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데이비드 화이트하우스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올리버 색스 만큼이나 특이한 이름의 소유자 '데이비드 화이트하우스' 의 <침대(BED)> 는 작품 제목도 상당히 특히 하게 다가오네요. 여기에 책의 표지 역시 특이함에 한 몫을 거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특이하고 유니크한 것은 다름 아닌 작품의 내용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는 것입니다. 처음 이 작품을 접했을때 표지의 잠옷같은 분위기로 인해 로맨스풍의 소설이지 않을까라는 맥빠진 느낌을 가지게 되었는데 작품속으로 들어가면서 '정말', '상당히', '매우', '엄청난' 이라는 단어가 머리속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유니크한 작품을 대면하게 된다는 점에서 <침대> 는 독특한 성정를 지닌 맬컴과 항상 형의 그늘에 가려 자존감을 상실해 나가는 '나'와 이 둘을 둘러싼 가족간의 일화를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아마도 이러한 가족의 이야기를 약간의 양념을 가해 살짝 비틀어 끊임없이 서사해 나갔다면 이번 작품은 그다지 주목 받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번 작품이 서두에서 유니크하다고 한 것은 다름아닌 '뚱보' 그것도 상상을 초월하는 가끔 해외토픽에서나 볼 수 있었던 640kg나 나가는 어마어마한 '뚱보' 맬컴과 형을 저주하면서도 사랑할수 밖에 없는 '나' 와 가족들이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뭐 이런 소재라고 해서 독특하다면 왠지 앙코가 빠진것 같다는 생각이 들것입니다. 바로 우리가 이름도 독특한 작가를 주목하는 이유가 지금부터의 점입니다. <침대> 는 그냥 엄청난 '뚱보' 를 단순하게 그리는 작품이 아니라는 점이죠. 화이트하우스는 이번 작품에 특이한 인물을 등장시킴과 동시에 '뚱보' 로 변해가는 과정과 그리고 보통의 사람들에겐 상상도 못한 뚱보들의 삶을 아주 적나라하게 마치 이들과 살아본것이라도 한 것 같은 세세한 부분같이 생중계를 하듯 독자들에게 여과장치 없이 그대로 흘려보낸다는 점입니다. 그렇다고 작가의 서사들이 보통인들이 보기에 왠지 추하다, 역겹다, 불쌍하다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것이 또한 주목할 볼거리중에 하나입니다. 작가 특유의 블랙유머와 섬세한 터치가 한데 어우러져서 내용 전반자체는 분명 침울해야만 하는데 그리고 침울할 수 밖에 없는 우울감이 뭍어나 있는데도 불구하고 작품을 읽는 내내 키득키득거리게 할 만큼 서사가 일품으로 다가오는 작품입니다. 오히려 이러한 감정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가슴 저편에 왠지 죄의식을 가지게 하는 역활도 한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이 작품을 대하면서 많은 독자들이(물론 저도 그랬지만요) 인터넷 포탈싸이트를 통해서 '뚱뚱한 사람' 를 검색해봤으리라 여겨집니다. 수치로만 600여kg이 감이 오질 않았지만 인텃넷 화면에 떠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더라구요. 우리는 이러한 사람들을 보는 시각이 일률적으로 고착화 되어있지만 데이비드 화이트하우스의 눈에는 색다르게 다가온것 같네요. <베드> 는 작품 전반을 지배하는 '뚱보' 맬컴과 그의 동생인 '나' 그리고 이들 형제에게 아낌없는(보는 눈에 따라서는 부적절한 사랑) 사랑을 선사하는 부모 이렇게 이상한 가족 이야기인것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내러티브의 내면을 보게 되면 '사랑' 과 '삶' 에 대한 아주 예리한 서사를 보게 된다는 점이 특이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왠지 작품속으로 들어가 다들 말리고 싶은 심정이 굴뚝같이 일으나는 작품이죠.

 

 

   "어른이 되는 것은 특별함을 포기하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 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하여 20여년을 침대에서 내러오지 않는 맬컴과 항상 형의 그림자에 묻혀 자존감마저 상실해 나가는 '나' 그리고 이런 아들들을 맹목적으로 보살피는 부모. 등장주요인물 3인방의 액면만 대충 훑어 봐도 범접하기 힘든 캐릭터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자기 색깔이 강한(동생이자 화자인 '나' 역시 물에 물탄듯한 자기색깔이 없는 존재감으로 비쳐지는 것 같지만 이 역시 만만치 않는 개성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등장인물들로 인해 독자들은 사랑과 상실 그리고 가족과 삶의 의미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찰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체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어슬픈 캐릭터였다면 아마도 그저 그런 블랙코미디로 전락할 수 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가져보게 됩니다. 자기의 역활을 묵묵히 수행해나가는 캐릭터를 들여다 보면서 안타까움과 애잔함을 느끼게 하죠. 마치 독자들 자신 스스로가 그 역활을 수행하는듯한 감정이입을 가져오게 한다는 것이 이번 작품의 특색중에 하나이지 않을까라는 생각 가져보게 됩니다. 전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과 같이 읽었던 밀란 쿤데라의 <삶은 다른 곳에> 에 등장하는 야로밀의 엄마가 자꾸 오버랩되더라구요. 맬컴의 엄마와 야로밀의 엄마 둘다 지구지순한 모성애를 아들에게 쏟아붓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왠지 맬컴의 엄마가 자연스럽고 무위적이다는 느낌에서 맬컴의 비만에 면죄부를 주고 싶어 지네요.


   전반적으로 이번 작품은 삶과 사랑을 바라보는 전통적인 방식을 거부하고 있는 색다른 사랑과 상실, 가족 그리고 삶에 대한 이야기를 접할 수 있습니다. 타인과 다른 방식의 길을 걷고 그 길에서 다른 방식으로 인생의 의미와 행복을 찾아가는 이들 가족의 조금은 특별한 이야기가 정해진 룰과 방식에 의해 만들어지는 인생의 의미와 행복 보다 더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조금은 기상천외한 발상이 가미되면서 '다름' 이라는 의미를 낯설지 않게 느끼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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