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의 비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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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노사이드> 의 감흥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는 상태에서 개인적으로 '다카노 가즈아키' 라는 작가의 호기심과 애착은 남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 출간된 그의 작품들을 대면하면서 상당히 매력적인 작가임을 재차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있을법한 뻔한 스토리를 상상치 못할 내러티브로 치환하여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독특한 매력이 남다른 느낌을 주었는데요.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K N의 비극> 역시 왜 다카노 가즈아키인지에 대해서 명확한 해답을 주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신간 <K N의 비극>는 '빙의'라는 초자연적인 현상과 '해리성 정신분열'이라는 과학적 분야을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흔히 우리가 말하는 종교와 신의 관점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무신론과 유신론 그리고 불가지론등에 대한 갑을박론을 하는데요 여기서는 왠지 불가지론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드는 소재를 기반으로 내러티브를 완성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상당히 민간함 사안을 다루면서 어느쪽의 손을 번쩍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초적인 근거만을 제시함으로써 작품을 읽는 내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이나 믿음 혹은 가치관에 대해서 스스로 물음을 던지게 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게 합니다. 여기에 남녀간의 사랑, 결혼, 그리고 임신과 낙태라는 메인 주제가 개인적인 차원을 떠나서 사회적으로 한번쯤은 생각해봐야할 이슈들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입니다.

 

   <K N의 비극> 은 작품의 서두인 프롤로그에서 독자들은 왠지 이번 작품이 비극적이고 호러물이지 않을까라는 암시를 받게 되지만 막상 본격적인 내러티브로 들어가면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흐르면서 심령학적이고 초자연적인 영역을 다루는 뉘양스에 다소 의아해할 수 도 있는 작품입니다. 빙의와 정신병 즉 과학과 심령이라는 쌍두마차가 내러티브 전반을 이끌어가면서 때로는 이성적으로 단호하게 판단하다가도 때로는 비이성적인 믿음으로 굳혀져가는 자신을 볼 수 있는 아주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여기에 다카노 가즈아키는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이 양측의 주장을 상당히 리얼하게 서사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더 혼란스럽게 한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성애의 묘사(아 정말 이부분은 왠지 낯뜨겁게 하기도 하면서 상당히 리얼하게 묘사하여 묘한 흥분감을 불어오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출산의 과정, 소파수술등의 서사에서 작품을 읽는 독자들의 숨을 가쁘게 하면서 그 상황을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어 현실과 픽션사이에서 방황케 하기도 합니다. 서사되는 스토리 자체가 한마디로 충격적이면서(뭐라고 해야할까요 보여주기 싫은 추태를 공식 석상위로 부상시켜 철저하게 난도질함으로써 수치감마저 들게 한다고 할까요. 예전에 드라마로 한때 붐을 일으켰던 임신중절관련 내용이 언뜻 떠오르고 영화로 보았던 빙의관련 내용도 선뜻 데자뷰되면서 이런 느낌을 더 강하게 쥐어짜고 있습니다.) 상당히 리얼하게 서사되고 있어 작품을 읽는 내내 독자들은 머리털이 머리털이 쭈빗쭈빗하고 온몸에 소름이 확 끼치면서 뭐 냉정한 이성은 뻔한 스토리라고 하지만 머리속은 온통 등장인물들이 막따뜨린 상황과 같은 긴장감을 독자들로 하여금 자아내게 합니다. 이는 다카노 가즈아키의 사실감있는 서사로 인해 작품을 읽는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그의 연출된 공간속으로 빨려들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정말 픽션과 현실 사이에서 그 판단기준을 허물어 버리는 기재로 작용한다는 점이 이번 작품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주목되는 부분은 '그 남자' 즉 가나미에 빙의한 구미를 임신케 한 그 남자에 대한 사유가 눈에 띄이더라구요. 독자들은(물론 다카노 가즈아키는 계속 그 남자를 강조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그 남자의 정체에 대해서 수 많은 소설을 쓰게 합니다. 앞서가는 독자는 혹시 그 남자가 슈헤이는 아닐까라는 상상, 혹여 의사인 이소가이는 아닐까라는 상상등) 그 남자의 정체가 이 빙의를 해결할 수 있는 키라고 생각하죠. 뭐 작가 역시 그러한 방향으로 몰고가고 있기도 하구요. 저는 여기서 다카노 가즈아키가 세상에 말하고 전하고자 하는 사유가 담겨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남자' 라는 지칭이 같은 의미를 좀더 깊게 생각해볼 필요성이 있는것 같습니다. 생물학적으로 여성을 임신케 할 수 있는 남자라는 단수형과 인류전체를 통틀어 여성보다 우월한 위치를 점하고 역사를 끌어가고 있다는 생각에 빠져있는 남성전체 이렇게 두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데 아마도 작가는 후자를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남성들이라면 정말 한번쯤은 고민해봐야할 소재인것 같다는 생각 강하게 전달되구요. 여기에 과학적 근거에 의해 정신질환으로 믿는 의사 이소가이 이에 반해 사령이 깃들었다고 믿는 작가 슈헤이 이 둘의 심리묘사와 나름의 논리도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상당히 오컬티즘적인 서사들이 많이 있어 새로운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심령주의적인 서사보다 어느 정도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사고체계가 다카노 가즈아키의 서사에 묻어져 있어 작품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상당히 헷갈리게 하죠. 독자들이 누구나에게나 한번즘을 있을 불가사의한 경험들이 작품을 통해서 슬금슬금 표면위로 올라오게 되고, 이러한 아련한 기억들이 갑자기 뚜렷하게 떠오르면서 내러티브의 설정들과 동일시되어 버리는 효과로 인해 더욱더 흥미를 자아내는 작품이라고 할까요. 아마도 다카노 가즈아키의 치밀한 전략으로 보여지지만 하여튼 이런 알토란 같은 맛이 돋보이면서 작품속으로 빠져들게하는 마력적인 힘을 지니고 있는 작품입니다. <제노사이드> 에 비해서 그 스케일은 상당히 작아보이는 독립영화같은 작품입니다. 워낙 <제노사이드> 의 스케일이 블럭버스터를 방불케할 정도의 방대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얼핏 다소 밋밋한 느낌을 주지만 내면적으로 들여다 보게 되면 이번 작품은 상당히 짜임새있는 스토리와 탄탄하고 철저한 오컬트적인 지식들로 무장하고 있어 깊이면에서 상당한 내공을 보여주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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