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받지 못한 사람들 1 민음사 모던 클래식 53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석희 옮김 / 민음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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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 은 한마디로 상당히 곤혹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특히나 가즈오 이시구로라는 명성과 더불어 그 동안 그의 몇몇 작품을 대했던 가슴 깊은 곳의 울림만으로 보게 되면 더욱 더 당혹스러운 느낌을 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에 상당한 분량까지 더해져 작품을 읽는 내내 내가 과연 어떤 위치에 있는 것이고 작가의 내러티브를 제대로 추적하고 있는 것일까? 라는 의문을 몇번씩이나 가지면서 앞으로 나갔던 작품이기에 솔직히 지금도 머리속이 혼란스럽네요. 과연 같은 작가의 작품일까라는 생각 달라도 변신해도 너무 다르다는 생각들 정말 작중 화자인 라이더 만큼이나 혼란스러운 작품이라면 침소봉대같은 생각일까요.

 

   자 첫 스타트 그러니까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피아니스트 라이더가 낯선 도시의 초청강연을 받고 호텔에 도착해서부터 대면하게 되는 포터 구스타프와의 만남은 그래도 봐줄만한 설정으로 출발합니다. 뭐 물론 여기에서부터 눈치 빠른 독자들이라면 왠지 이 작품 만만치 않게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죠. 쉴세없이 정말 숨도 안쉬는 것 처럼 주절주절대는 구스타트의 넋두리 아닌 넋두리에서 대충은 감이 오지만요(그리고 이 놈의 엘리베이트는 왜그리 늦는지 모르게 한없이 올라갑니다). 그래도 작품의 특성상 하나의 장치적인 설정이겠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앞을 향해 갈수록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독자들은 처참하게 그런 희망이 무너져 버리죠. 하지만 그 이후 등장하는 호텔지배인 호프만(솔직히 이 인간은 정말 말이 많아도 너무 많죠 이부분에서 전 약간의 짜쯩스러움을 느꼈으니까요), 소피와 보리스(이 둘이 등장하면서 독자들은 또 다른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뭐 일종의 기시감 같은 그런 심리학적으로 몽환스러운 분위기를 접하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혼란속으로 빠져들죠.), 브로즈키 등등등(정말 쉴세 없이 인물들이 등장하고 사라지고 다시 나타나고를 반복하면서 무슨 미로속에서 보물찾기 마냥 내러티브 전체가 꼬여 버립니다) 등장인물들이 하나 하나 출현하면서 이와 걸맞게 새로운 시간과 공간이 뒤틀려버리는 묘하디 묘한 설정들을 만나게 됩니다. 사실 이쯤오게 되면 플롯이고 내러티브고 뭐고 개의치 않고 그냥 책장을 넘기게 되어 버리죠.

 

   여기에 등장인물들의 성정 자체에도 상당히 곤혹스러운 면을 볼 수 있죠(참 뻔번해도 이렇게 뻔뻔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들이 들면서 왠지 이러한 뻔뻔함을 무채색으로 덧칠하는 서사가 오히려 더 얄밉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는 개인적으론 남의 말은 귀퉁으로 듣는 안하무인격인 성정들로 인해 혼란스러움이 가중되고 특히나 이런 사람들을 상대하는 우리의 주인공 라이더의 애매모호하고 우유부단한 행동들이 이런 감정들을 더 가중시킨다는 점입니다. 뭐갈까 등장인물들 모두다 철저하게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져서 그 세계만을 보고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전달되죠. 물론 마지막에 만나게 되는 전기공 사내는 제외하고요. 그러니까 도시민 등장인물들의 한결 같은(정말 시종일관 한결같다는 미덕을 보여줍니다) 비정상적인 언행을 보여주므로써 그리고 화자인 라이더가 여기에 살짝 동조하는 분위기인 입장표명을 불명확하게 함으로서 자신의 혼란을 독자들에게 이입시키는 현상마저 불러옵니다. 등장인물들 모두가 2% 부족함(아마도 이게 바로 그 결정적인 2%가 될 것 같은데요 바로 '위로' 이지 않을까 싶네요) 뭔가에 매달리는 부분들이 우리 고전인 구운몽의 몽환적 분위기를 떠올리게 합니다. 여기에 작품 저변을 흐르는 그로데스크한 색체에 블랙코미디를 능가하는 해학들이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상실하게 하면서 그냥 눌러앉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작품의 결말을 기대했던 희망마저도 산산히 부서버리면서 내가 뭘 읽었을까라는 허탈감을 사정없이 부여해버리죠.  

 

   뭔가 한차례 소나기가 지나가면 나아지겠지라는 안도감이 내러티브를 따라가면서도 오히려 계속해서 불안감을 증폭시킵니다. 가즈오 이시구로는 약간의 추리기법을 차용에서 독자들의 불안감을 유도하죠. (독자들은 라이더씨 입장과 시각을 따라가게 되고 왠지 그를 자기도 무르게 두둔하면서 뭐 이런 사람들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되고, 한편으로 생뚱맞는 처지에 놓이는 라이더씨를 위로 하면서 스토리를 밟아가게 되는 아주 묘한 설정을 만나게 됩니다.) 아마 이 역시 가즈오 이시구로의 교묘한 장치적 설정으로 또한 이번 작품은 누굴 위로해야하는지 아니 독자들 스스로가 위로를 받아야 하는지 정말 헷갈리게 하죠. 사실 이러한 설정들이 화두인 '위로' 라는 개념의 주체성을 상실케 하는 역활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품 전반은 그 누구에게도 제대로된 위로를 받아보지 못한 사람들의 삶과 제대로 위로를 해보지 못한 사람들의 삶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현대인의 자화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설정이지만 결말부분에 전기공 사내가 한 말 "무슨 일이든 그 일이 일어날 당시에는 언제나 최악의 상황처럼 여겨지게 마련이죠. 하지만 지나고 나면 아무리 나쁜 일도 생각했던 만큼 나쁘지는 않습니다. 기운을 내세요" 외에는 뾰족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가즈오 이시구로는 그 해답을 제시하지 않고 독자들에게 판단여부를 미루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파난은 어쩌면 우리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당위성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구요.

 

   사족으로 작품 전반을 흐르는 음악이라는 부수적인 소재가 훗날 <녹턴> 이라는 작품의 모티프 역활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음악을 위로의 형식으로 삼을려고 한 취지가 비슷하게 느껴지네요.(그런데 이부분도 재미있는게 그런 음악이나 음악가가 마치 존재하는것 같은 착각을 불러온다는 것이죠. 물론 소설이지만 상당히 허탈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이번 작품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정도 상당히 실험적인 작품으로 보여집니다. 특히 그동안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을 대면했던 독자들이라면 그 충격파가 더 클것으로 보이네요. 그래도 저 개인적으론 모던 클래식이라는 뉘양스와 가장 걸맞는 작품중에 하나이지 않을까라는 조심스러운 생각이 들고요, 카프카의 현신이 보이는 작품인 것 같았습니다. 비록 독자들은 이 작품을 통해서 인내력을 시험받게 되지만 이 또한 작품을 통한 '위로' 보다는 독자들 스스로 '위로' 라는 담론에 대해서 생각해볼 계기를 마련해 주는 거 같았습니다. 솔직히 그동안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들이 약간 서정적이고 여성적이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힘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네요(물론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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