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고민상담소 - 독자 상담으로 본 근대의 성과 사랑
전봉관 지음 / 민음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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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년 모월 모일에 홍길동(대체로 정치권의 최상의 자리에한 군주가 대부분이죠)이가 무엇을(이 역시 상당히 공적인 영역의 사건과 더불어 정치적인 의미가 많이 함유된 사건들이 대부분이고 하고요) 어떻게(아 대부분의 역사서에서 이 부분이 취약하게 즉 상당히 러프하게 기술되 있습니다) 했다. 바로 이런식의 나레이션을 우리는 역사서에서 수도 없이 많이 보아왔고 이것이 역사라고 알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물론 학자들은 기술된 단어나 문장뿐만 아니라 행간을 제대로 인식해야 진정한 역사 인식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어디 이게 일반인들에게 가능하기나 하는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이런 역사는 정치사에 치중되어 있고 특히 군주를 비롯한 일부 핵심권력층의 일거수일투족을 대변하는 내용이 대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역사의 반쪽 아니 수적으로는 더 많은 부분의 영역을 떠받치고 있었던 나머지의 역사에 대해선 아는게 그다지 많지 않죠. 또한 정치적인 영역을 떠난 당시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문화사쪽에는 더욱 더 모르는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뭐 상고사나 고려사는 시대가 오래되어서 그렇다고 용인하더라도 우리의 근대사 부분인 일제감정기의 경우에도 상당히 취약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것입니다. 그 동안 인식의 포커서가 국권강탈과 국권의 회복에 맞추어져 있었으니 사실 개개인들의 삶에 대한 조명은 그다지 빛을 보지 못했던 것이고도 하구요. 근대 모던이라는 패러다임이 분명 조선의 땅에도 불어 닥혔을 텐데 이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서양식 복장에 모자 그리고 헤어스타일등 외관적인 부분정도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기도 합니다. 이런면에서 이번에 출간된 전봉관의 <경성 고민 상담소>는 상당히 주의 깊게 지켜봐야할 저작인 것 같습니다. 비록 개인의 성과 사랑에 관한 담론들이지만 유심히 들여다 보면 당시 근대를 살아갔던 이들의 처절한 몸부림이 담겨져 있어 조선의 근대라는 개념을 인식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경성 고민상담소> 왠지 제목만 봐도 대충은 감이 오죠. 조선일보을 비롯한 신문 독자투고란에 독자들의 고민거리를 상담하는 코너를 통해 당시 시대를 살았던 선남선녀들의 고민을 통해서 당시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인데요. 이게 뭐 대단한 것인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전 개인적으로 어찌보면 가장 중요한 사료이자 지표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하네요. 근대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거대한 패러다임에 집착하고 포커스를 맟추지만 실상 어디서 부터 근대라고 확정하기가 애매모호한 부분이 많은 것 역시 사실이니까요. 이런면에서 각 개인들이 추구했던 가치관 그리고 이에 대응하여 현실에 옮겨지는 의사결정등을 통해서 근대라는 큰 그림의 데셍 정도로 감을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기서 소개되는 사연들이 이 시대만의 특이한 현상이라고 보기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이런한 현상들을 다소 객관적인 제3자의 어드바이스와 소통하고 이러한 사연들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지나온 前 시대와는 다른 패러다임 즉 근대라는 개념이 싹을 틔우기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비단 극히 개인적이고 농밀하면서도 웃지못할 사연들이지만 이러한 개인적인 사건들이 결국 그 시대를 살았던 우리의 적확한 모습이고 현실이었다는 점에서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소 국지적인 개인의 성과 사랑이라는 부분에 촛점을 맞추고 있지만 어찌보면 가장 내밀한 공간의 이야기가 그 시대상을 가장 정확하게 대변하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별별 사연들이 나오지만 한번만 되집어보면 지금도 같은 사연들이 되풀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면에서 근대라는 개념이 정치적이고 거대한 국가적인 담론에 묻혀 상당히 멀리 느껴질 수 있었는데 바로 지척의 일이 었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합니다. 또한 말은 근대라고 하지만 아직까지도 취약했던 여권의 문제들 어떤 사연들은 과연 그럴수 있을까할 정도로 처참하게 무너지고 짓밟히는 여성들의 모습을 통해서 모던 보이, 모던 걸이라는 화려한 이면속에 숨겨져 있었던 우리의 근대를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극히 개인적인 사연들이 어쩌면 우리의 근대를 제대로 조명하는데 가장 실감나게 와닿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갖게 하면서 씁쓸했던 그 시대와의 소통을 확인하게 합니다. 사적인 영역에서 바라본 우리의 근대 모습, 화려한 이면속에 각 개인들이 갈국했던 해방구, 차라리 전근대로 돌아가고픈 억울한 심정들이 바로 솔직담백한 우리의 근대 모습이라는 것을 재발견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는 의미있는 저작인 것 같습니다. 크게 숲을 봐야하지만 이번 처럼 가끔식은 숲속에 들어 앉아 있는 나무들의 형상들을 볼 수 있는 여유가 있었으면 어떨까하는 의미를 던져 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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