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합본)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작품들은 만나보는 시간을 가지면서 새삼 왜 히가시노 게이고인가에 대해서도 같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작품들을 섭렵하고 있는 차에 이번엔 52회 일본추리작가협회 상을 수상한 <비밀> 이라는 작품을 대면하였습니다. 음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요즘처럼 비쥬얼이 업그레이드된 작품들, 스케일이 거의 블록버스터를 방불케하는 방대한 설정 여기에 포로노그래피를 연상케 하는 적나라한 성애묘사등 독자들의 눈과 감성을 자극하는 작품들이 대세이고 이제는 독자들 역시 뇌성이 되었는지 몰라도 왠만한 스케일에 비쥬얼이 떨어지는 작품들에 대해서는 시큰둥하는 요상한 풍토가 서점가를 점령해버린지도 오래된것 같습니다. 모 이런 작품들이 독자들의 눈을 잡고 인기가 있는 것은 우선 재미가 있고 기존의 문학에 대한 선입관으로 인해 문학작품하면 으레껏 지루하고 현실과는 사뭇 동떨어진 이상향을 추구하는 교양문학일 것이라는 생각으로 인해 문학계 자체가 침체에 빠졌던 지난날보다야 훨씬 발전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환영할만 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단순한 가십거리정도의 흉내만 내고 인기영합에 편승한 작품들도 많지만 이젠 독자들의 수준자체가 상당히 높아졌기에 문학성의 후퇴니 흥미위주의 질적 악화니 내지는 상업성위주의 읽을거리니 하는 말들은 그 진위성을 인정받을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차원에서 히가시노 게이고는 비록 일본작가지만 시체말로 독자들의 가려운곳을 시원하게 긁어줄주 아는 작가라는 생각을 매번 그의 작품을 대하면서 느끼는 부분이고 이러한 점들이 국내에서도 매니아층을 가질 정도로 두터운 독자층을 가지고 있는 이유일 것입니다.

 

   특히 히가시노 게이고의 매력중 하나가 바로 요즘같은 눈이 부시는 뷰주얼이나 스케일의 방대함 없는 내러티브(아 패러독스 13는 외예의 작품이지만요) 로만도 충분히 독자들의 시선을 흡입하고 독자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반증을 보여주는 산증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무엇보다 소거법이라는 추리기법을 동원하고 셜록 홈즈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사건 해결자를 등장시키면서 내러티브의 촛점을 사건중심에서 인물중심으로 치환하여 독자들과의 공감대를 넓혔다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스키버스 사고로 인해 아내(의학적인 죽음)와 딸(의식적인 죽음)의 죽음을 맞이하는 상태에서 극적인 딸의 소생과 아내의 영혼이 딸에 몸에 빙의한 상태를 주축으로 진행되는 내러티브는 요즘 한창 이슈가되고 있는 오컬티즘 요소가 가미된 작품입니다. 뭐 영혼과 과학이라는 신비주의적 뉘양스가 있는 그렇고 그런 내러티브로 인식될 수 도 있는 그다지 임펙트가 강하지 않는 작품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말은 아닐것입니다. 근데 이번 작품이 왜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했을까요? 다소 의아한 생각이 들게 마련이죠. 하지만 좀더 자세하게 내러티브를 속을 들여다 보면 상당한 차이를 느낄수 있는 요소들이 많이 있다는 점이죠. 우선 우리가 흔히 접했던 오컬티즘적인 작품들과는 사뭇 느낌이 다른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대게의 경우 오컬티즘의 외형적인(흔희 빙의라는 개념이 가장 많이 인용되고 있죠) 형태에 대한 설정들을 많이 가미해서 이 부분에 중점을 두고 내러티브를 끌어가는 구도를 가지고 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번 작품을 통해서 오컬티즘이 발생한 이후의 현상들을 집중적으로 서사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띄는 부분입니다. 특히 무엇보다 한여름밤의 더위를 날려주는 오싹하고 섬뜩한 그런 느낌들 보다는 아버지와 딸, 남편과 아내라는 일상생활속에서 뗄레야 땔수 없는 가족간의 관계성을 중심으로 서사되고 있어 오컬티즘적인 느낌보다는 가족드라마를 보는듯한 느낌마저 줄 정도로 서사자체가 상당히 따뜻하고 애틋한 느낌을 줍니다. 이러한 뉘양스나 설정들은 한번쯤은 독자들에게 닥칠수도 있을법한 착가마저 불어오기에 더욱더 내러티브속에 빠져들게 하기도 하죠. 바로 이점이 이번 작품의 키워드이지 않나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부분입니다. 추리스릴러 소설 같으면서도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 내러티브와 설정들 마치 한편의 가족 드라마를 보는 듯 하지만 결말부분의 대반전은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해준다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으로 다가옵니다.

 

   전체적으로 이번 작품은 가족간의 사랑과 애정 그리고 가족 구성원들의 역활등 가장 가까운 사람관의 관계성에 대해서 한번 골똘히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여기에 한 여성을 두고 아버지와 남편으로서 살아가야하는 주인공에 대한 애정은 특히 남성독자들에겐 애잔한 감흥마저 불러일으키는 작품이기도 하죠. 물론 결말에 가서 돌변하는 반전은 처음에 와닿는 충격과는 별도로 두고두고 오랫동안 독자들의 머리속을 맴돌것으로 보이는 작품입니다. 이 부분이 이번 작품의 압권이기도 한데요. 전혀 상상치 못한 반전으로 인해 임팩트가 강하게 오는 설정보다 어느 정도는 살짝 예견하고 있었고 그리고 막상 그런 결과를 받아들이면서도 생각하면 할수록 그 강도가 배가되어 돌아오는 반전이 참 인상적인 작품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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