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타 - 만들어진 낙원
레이철 콘 지음, 황소연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색다른 판타지/SF 소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레이철 콘의 <베타 - 만들어진 낙원> 는 전형적인 판타지/SF 장르의 작품이지만 여기에 로맨스라는 감칠 맛 도는 양념을 뿌려 놓으므로써 색다른 자극을 주는 작품입니다. 선조의 영혼만을 제거한 복제 인간 클론, 위성통신, 에버에이트(하늘을 날으는 자동차), 호버콥터등의 신개념 테크놀리지가 등장하면서 한층 발전된 판타지/SF 를 선보입니다. 그리고 짜릿한 로맨스가 작품 전반을 흐리고 있어 판타지/SF 쪽으로만 흐를 수 있는 내러티브에 상당한 변화를 주고 있네요. 발전된 면모란 다름아닌 작품 전반을 흐르는 기조의 전환이라고 할까요. 뭐 판타지 매니아들에게 총맞을 각오로 한마디 한다면 기존의 판타지/SF 계열의 작품들이 화려한 백그라운드와 이에 버금가는 돌비 스트레오를 앞 세워 비쥬얼에 중점을 둔 매우 다이나믹한 서사가 주종을 이루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독자들 역시 이러한 강한 임팩트에 길들여지게 되고 왠만한 충격으로는 호응을 받기 힘든 것 역시 사실이었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는 작품들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이번 작품이 색다르고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는 것은 이러한 강한 임팩트적인 장치 없이도 독자들의 상상력을 충분히 자극할 만한 스트럭쳐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고 할까요. 

 

 

또한 독특한 점이라면 기존의 판타지/SF 장르에서 볼 수 없었던 구도(아니 컨셉트라고 하는게 맞을 수도 있겠네요) 를 전개하고 있다는 점이 차별화된 작품으로 보입니다. 그 동안 이와 유사한 작품들의 공통된 특징은 서사의 한 가운데 인간이라는 존재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이죠. 제아무리 시공간을 넘나드는 테크널러지의 결정판 속에서도 결국 인간이 그 중심에 있고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그런 구도의 작품들이 거의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베타> 라는 작품은 이러한 전형적인 컨셉트를 따르지 않고 작가 자신 고유의 다른 컨셉트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시제품 클론을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복제 인간인 클론이 서서히 인간화 되는 과정에 그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죠. 인간으로서 느껴야 할 감정들과 기억들을 하나씩 체득해 가면서 진짜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면모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스토리를 지금 시점에서 다 파악할 수 는 없지만 이번편의 내러티브만으로도 이런 느낌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는 거죠. 여기에 달짝지근한 로맨스를 가미함으로서 분위기 자체를 들뜨게 하지 않는다는 점이 특이할 만한 점입니다.

 

으레 판타지/SF 계열이라면 자극적이고 강렬한 서스팬스의 파토스를 원하고 이에 익숙한 독자들이라면(물론 이런말 하면 메니아들에게 돌을 맞을지도 모르겠지만요) 이번 <베타> 리는 작품은 다소 실망감을 가져줄 지도 모르겠네요. 작품 전반에 걸쳐 뭐 하드하고 격한 내러티브를 볼 수 없는 다소 밋밋한 작품으로 여겨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보니 싱겁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고 뭔가 특별한 것을 상상했던 독자들이라면 다소 실망할 수 있는 작품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이번 작품은 격한 숨소리를 느낄 수 있는 그런 박진감 넘치는 내러티브와는 사뭇 다르게 잔잔한 흐름을 보여 주지만 엘리지아와 타힐을 둘러싼 클론들의 정체를 추리기법을 사용하여 디펙트 클론들의 정체를 파헤쳐 가는 방식을 취하면서 독자들의 눈을 끌여 들입니다. 음 길게 말하지 않고 <베타> 만큼 차분하게 읽을 수 있는 판타지/SF 도 없을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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