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석 달린 드라큘라
브램 스토커 지음, 레슬리 S. 클링거 엮음, 김일영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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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운 한 여름밤의 더위를 한방에 날려보낼 수 있는 영화 한 편을 고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손에 꼽는 것이 바로 '드라큘라 백작' 아닐까 싶을 정도로 드라큘라는 그이 본연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우리에게 친근함마저 느낄 정도로 한켠에 우둑커니 자리잡고 있는 존재입니다. 그 동안 수 많은 판본(각종 타블리판과 요약본등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읽혔던 다양한 형태의 드라큘라)과 영화(당시 좀 잘나간다고 여겨졌던 배우들이 드라큘라로 분하여 출연했더랬죠)를 통해서 전 세계인들의 뇌리 깊숙이 각인되어 있죠. 아마도 인종과 성별 그리고 종교등의 잣대를 떠나서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드네요. 특히 섹시한 금발 미인의 목덜미를 깨물때의 장면은 가히 압권으로 기억에 남는 이들이 많을 것입니다.

 

 

   자! 그럼 그 유명한 드라큘라에서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요? 음 우선 고향은 루마니아 혹은 헝가리 계곡 깊은곳의 城, 그리고 검은망토에 왠지 무도회장을 방불케 하는 나비넥타이 포스 여기에 포마드를 잔뜩발라 깔금하게 올백한 헤어스타일를 갖춘 젠틀한 복장의 신사 내지는 귀족 분위기, 항상 해가 지고 나서야 그 일상의 생활을 시작하는 야행성의 질주, 언제나 섹시하고 아리따운 금발의 미녀가 아슬아슬한 복장으로 파트너로 등장한다는 점. 참 한가지더 있네요. 십자가와 나무말뚝... 이렇게 드라큘라하면 가지고 있는 想은 극히 한정된 비쥬얼한 상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아마도 이러한 현상들이 드라큘라 본연의 모습이 아닌 흥행성 높은 자극적인 일부분이 확대재생산 되면서 불러 오는 진실의 오해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데요.(얼만전 개봉했던 '레 미제라블' 의 경우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원작을 접하면서 깨닫게 되었지만요) 사실 이번 책을 접하기전까지만 해도 드라큘라의 원작가가 브람 스토커라는 사실도 몰랐을 정도로 드라큘라는 세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것 같은면서도 실상 모르는 존재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네요. 그만큼 우리는 드라큘라라는 허상에 익숙해 졌다는 말이겠죠.

 

 

   이번에 선보이는 <주석달린 드라큘라>바로 이러한 허상과 환상 그리고 오해와 왜곡으로 점철된(?) 드라큘라 본연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간략하게 요약한다면 '드라큘라' 이전과 이후의 흡혈귀 문학과 그 영향력, 집필 당시의 시대상과 '드라큘라' 의 탄생 과정, 브람 스토커의 일생과 '드라큘라' 가 만들어낸 다양한 현대 문화 산업, 작품 속 등장인물과 실제 장소, 이동 경로와 지도, 실제 벌어졌던 사건 등 그야말로‘드라큘라’에 대한 역사적 논쟁과 연구들을 충실히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거의 논문과도 같은 느낌을 자아내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왠지 논픽션이라는 뉘양스를 가지게 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방대한 주석과 참 요긴한 부록과 뒷담화들을 통해서 제대로된 드라큘라를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센세이션을 불러 올 것 같은 예감마저 들게 하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왠만한 책들은 빨리 읽는다고 자부하고 있는 저였지만도 이번 작품은 정말 오래 오래 걸려서 읽었습니다. 우선 본문보다 더 방대한 양의 주석들이 탑재되어 있어 정말 드라큘라의 거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뭐 한 10일정도 예상하고 이 책을 잡은 독자들이라면 왠만하면 한달정도 진득하게 일독하라고 권하고 싶을 정도로 많은 정보를 체득하게 된다는 거죠. 무엇보다 <주석달린 셜록홈즈> 로 유명한 레슬리 S.클링거가 주석을 달아서 그런지 정말 권위있고 신빙성이 높다는 것이 이번 작품을 처다보는 재미이기도 합니다. 요즘들어서 <레 미제라블>,<안나 카레니나>,<위대한 개츠비> 등 고전들이 새롭게 영상으로 재탄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영화만 보고 원작을 보지 않는다면 진정한 쾌감은 반감되리라 여겨집니다. 시간의 한계상 영화에서 표현할 수 있는 키는 원작의 특징적인 몇몇씬 밖에 없기에 필히 원작을 같이 보길 권하고 싶네요. <주석달린 드라큘라> 역시 이러한 측면에서 기존에 남아있던 잔상들과 한번 비교해 보면 그 가치가 배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영화보다 더 리얼하고 재미가 있더라구요. 우리가 알고 있는 혹은 알고 있었던 흡혈귀 드라큘라는 잊어버리는게 좋을 듯 합니다. 이번 <주석달린 드라큘라> 는 드라큘라의 진면모를 새롭게 재조명하고 있는 작품으로 '드라큘라의 모든 것' 을 알 수 있는 적지않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이네요. "드라큘라를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만드는 매력적인 책이다" 고 평한 스티븐 킹의 말을 전적으로 동감하게 되더라구요. 특히나 후반부에 수록된 부록편과 드라큘라의 뒷담화들이 이번 작품을 한층 더 빛나게 하는 작용을 하고 있다는 점 독자들에겐 상당히 도움이 되리라 여겨집니다. 어떻게 드라큘라가 세월을 거치면서 세인들에게 정형화되어 왔는지에 대한 논거들은 메니아를 떠나서 상당히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는 것입니다. 참 여러모로 흥미롭고 재미있는 작품으로 책장에 두고 두고 찾아볼수 있는 백과사전같은 작품이라고 해도 무방하리라 여겨질 정도로 자꾸 손이 가는 작품이네요.

 

 

   막상 책을 접하는 순간 아~! 라는 감탄사가 절로 입밖으로 세어나올 정도로 분량이 만만치 않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하지만 다양한 검증자료와 꼼꼼한 주석(정말 감탄사가 절로 나올정도이며 심히 의심스러울 정도로 드랴큘라와 관련된 모든 것에 대한 나레이션을 볼 수 있네요. 그것도 구석구석 간지러운 곳을 긁어주는 효자손 같은)은 그 동안 독자들 뇌리속에 각인되어 있던 관념의 틀을 확 바꾸어 버릴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절로 손뼉을 치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거 한방에 독파하겠다는 생각만 접으면 두고 두고 읽을거리를 제공하고는 있는 묘한 매력을 가진 작품으로 보여집니다(저 개인적으로는 후반부의 부록과 뒷담화를 다른 논거들이 상당히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구요). 이번 책을 통해서 개인적으로 드라큘라를 보게 되는 시각이 180도 바뀌면서 드라큘라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네요. 뭐랄까요 단순하게 표지를 장식했던 드라큘라에서 생동감 넘치게 살아있는 존재를 확인했다는 느낌이 맞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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