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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동 타이거스 - 2013년 제1회 한국경제 청년신춘문예 당선작
최지운 지음 / 민음사 / 2013년 3월
평점 :
우연치 않는 기회에 큰 범주에서 말하는(속칭 전문가들의 잣대이자 뭐 보편타당한 논거로) '성장소설' 을 연거푸 읽게 되었네요. 자크 스트라우스의 <구원> 과 최지운의 <옥수동 타이거스> 라는 작품을 주말 내내 손아귀에서 놓지 않고 읽었습니다. 사실 그 동안 성장소설이라는 장르는 어쩌면 뻔한 스토리를 가지고 뻔한 주인공들(대게 갑자기 닥쳐온 집안문제와 사춘기 모드로 인한 자기 정체성의 불투명과 친구들과의 갈등으로 인한 학교생활 이를 하나 둘씩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개인 내면적인 승화의 결실.... ) 그리고 뻔한 결과들을 가지고 있는 정형화된 구조로 인해 그 작품이 그 작품인 것 같은 그런 뉘양스가 많았죠(물론 폄하하는 소리는 아니지만 그닥 일독을 권해싶지 않는 게 솔직한 마음입니다) 그러다 보니 성장소설(청소년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의 한계성은 예견된 것이나 마찬가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구요. 그 밥에 그 나물에서 벗어날려고 하다보니 스토리의 과격성(약간 현실성을 결여해버리기도 하죠) 아이템의 비현실성으로 인해서 세칭 전문가들이 그려왔던 범주에서 궤도이탈을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어떨때는 그래서 굳이 이놈이 경계선을 왜 자를 대서 쫙 그어났을까라는 생각에 전문가들의 머리구조를 의심케 하기도 합니다. 아 참 물론 형편없는 저 개인의 생각입니다.
우선 저는 이번에 읽는 <옥수동 타이거스> 라는 작품을 성장소설(청소년 소설)의 범주로 보지 않는다 점입니다. 굳이 영역을 지정해서 작가가 의도하는 담론의 나래를 미리 제단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그런 엉텅리같은 범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비록 주인공이 청소년(비행 청소년으로 봐야죠)들이고 그 줄거리의 핵심이 베틀(좋게 이야기해서 그렇고요 까놓고 말하면 머리에 피도 안마른 새파랗게 어린놈들이 패싸움하는 내용이 주죠)과 용공고 폐교와 관련된 내용이지만 실상 조금만 살펴보면 여기에는 지금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거대한 담론(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개인적)의 치열한 베틀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사회소설이나 르포르타주 형식의 소설로 보는게 현실적이지 않을까 할 정도입니다. 공적인 영역의 담론만을 가지고 내러티브를 구성했더라면 아마도 신춘문예 당선은 물건너 가겠죠. 또한 역으로 개인적인 영역의 담론으로 내러티브를 끌었다면 전문가들 이야기하시는 그저 그런 성장소설로 남았겠죠. 하지만 이 둘의 영역이 서로 서포터를 해주므로서 내러티브 전체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켰다는 느낌이 강하게 옵니다.
여기에 공적인 영역과 개인적인 영역에서 결국 그 결과는 뻔하게 결말 된다는 것을 완전히 무시해버리는 공상적인 발상보다 이를 받아들이는 현실성을 가미함으로써 오히려 더 피해자측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독자들에게 어필될 수 있는 부분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신예작가이지만 그 내공은 왠만한 기성작가 빰을 칠 정도로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경영학 원론 인사관리에서 가장 우선시 하는 적재적소의 법칙을 이 만큼 철저하게 기법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몇몇 안되는 작가로 보여질정도 내러티브의 요소요소에 적절한 아이템과 스토리 거기에다 관중(오호장군을 열라 지지하는 층과 더불어 왠지 독자들도 모르게 그층과 하나가 되어 내심 쾌거를 부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죠)을 즐겁게 하는 다양한 형식(인터뷰,회고록,채팅창등)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어 한시라도 책을 벗어나게 하지 못하게 한다는 점에서 우선 성공적으로 보여집니다. 바로 이러한 끊임없이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으면서 작품과의 유채이탈 자체를 거부케 하는 것이 이번 작품의 가장 큰 덕목이 아닐까 싶네요. 뭐 문학적인 완성도니 필체의 수려함이니.... 아시죠 전문가님들의 뻔한 내퍼토리말이죠. 근데 사실 이러한 제도적인 부분들은 현실에서는 그다지 호응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죠(마치 캡틴 파이브가 허구헌날 오현장군에게 묵사발 나는 것처럼요) 바로 이런 점이 최지운이라는 이름 석자를 독자들 뇌리에 각인시키는 것 같습니다.
대게 신인들의 작품이 참신한 맛이나 기성 작가들에게 볼 수 없는 퓨어한 아우라를 무기로 모든 것을 용인 받지만 이 양반(제가 왠만하면 신인작가한테 이런 표현을 쓰지 않는데 절로 나오네요)의 이번 작품을 보고 있자니 솔직히 그런 맛은 하나도 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왠지 선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구요. 근데 기존 선수들에게 느껴지는 닳디 닳은 느끼한 맛이 아닌 뭔가 대형사건을 칠 것 같다는 그런 느낌이 들어서 마음을 사로 잡게 한다는 것입니다. 직전에 읽었던 <구원> 의 신예작가에서 느껴지는 포스를 그대로 받았습니다.
전체적으로 속이 후련(세칭 스펙을 다 갖추고 있는 캡핀파이브를 물리치는 오호장군의 활약상에)하면서도 마음을 짠하게 울리(극도의 자본주의 시스템논리와 특권계층의 강자의 힘이 드세하는)는 작품입니다. 그러면서도 희망이라는 메타포를 버릴 수 없는 이유를 직시해주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구요. 신예작가 답지 않는 도도한 필체가 어우어져 작품의 빛을 더해주고 독자들과 같이 소통하고 호흡할 수 있는 소재를 맛깔나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상당한 반향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인터넷창에서 파업창이 연속으로 뜨는듯한 유니크한 구조가 눈에 들어오고요 이로 인해서 독자들을 더 내러티브속으로 끌어들이면서 또 하나의 주인공으로 설정해버린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시간가는줄 모르게 정신없이 책장을 넘기게 하는 작품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