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애니멀 - 인간은 왜 그토록 이야기에 빠져드는가
조너선 갓셜 지음, 노승영 옮김 / 민음사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때 출판계에서 인문학 서적 붐이 일었죠. 딱딱하고 어렵기만 인문학을 어떻게 독자들의 눈높이 맞추어 널리 보급할까가 화두였는데 그 중심에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스토리 텔링" 이라는 기법이 활용 되었습니다. 지금이야 왠만한 독자들이라면 무슨 말인지 알지만 당시만 해도 "스토리 텔링"은 출판계의 오아시스 같은 희망의 화두였습니다. 인문학의 세부 분야에서 너나할것 없이 스토리텔링기법이라는 단어의 선두주자로 나서면서 인문학의 이미지 혁신을 가져왔고 덕분에 일반 독자들도 인문학의 세계를 어느 정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스토리텔링" 이 과연 뭘까라는 의문 지극히 자연스럽게 따라오죠. 뭐 영어로 표현해서 뭔가 거창하고 고상한 것 같지만 우리말로 표현하면 아주 단순합니다. "이야기처럼 말하기" 뭐 이정도면 쉽게 이해될 것입니다. 그럼 이게 모야라는 다소 황망스러운 느낌이 전해오죠. 이야기처럼 말하기 별거아니네라고요. 근데 바로 이 별거 아닌것에 모든 핵심이 담겨져 있다는 것이죠. 제 기억으로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예전 공중파 교양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장면인데요. 사막 같은 불모지 한복판에서 유행과는 전혀 무관한 콤비차림으로 2:8 가르마를 정확히 구분해서 서있던 한 인물. 화성의 탄생과 지구와 화성의 관계등을 설명했던 천체학자의 모습과 그 느낌이 지워지질 않습니다. 바로 <코스모스>의 저자인 故 칼 세이건인데요. 아마도 이 양반이 스토리텔링의 선두주자였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주라는 광대하고 범접하기 어려운 학문을 이 양반처럼 쉽고 재미나게 그러면서 가장 핵심적인 코어는 뇌리에 박히게 설명했던 사람은 없지 않나 싶을 정도로 일반인들에게 쉽게 설명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칼 세이건의 포스에 맞먹는 한 인물을 발견했습니다. 뭐 이름도 상당히 유니크하고요(이름 가지고 이러면 안되지만요) 바로 조너선 갓셜의 <스토리텔링 애니멀> 이라는 책인데요. 호모 픽투스(이야기하는 인간)와 그들의 이야기에 관한 재미나고 흥미로운 논거들을 알겠되었고 그것도 엄청난 포스의 서설로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는 스타급의 저자가 탄생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을 저서로 보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단군신화, 길가메시의 서, 그리스로마신화, 성경등은 왠만한 사람들이라면 한두번쯤은 들어봤고 그리고 그 한두번쯤 들어봤던 내용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무더운 한 여름밤 할머니 치마폭에서 들었던 무시무시했던 귀신이야기,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서 가공의 스토리로 무장한 무용담.... 이렇듯 우리의 주변에는 거시적이던 미시적이던 수 많은 이야기들이 존재하고 있고 그런 이야기들은 왠지 뻔한 스토리를 가기고 있지만 들어도 물리지 않는 그런 이야기들이죠. 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그런 수 많은 이야기들을 통해서 우리 인류는 하나의 규범(정치,사회,도덕을 아우르는 규범)의 토대를 마련했고 그 규범을 통해서 인류 공동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조너선 갓셜은 바로 우리 주변에 넘처나서 정말 어디로 흘러가도 표가 나질 않을 이야기에 대해서 나름의 논거를 펼쳐나갑니다. 이번 저서의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바로 "이야기" 이고 그 이야기가 왜 존재했을까라는 막연한 퍼즐 풀기가 아니라는 거죠. 조너선은 우리 주변의 수 많은 이야기가 "왜 이토록 중요한가"에 대해서 그 포인트를 맞춰 서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 인류는 이야기에 열광하고 이야기에 슬퍼하고 이야기에서 희열을 느끼며 삶의 증거를 확인할고 있는 것일까. 자 결론부터 보자면 아마도 이런것이겠죠 그 이야기들의 역사적 사실관계가 픽션이든 팩트이던 간에 그 이야기들 속의 주인공이 인간이든 동물이던 신이던 간에 모든 이야기의 내러티브와 주제는 다름아닌 바로 우리 인류 자신의 투영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야기에 열광하고 슬퍼하고 그렇게 공감하게 된다는 논거입니다.   

 

          전체적으로 이번 저서는 그 취지에 걸맞게 논거의 핵심과 논거를 풀어가는 기법이 절묘하게 딱 맞아 떨어지는 저서라는 생각 지울수 없게 하죠. 책의 커버에서 부터 그리고 각챕터의 주제와 그 주제를 풀어가는 기법이 속되말로 3류연애 소설을 읽듯이 그저 아무 부담없이 읽어 나게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곳곳에 보너스로 가십거리인 삽화와 사진으로 읽는 이의 심적인 부담감을 한층 덜어 주었습니다. 아 그렇다고 무게감이 전혀 없는 한번 읽고 지나가는 내용들이냐 하면 그것도 전혀 아니라는 것이죠. 왜 우리가 정확하게 표현해서 우리 인류가 이야기에 광분하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에 가장 근접하게 가장 쉽게 가장 흥미롭게 접근했던 저서라고 하면 너무 속보이는 표현일까싶을 정도로 조너선 갓셜은 이야기와 인류의 역확관계를 재정립해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족이지만 저자의 풀네임도 왠지 이번 저서와 맞아떨어진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모든 면에서 독자들에게 편안함을 선사하는 저서입니다.

 

           지금도 호모 픽투스의 진화는 계속되어 지고 있습니다. 픽션이든 팩션이든 이야기와 관련된 무엇이든 그게 찌라시라는 형태의 불온적인 내용을 담고 있든 상관없이 인류는 이야기를 갈망하고 확대 재생산하여 나름의 또 다른 이야기를 창조하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으면 그 속에서 진화를 거듭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스토리텔링 애니멀>은 무엇보다 이전의 관련 저서들에 비해서 재미있고 흥미로운 저서입니다. 책을 얼마 읽어보질 않았지만 여태 읽었던 인문학서적중에서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인상깊게 읽는 책입니다. 뇌 과학, 동물들을 통한 각종 실험 뭐 이런 팩트적 요소보다 이런 일련의 팩트들을 정말 왠만한 프로작가들 빰칠정도의 어휘력과 순발력으로 독자들의 시신과 마음을 단숨에 사로 잡아버리는 매력이 있는 저자라는 생각 지울수 없게 합니다. 구슬이 서말이래도 꽤어야 보배라고 조너선 갓셜은 바로 주옥 같은 구슬을 꽤는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라는 느낌 강하게 오게 합니다. 이번 저서를 계기로 국내독자들도 스토리텔링에 대한 정확한 개념 그리고 왜 우리는 스토리에 열광하고 일희일비하는지 또한 스토리자체가 우리 인류에게 왜 중요한가를 새삼 깨닫게 해준다는 점에서 눈에 띄는 저작이라고 보여 지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