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데이션 완전판 세트 - 전7권 파운데이션 시리즈 Foundation Series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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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류중에서도 대하장편소설을 유난히 좋아하는 저에게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시리즈는 그야말로 입맛에 딱 맞아 떨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뭐 요즘 시류가 권수가 많은 대하장편소설이 그닥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라서 그런지 사실 방대한 분량의 작품들을 구경하기 힘든것도 사실이죠. 이런 목마름에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시원함을 선사한 그 자체만으로도 <파운데이션>은 저 개인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작품이기도 하네요. 하지만 이러한 소소한 개인적인 욕망의 뒷풀이보다는 이번 작품에 대한 묘한 매력(이 작품을 대한 독자들이라면 누구라도 부인하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죠)이 이번 작품을 오랫토록 가슴에 새기게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간략하게 작품 전반을 평하자면 마치 아누스의 얼굴 같다고나 할까요? 내러티브의 성격인 작품의 스트럭쳐. 등장인물들의 면면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사유가 동전이 양면을 보는듯한 뉘양스를 강하게 표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연말 연시에 이사까지 겹쳐서 물리적인 시간적 제약으로 더디게 진도가 나갔지만 막상 마지막장을 덮으면서 되새겨보면 집중하고 이 작품에 매진했더라도 쉬이 진도빼기는 만만치 않는 그런 작품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드네요. 딱히 하나로 정의하기 힘든 그런 작품임에 틀림없덨던 것 같습니다.

 

    우선 작품의 성격에서부터 이 양반은 독자들을 살짝 갖고 노는데서 출발하죠.(엄밀히하게 장르를 구분하는 독자들에겐 더욱더 그렇죠) 각종 인터넷 서점에서 간략하게 소개하는 문구가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에서 영감을 얻어 집필한 SF대하소설이라는 홍보하는데요. 이것부터가 사실 엇박자 느낌을 줍니다. 다양한 SF적 비쥬얼은 가히 2차세계대전이후 집필했을까라는 의아심이 들정도로 엄청한 상상력과 비쥬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이부분만 놓고 보면 분명 SF장르의 작품이 맞는데요. 그 알맹이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내러티브를 끌어가고 있다는 것이죠. 뭐 요즘 모기업의 CF 문구인 '융합' 이라는 말이 버뜩 떠오를 정도로 아시모프가 <파운데이션>을 통해서 융합이란 어떤 것인가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을까라는 정도로 이 작품은 역사와 국가 사회전반을 넘나들면서 SF라는 파운테이션을 가미한 기가막힌 메이크업의 초 절정을 보여주는 진수라고 생각되어 질 정도 다양한 장르를 융합한 작품으로 보여지네요.

 

    또한 서두에서 대하장편소설이라고 칭했지만 막상 작품속으로 들어가게 되면 고개가 오른쪽 방향으로 15도 정도 기울게 되죠. 물론 연대기적인 관점에서 보면정말 대~~~하소설 맞습니다. 뭐 왠만한 시간적인 개념을 싸그리 무시할 정도로 방대한 시간적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사실 시간에 대해서 무신경하게 만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각권마다 연결되는 고리의 강도가 상당히 느쓴하다는 것이 기존의 대하장편소설과는 또 다른 맛을 보여줍니다(특히 매권마다 등장하는 주요인물들에 대한 연계성이 오직 파운데이션에만 한정되어 있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공통점을 찾을수 없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별개의 스토리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물론 방대한 연대기적 개념을 전제로 하다보니 어쩔수 없는 설정들이겠지만 이러한 설정 자체가 이번 작품의 또 다른 묘미를 보여주는 것 같네요). 뒷쪽으로 가면 시간의 추를 거꿀로 돌려버리기도 하고, 각 권 하나 마다 별도의 작품으로 충분히 역활할 수 있는 기승전결의 방식을 가지고 있는 그런 작품입니다. 마치 로마제국에서 황제의 재임기간마다 다른 맛을 보여주듯이 아시모프는 길게 연결된 객차을 각 객차마다 색깔을 다르게 부여하는 유니크한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죠. 그래서 그런지 사실 진도가 그리 팍팍나가지 않기도 하는 느낌을 줍니다. 새로운 권으로 이동할때 마다 다시 리셋되는 기분을 느끼게 하니까요. 각 권마다 차별화된 테마와 반전이 존재하고 작품 전반을 통채로 보게 되면 또 다른 테마와 이에 상응하는 반전이 독자들의 눈을 사로 잡고 있고, 마치 굽이굽이 산을 넘게 하는 여정을 체득하게 해주면서 먼저 넘은 산의 존재를 잊게 하면서 집중하게 하는 묘하디 묘한 아이러니를 연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에 띄는 작품이기도 하죠.

