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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파일 ㅣ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24
최혁곤 지음 / 황금가지 / 2013년 1월
평점 :
솔직히 최혁곤이라는 작가나 그의 작품에 대해선 이번 <B파일> 을 접하기전까지만 해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처음 접했을때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았고 대충 어림짐작으로 요즘 출판계의 대세인 엔터테이먼트류의 그렇고 그런 작품으로 생각했더랬습니다. 왜 그런거 있잖아요 잘나가는 제약회사의 특효약을 카피하여 무임승차 하려는 시도처럼 대세에 편승하여 살짝 플롯과 내러티브를 변형하여 흥미 본위 위주로 서술해 나가면서 희석해 버리는 경우들 말입니다. 사실 이러한 작품들 많이들 있는 것도 현실이고요. 워낙 요즘 독서 흐름 자체가 오랜 생각보다는 읽는 당시의 흥미를 우선시 하다 보니 우후죽순격으로 이 장르의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 같다는 생각에 큰 기대감 없이 출발했습니다.
대체로 흥미본위에 집중하다 보면 속빈 강정처럼 남는게 없고 사유에 올인하다 보면 시쳇말로 재미없는 소설로 독자들에게 외면당 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 아닌 딜레마에 빠져 있는게 요즘 풍토이기도 합니다. 이러면에서 이번 작품은 크게 숨막히는 추격전과 도망전이라는 흥미와 조선족 문제 개인신상의 보호문제등 다소 무거운 주제를 절묘하게 섞어 놓아다는 점에서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라는 작품과 오버랩되는 부분들도 있지만 또 다른 재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동안 외국작가 특히 일본작가들의 작품에 비해 파워게임에서 밀렸던 국내 작품에 대한 하나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길라잡이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가져보게 되고요. 우리도 이렇게 흥미로운 소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자체가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판 블록버스터로서 손색 없을 만큼 시각적인 면이나 내러티브의 짜임새, 등장인물들의 유니크한 특징등이 먹음직스럽게 잘 버무러져 있는 작품이라 할까요. 한마디로 진흙속에서 진주를 건진 그런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약간 러프한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이만하면 다음 작품의 기대감을 증폭시키리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번 작품은 흥미 이면에 조선족(새터민등) 문제를 자기 정체성으로 볼 것이냐 대한민국 사회의 비뚤어진 폐쇄성 문제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 해외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시각과 대접은 그대로 옛날 당했던 방식을 재현하다 못해 더해지고 있는 우리사회의 문제이지 않나라는 개념들과 조지 오웰의 <1984> 에 등장하는 빅 브라더를 연상케 하는 우주그룹의 빅 데이터라는 또 하나의 독재를 보여구고 있다는 점입니다. 개인들의 신상명세가 천하에 공개되고 일부 특정권력에 독점됨으로써 사람을 인격체가 아닌 자본주의 시스템속의 하나의 유기체에 불가한 파일(데이타)로만 인지되는 세상에 대한 경고와 이를 파헤치는 힘 없는 개인들의 노력만으로는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다는 느낌을 강하게 전해주는 디스토피아적인 뉘양스도 강하게 비쳐지고 있습니다.
또한 특이한 점은 마지막 에필로그를 접하면서 다소 황당한 느낌을 받게 되죠. 그동안 숨막히는 내러티브를 따라 온 독자들은 더욱 더 갑자기 등장하는 시츄에이션에 당황하지만 요게 이번 작품의 별미인 것 같습니다.(개인적으론 뒷맛이 무거웠는데 북측 VIP의 등장으로 인해 산뜻하게 한번 웃을수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드네요) 왜 프롤로그를 별 생각없이 뛰어넘어(그럴수 밖에 없는 것이 전체적인 내러티브와 아무런 연관 고리 없는 별개의 내용으로 비쳐지지 때문이겠죠) 처음과 끝을 이번 같은 구도로 편성했다는 것이 제 개인적으로는 다카노 가즈아키의 <제노사이드> 와 비견해도 크게 손색 없을 정도로 숨막히는 내러티브의 향연이 눈에 띄는 작품입니다. 이번에 이인화 작가는 <지옥 설계도> 라는 작품으로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했고 그 반응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이번 계기로 국내 작품들도 충분히 경쟁력있고 재미있다는 사실 그리고 독자들이 갈망하는 작품들이 다수 선을 보였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