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밀란 쿤데라 전집 1
밀란 쿤테라 지음,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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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들 농담을 한낱의 조소나 우스개 소리 정도라고 생각하기 마련이고 세인들에게 그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네는 별의미 없는 소일거리의 일종으로 받아 들여지는게 보통이죠. 그래서 농담이 가지는 질량적 위치는 정말 보잘 것 없는 가벼움으로 남기에 어디에서 누구와 부담없이 발설할 수 있는 가벼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밀란 쿤데라의 <농담> 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이러한 일반 보편적인 뉘양스와는 사뭇 다른 아니 엄밀히 따지자면 엄청난 차이를 주는 또 다른 농담을 접하게 됩니다. 오히려 '농밀하다', '걸쭉하다' 라는 표현이 가져다 주는 의미에 더 가까울 정도의 질량적 무게감을 한 없이 극대화 시키는 작품을 만나게 되는 것이죠. 왜 밀란 쿤데라는 이러한 작품에 <농담> 이라는 현판을 걸었을까? 이번 작품을 읽는 내내 가장 궁금했던 점이 바로 이 점이고 작품을 다 읽고 머리속으로 한번 정리하면서 <농담> 이라는 현판의 제의미를 알게 해주는 작품이었습니다. 마치 <농담> 은 체코사회주의 시대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밀란 쿤데라의 파토스이자 분신이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강해게 전해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직까지 밀란 쿤데라의 작품을 별로 접해보질 못해서 그의 작품세계나 사유 그리고 서사적인 부분에 대한 왈가불가를 할 입장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이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보다 더 뇌리속을 파고드는 질량적 부담감을 주는 작품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져보게 하네요.

 

   잘나가던 한 남성이 어느날 갑자기 연인에게 던진 농담같은 지극히 가벼운 멘트하나로 인해 트로츠키주의자로 몰리고 끝내 보장된 인생에서 강제적으로 일탈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복수와 증오를 다룬 치정극 정도로 마감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죠. 하지만 작가는 여기에 체코사회주의 전반에 대한 일련의 사유들을 덮어놓으므로서 새로운 스토리극으로 탈바꿈시켜 버립니다. 극히 질량적으로 가벼운 스토리를 끝없이 무거운 스토리로 돌변해버리는 것이죠. 붙임이 많았던 체코의 역사와 사회주의 전반에 대한 작가의 견해 그리고 이로 인해 구속되고 연결될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삶을 부가하면서 내러티브 자체를 걸쭉하게 끌어 간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이 독자들의 시선을 끄는 점은 밀란 쿤데라가 극히 개인적인 문제(사랑,애정,증오,복수)와 체코사회주의등을 비롯한 공적인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상당히 고급스러운 장치적 설정들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공적인 측면을 서사하면서 단순한 연대기식이나 사건중심적 서사방법이 아닌 체코 전통음악이나 '왕들의 기마행렬', '전통 결혼식' 등 상당히 부드럽고 가벼운 소재를 통해서 체코의 역사를 현대(사회주의 공화국체제)에 이르기까지 서사하면서 질량적 가벼움의 형식으로 무거움을 멋지게 소화해내는 설정이 가히 압권으로 다가오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각부에 등장하는 각기 다른 화자들을 통해서 전자와 정반대의 기법으로 개인들의 삶을 서사하는 방식이 서로 대립되면서 또한 융합되어 전체적인 내러티브를 농담처럼 가볍게 하고 동시에 걸쭉하게 끌어간다는 점에서 밀란 쿤데라가 아니면 어느 누가 창작할 수 있을까라는 감타사가 절로 나오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이러한 서사적 기법자체가 독자들에게 <농담> 이라는 제목을 이해하는데 일견 도움이 될 뿐더러 작품 전반에 대한 애착을 같게 하는 것 같습니다.  

