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치-22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6
조지프 헬러 지음, 안정효 옮김 / 민음사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막상 책을 덥고 인터넷 포탈싸이트에서 검색해 보니 정말 엄청난 작품이더라구요. 물론 책을 접하면서 예사롭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정도로 유명한 작품인지 몰랐다는 점에서 다시한번 문학작품에 대한 저의 무지가 부끄럽게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그동안 전쟁을 모티브로 한 수 많은 작품들이 있었지만 <캐치-22> 만큼 그 속내를 적나라하게 서사한 작품은 없으리라 여겨질 정도로 조지프 헬러는 '전쟁' 에 관한 모든 것을 솔직담백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아마도 너무 솔직해서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기도 하지만요). 전쟁과 국가 그리고 사실상 전쟁과 가장 관련성이 깊은 개인(직접 참여자인 군인인 개인과 간접 참여자인 민간인을 망라하여)들이 느끼는 전쟁의 본질과 그들의 심리상태를 유머러스하게(실상은 상당히 슬픕니다) 표현한 블랙 코메디처럼 가볍게 다가오는것 같지만 실상 이 작품속에 담겨져 있는 담론은 정말 많은 점을 느끼게 합니다.

 

우리 인류 역사에서 그 어떤 담론보다 오래되었고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듯이 인류와 전쟁은 같은 행보를 해왔습니다. 규모면에서 그 차이가 있을 뿐이지 지금도 세계는 각종 전쟁속에서 살아가고 있고요, 그러다 보니 각 문명권의 신화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전쟁은 문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기도 하고 몰락의 길을 재촉하는 촉매제가 되기도 하죠. 이렇듯 전쟁은 인류가 표방할 수 있는 가장 공식적이고 면피적인 면를 가지고 있는 동종몰살 프로그램으로 우리 인류은 지구생태계 타종이 개발하지 못한 잔학성(지구상에 존재하고 존재했던 그 어떠한 종들도 동종끼리 몰살하는 프로그램은 만들지 않았다는 점에서 역시 우리 인류는 독보적인 존재(흔히들 거룩하신 신으로부터 선택받았다고 하죠)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잔혹한 종이기도 합니다)을 대의명분이라는 그럴듯한 정당성으로 포장하여 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대의명분이라는 대 가치관속에서 모든것이 희생되어지고 혹은 동일시(면제되는) 되는 전쟁의 역사는 그야말로 우리 인류의 치부이자 또 다른 한편으로는 누군가의 구원이기도 한것이죠. 

 

<캐치-22> 는 제2차 세계대전을 무대로 이탈리아의 피아노사라는 섬의 미 공군부대 기지를 무대로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모습을 서사하고 있습니다(참 여기서 피아노사섬은 작품의 무대와는 정반대로 아주 작은 섬에 지나지 않지만 독자들에게는 아주 거대한 섬으로 인지됩니다. 아마도 작가는 전쟁이란 바로 이런 착각 즉 의도된 착각에서 출발한다는 생각을 그대로 전해주고 싶은 의도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갖게 하구요). 전쟁의 모든 것이 장군승진이라는 목표에 달성하기 위해 장병들을 사지로 내모는 캐스카드 대령, 전쟁을 통해 부를 획득하고자 하는 마일로, 민간인을 아무런 죄책감없이 살해하는 알피, 대인기피증에 걸리수 밖에 없는 메이저 메이저 그리고 미칠수 밖에 없는 요사리안, 몸을 팔아야만 생을 이어갈수 밖에 없는 창녀들 이렇듯 <캐치-22> 는 전쟁이라는 매게로 이어질 수 있는 모든 인간군상들의 면모를 잡아내고 있습니다.

 

작품의 스트럭쳐 역시 내러티브만큼이나 특이한데요 각각의 쳅터 마다 대표인물을 명시해 놓고 있지만 막상 서술되는 내용들은 대표인물과는 거리가 먼듯한 인상을 강하게 주고요 등장인물들의 대사 역시 축약형 버전으로 처리해서 꼼꼼히 읽어봐야 그 진실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으며 19금을 방불케하는 속어, 정사 묘사등 상당히 유니크한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상인 사고를 지니고 있는 사람을 찾을래야 찾을수 없을 만큼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 모두가 비정상적이지만 작가는 이러한 인물들을 묘하게 상호 연결하여 스토리를 꾸려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마치 전쟁은 미치지 않고는 정상적인 형태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력한 메세지를 던져주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열병식에 완전히 맛이 간 세이코프 처럼 인간들을 일렬종대로 길게 세워놓고 그렇게 세워 놓은 인간들의 이야기를 단하나 쉬지 않고 서술해 나가는 구조가 다소 의아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전쟁이라는 자체가 인간군상들을 배제하고는 말할 수 없듯이 작가는 이러한 인간들 이야기속에 전쟁과 국가, 경제, 사회, 인간이라는 패러다임을 들이대고 있는 것입니다. 마치 어느 누구도 전쟁에서 자유로울수 없다는 듯이요

 

'국가의 명예와 인간 개인의 존엄성' 이라는 담론 사이에서 과연 전쟁은 누구를 위한 도구인가에 대한 작가의 의식이 담겨있는 작품으로 비록 제2차세계대전이라는 흘러간 과거의 전쟁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현재 그리고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전쟁에 대한 서사라고 해도 틀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마일로 대변되는 '국가관' 는 향후 전개될 국가관과 상당히 일맥상통한 면모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얼마전 접했던 오르한 파묵의 <제브데트씨와 아들들>에서 나오는 국가관과도 사뭇 다른 형태(물론 동서양의 차이점이고 하지만요)를 띄고 있어 극상의 자본주의시스템을 보는듯한 착각을 일으키네요(그리고 실제 우리는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고요).

 

굉장히 무거운 담론들을 가장 유치하게(아마도 작가의 의도인 듯 합니다. 그러니까 전쟁이라는 엄청나게 크고 공식적인 명분들이 실상 속내를 들여다 보면 유치하기 그지없는 의도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에서 그에 딱 합당한 서사들 역시 유치할수 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담아내고 있는 작품으로 가장 치부적인 면을 가장 유머러스하게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더이상 특별한 의미의 서사로 풀어간다면 작가가 주장하고자 하는 담론 그 자체가 힘을 잃어버릴것 만 같은 그래서 오히려 이러한 표현들, 인물들의 심리상태등이 전쟁의 비참함을 그대로 전달해주지 않을까라는 생각 절로 들게 합니다. 사족이지만 오래전에 국내에 소개되었던 가브리엘 살바토레 감독의 <지중해> 라는 영화가 연상(물론 미군도 아니고 이탈리라군대가 주인공이지만 전쟁의 실상을 정확하게 집어내고 있습니다)되어지고요 특히 <포트리스> 는 이번 작품과 계속해서 오버랩되더라구요. 이 작품을 원작으로 영화화 되었다고 하는데 국내엔 소개가 되지 않았은것 같아 아쉬움을 더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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