴개합니다. 독자들 나름대로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결말을 유추할 수 있고 결말에 대한 어느 정도의 예견을 할 수 있는 얼핏보면 뻔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작품으로도 보여지죠, 근데 이 작품의 매력은 다름아닌 마사코 황제자비와 황제자비의 행적으로 추적하는 다나카 경시정의 심리적 변화 그리고 추격전을 통해서 서서히 밝혀지는 역사의 진실과 이를 받아들이는 두갈래의 반응에서 그 묘미가 일품인 작품입니다. 대게 이런 소재를 작품으로 표현할 경우 자칫 잘못하면 한쪽의 시각으로 그러니까 음 흔히들 독자들의 얄팍한 심리를 자극하여 흥미위주 내지는 군중심리를 이용해서 이슛만 살아있지 내러티브의 구성이나 짜임새는 떨어지는 삼류로 흐르기 십상인데 작가는 절묘한 시각으로 독자들을 끌어가고 있는 점이 눈에 띄입니다. 오히려 일본에 대한 증오보다는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어던 현실들이 더 안타깝게 묻어나고 지키지 못한 자괴감이 강하게 들게 하는 작품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작가의 변에서 기필고 일본국민들에게 이 책을 읽히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는데요. 전 개인적으로 우리 독자들이 먼저 이 작품을 대면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뜻으로 느껴지더라구요. 자국사에 대한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제 아무리 진실을 이야기해 봤자 그 의미는 퇴색되기 마련이니까요.
역사의 해석이 다양하듯이 작품에 대한 해석 역시 다양할 수 밖에 없을 거란 생각이 드는데요. 개인적인 사견이지만 전 임선규와 펑더화이의 각각 다른 선택이 현재 한중일의 역사 대치 국면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구요, 확대해석해서 과연 그런 국면을 맞을 할 경우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 가라는 작가의 복선이 깔려있는 설정이 아닐까라는 느낌 지울수 없게 하네요. 지금도 현해탄 건너 섬나라에서는 "독도는 일본땅, 확실히 교육해야한다!", "가미가제 유서를 세계문화유산에 등록하겠다" 라는 기상천외한 망언들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오히려 아베가 신사참배를 강행했다라는 기사는 이에 비하면 조족지혈인 셈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현재 일본은 우익집단들에 의해서 우경화라는 방향으로 돌아선 느낌이 강하게 들어옵니다. 평화헌법 수정논의가 보란듯이 제기되고, 무슨 죽을죄를 지었나는등 세계를 향해서 자기들의 목소리를 드 높이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임선규처럼 호해평등의 정신으로 군자처럼 저들의 몽니를 받아들여야 할지 아니면 펑더화이처럼 그에 대한 댓가를 참혹하게 치루도록 해야할지 참으로 고민스러운 일이고 정말 난감한 집단들임에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작품을 읽는 내내 분기탱천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고 쥐구멍이라도 찾아들어가싶은 부끄러운 자괴감도 느꼈습니다. 저를 비롯한 대부분의 독자들이 공감하는 부분일 것이고 이런 밀알이들이 쌓여서 우리부터 우리 역사에 대한 자긍심과 제대로된 역사인식이 필요한 시점이고 그 중심에 김진명이라는 작가와 그의 작품이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