 

   앞에서 읽어던 몇몇 작품에서도 그 특유의 섬세한 서사들을 이번 작품을 통해 다시한번 엿 보게 합니다. 옷걸이, 책상, 탁자, 침대,의자등 거의 무시해도 될법한 소품들에 대한 표현들이 엄청나다는 것이죠. 그냥 지나가도 될법한데도 밀란 쿤데라는 이들 소품에 상당히 깊은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눈과 머리가 아플정도로 꼼꼼하게 챙기게 합니다. 물론 결국 이러한 소품들에 대한 서사가 인물들의 심리묘사와 절묘하게 화합하면서 작품 전체를 더 감칠맛나게 하는 역활을 수행하는 것이죠. 또한 성애의 묘사부분 역시 노골적인 표현이 일반화된 요즘같이는 않더라도 독자들 머리속을 파고드는 야릇한 애로시티즘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절재된 노출수위가 가져오는 패티시즘적인 성애적 표현이 많이 인상에 남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밀란 쿤데라는 루드비크,헬레나,야로슬라프,코스트카 라는 화자을 통해서 당시 자신이 처해있던 체코사회주의 국가의 이율배반적인 국가정치체제, 그 체제속에서 갈등하는 지식인들의 삶 그리고 사랑과 애정이라는 근원적인 문제에 이르는 전반적인 문제들을 열거하고 상당히 위험한 수위의 사유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 화자들을 통해서 자신의 자전적 사유를 옮겨 놓았다고 볼 수 있죠. 밀란 쿤데라의 작품세계와 정치적 갈등이 아마 이번 작품속에 그대로 예견되어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구요. 하지만 달리 해석해야 할 부분도 있다고 보여집니다. 독자들은 작품속을 관통하는 큰틀을 체코사회주의 전반에 대한 비판적인 사유로 파악할수 있으나(작품속에서도 작가를 대변하는 등장인물들이 바라보는 시각도 얼핏 그렇게 비쳐지구요), 이러한 비판적 사유속에 은근히 자신의 조국에 대한 애착을 강하게 담고 있다는 점도 무시해서는 안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야로슬라프라는 인물을 통해서 작가는 붙임심한 체코역사에서 나름의 자부심을 되찾고자 했으며 코스트카를 통해서 종교와 사회주의라는 양립할 수 없는 구도를 재정립하는등 상당부분에 걸쳐 체코사회주의 전반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여줍니다. 이 역시 앞선 서사기법과 매칭되면서 언뜻 들어나지 않는 사유로 요소 요소에 배치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참 이러한 것을 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도 들게 하구요. 마치 철저하게 작정하고 기획되고 설정되고 연출되는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는 가벼운 스탠딩 농담을 보는 듯 하다가도 끝없는 심연으로 빠져드는 장중한 대서사시를 듣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오게 하죠. 

 

   참 그리고 헬레라의 등장이라는 묘한 부분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수없는 문제이죠. 다소 헤퍼보이면서 열정적이고 메조히스트적인 성향의 극단의 성격 소유자(농담으로 대변되는 가벼움과 그 이면의 또 다른 무거움)로 묘사되고 있는 부분 즉 뭐랄까 작가는 헬레라라는 인물들 통해서 이번 작품에 서사되고 있는 상반된 개념들을 한데로 모아 표출한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그리고 제목의 농담처럼 그 끝맺음이 딱 어울리게 보이는 묘사들 변비약을 한통 다 먹고 변기를 붙들고 있는 모습 엉거주츰한 걸음걸이 등등  작가는 헬레라의 죽음 일보 직전의 과정을 통해서 뭔가 커다란 암시를 내포하고 있는 듯 합니다.

 

"세계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어떠한 위대한 운동(혁명) 앞에서도 조소와 우롱이 용납될 수 없다는 것뿐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모든 것을 부식시켜 버리는 녹이기 때문이다."

"나는 실수로 생겨난 일들이 이유와 필연성에 의해 생겨난 일들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실제적이라는 것을 느끼며 전율한다."

   아마도 이 두 구절이 의미하는 바가 작품 전반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사적인 의미의 공간과 공적인 의미의 공간 모두 다 이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느낌 강하게 다가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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