 

    그래서 <파운데이션> 은 섣부르게 그 장르나 의미를 제단하기 힘든 작품인 것 같습니다. 아마도 아시모프의 뛰어한 기획력에 의거한 철저하게 계산된 형식이겠지만요 이러한 부분이 다양한 독자층의 욕구를 끌어들일 수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순수하게 SF적인 비쥬얼만 놓고 봐도 왠만한 장르의 작품보다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라 여겨집니다. 특히나 1940년대에 이러한 발상을 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내공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는 부분이죠. 여기에 이런 SF성격을 살짝 걷어내면 전혀 다른 장르의 스토리를 만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스케일의 범위를 멀리 줍아웃하면 로마제국의 쇠망사와 이후 중세암흑기로 접어드는 서양사 그리고 신세계의 발견으로 새롭게 부상하는 아메리카 이르는 일연의 연대기를 볼 수있고 좀더 줌인하게 되면 세계2차대전이후 벌어지는 세계사의 일면을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소설이면서도 정치사회소설로도 충분하게 어필될 수 있다는 점이죠. 근데 무엇보다 이 두장르를 교묘하고 맛갈나게 버물려 놓아서 정말 새로운 느낌을 자아내게 한다는 점에서 양측 독자들의 호응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이라는 거죠.

 

    이러한 유니크한 하드웨어적인 부분도 매력적이지만 실상은 작가가 표방하는 소프트웨어적인 사유가 상당히 가슴에 와닿는데요. <파운데이션> 이 표방하는 사유중에 독자들의 눈길을 끄는 부분은 다름아닌 일반화에 대한 개념이지 않을까 싶네요. 4권에서 역사학자인 페롤렛 박사의 이론 "어떤 특정한 부분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현상이 오히려 일을 그르칠 수 있다" 는 일반화에 대한 논거는 개인, 가정 더 나아가 큰 조직에서 한번쯤 곱싶어 볼만한 논거이지 않을까 싶네요. 또한 지구일것이라 추측되는 가이아 행성이 불교의 윤회설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는 점, 가이아의 실질적인 정신적 지주인 돔의 말 "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새로운 세대을 위해 자리를 비켜 주는 것 뿐이다" 라는 멘트에 담고 있는 의미는 많은 면에서 철학적이고 정치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죠. 참여,영원,다양성등은 단순하게 생명체의 다양성을 말하는 것 같지만 실상 모든 사회조직 및 사고등 총망라하는 다양성을 상징한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모티브를 제공한 인간과 로봇(과학내지는 기계) 과의 관계등 현재까지 많은 영역에서 선구적인 사유를 제공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겁니다.

 

    여기에 지구의 기원에서부터 다윈의 진화론에 이르기까지의 방대한 지구의 역사를 스프레드로 쫙 펼쳐서 우주 공간을 확장했다는 점 이러한 스트럭쳐의 확장이 단순한 범위의 확장을 뛰어 넘어서 치밀한 구도를 가지고 있어 독자들로 하여금 전혀 생뚱맞다는 느낌을 주지 않고 오히려 그 개연성에 절로 수긍하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는 작품으로 다가오네요. 물론 초기 집필 당시 2차대전 전후의 시기라 당시의 세계관이 다소 강하게 묻어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인류 역사를 곱싶어 보게 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것 같습니다.

 

    핵심 코어의 하나인 가이아를 필두로 표방하는 범우주적인 통합체 갤럭시아 그리고 파운데이션을 기준으로 표방으로 개별적인 우주제국 통합성이냐 개별성이냐 특수성이냐 다양성이냐 라는 문제는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작은 조직체에서부터 국가라는 거대한 조직체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진통과 번뇌를 안겨주고 있는 문제와도 직결되고 일맥상통한 문제라는 것이죠. 평범성과 우월한 요소만 집결한 초우월성과의 관계 개인과 조직체을 총 망라하는 복잡한 철학적 문제이자 현실적인 문제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아이작 아시모프는 <파운데이션> 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인류가 나아가야할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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