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의 회전 - 헨리 제임스 장편소설 열린책들 세계문학 192
헨리 제임스 지음, 이승은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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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독자들은 귀신이나 유령이야기에 매료되기 마련이죠. 이는 아마도 각 개인의 잠재 의식 속에 상상으로 남아있는 귀신이나 유령의 형의상학적인 이미지가 작가라는 제3자를 통해 형이하학적인 실재적이고 뚜렷한 존재로 다시금 확인하고 싶어하는 충동과 더불어 귀신이나 유령에 대한 사유의 공통성을 발견할 수 있음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각 개인만이 느끼는 그러한 감정이나 느낌등을 불특정 타인과 비교해보기도 하고 서로 공감을 하면서 내심 안도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기도 하기 때문이겠죠. 이러한 면에서 지금으로부터 한세기도 더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헨리 제임스의 <나사의 회전> 이 귀신이나 유령을 다룬 대표적인 소설로 손에 꼽히고 있는 이유가 바로 독자들의 상상력을 정확하게 문자화했다는데에(엄밀히 말하면 독자들과 비슷한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있을 것입니다. 이 작품은 전형적으로 그로데스크한 설정배경과 등장인물 그리고 여기에다 액자구조까지 곁들이고 있지만 왠지 고딕소설로만 볼 수 없는 미묘한 무엇인가 존재한다는 것이 <나사의 회전>의 진정한 묘미일 것 같네요. 그리고 백여년이 더 지난 현대의 독자들에겐 더욱이 호러공포장르에 왠만히 길들여진 독자들에겐 왠지 김빠지고 시시하게 다가올 것이 자명할 정도로 내러티브의 잔혹성, 피의 향연과 귀신이나 유령과의 담판등 다양한 공포-호러적인 요소가 하나도 없고 내러티브 자체만 보면 다소 밋밋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호기심의 증폭을 더한다는 것이죠. 오히려 가정교사(유일하게 이름이 들어나지 않고 있죠)와 마일스, 플로라, 그로스 부인등 등장인물들의 심리적 상태를 기가막히게 묘사하여 이러한 심리적 상태로 인하여 독자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키는 일종의 심리물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수도 있을거란 생각도 들고요. 물론 이에 대한 반론이나 이의제기도 만만치 않겠지만 전반적으로 퀸트나 제슬양의 유령에 대한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유독 가정교사만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러한 괴기스럽고 어두운 분위기를 작중화자인 가정교사가 스스로 만들어 가고 있다는 점에서 고도의 모호함을 지닌 사이코물로 보는 것이 합당할 것 같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네요. 물론 작가는 두 유령의 생존의 모습을 그대로 묘사한 부분과 그로스 부인의 절대적인 지지를 가미해서 정말 존재하는 유령으로 이끌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크게 호응받기는 힘들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뭐 이유 불문하고 <나사의 회전> 은 이렇듯 보는 독자들의 시각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낳게하는 다양한 테제를 가지고 있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공방을 떠나서 <나사의 회전> 이 오랜시간동안 독자들의 사로잡고 있는 매력은, 작중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작가의 심리묘사나 배경설명의 리얼리즘이라고 봐야겠는데요. 이는 마치 나사가 회전하면서 조여들듯이 독자들의 시선을 고정시키면서 그 상황으로 감정이입을 하지 않으면 안되겠끔 흡인력이 뛰어난 문체들의 향연이고 이러한 심리적 묘사부분이 시대나 공간의 이격성을 걷어버린다는 점에서 많은 감흥을 주고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눈에 띄고 끌리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작가는 내러티브의 진행을 나사의 조임으로만 일관하지는 않는다점, 나사의 주역활이 조임(연결성)에 있지만 간혹은 헛바퀴 돌듯이 급작스럽게 풀리기도 하듯이 긴박함과 흡인력으로 일관하던 내러티브가 한 순간 갑자기 헐거워져버린다는 느낌으로 맥을 놓게 하기도 하는 점에서 유령의 존재만큼이나 모호함을 가중 시키고 있다는 것이 작품을 읽는 내내 찾아드는 느낌이었던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레파토리를 소개하는 또 다른 화자인 더글라스의 모호한 분위기에서 시작하여 액자속 이야기 자체도 모호함의 연속이고 그 결말 역시 모호함으로 끝을 맺는 모호함 그 자체라고 보여지는데요. 그렇지만 이러한 모호함속에 일련의 사실성이 내재되어 있고 등장인물들의 심리상태가 마치 독자들이 직면하게 되는 상상속의 귀신이나 유령 그리고 그러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표현했다는 점에서 모호함은 독자들 나름대로 나사를 조이고 풀어가면서 느끼는 일종의 그 끝을 바라고 싶지 않는 심리상태를 유지하게끔 하고 있다점이 참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이는 상상속에서의 공포를 다 체험하고 싶지 않듯이 현실화된 소설속에서도 그런 안도감을 주는 것으로 독자들의 상상력에 맡겨두어 더 모호함을 증폭시키는 장치로만 남아 다양한 결말의 연장선에 독자들을 남겨두기 때문입니다. 그 어떠한 잔혹성이나 공포의 확정성을 체화하지 않으면서도 이러한 장치가 오히려 더 심리적으로 긴장감을 증폭시킨다는 점에서 오랜세월이 지났지만 현대의 독자들에게도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라고 보여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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