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민음사 모던 클래식 58
모옌 지음, 심규호.유소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드디어 2012년 노벨 문학상이 발표되었고 그 주인공으로 인해 중국대륙(이 사람이 원래 오바하는 기질은 있지만 그래도 부럽긴 하네요)은 환호에 빠졌습니다. 물론 2000년 가오싱젠이 수상을 하였으나 정치적 망명을 한 결과 정작 자신의 고향에선 금서로 낙인찍혀 외면 당했지만 이번 수상자 모옌의 경우는 오리지널 중국 작가라는 점에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것 같습니다. 혹자는 노벨상이 대륙적 분배 차원 내지는 정치적 논리를 무시할 수 없어 순환 수상으로 당초의 취지에 맞지 않게 변색되어가고 있다고 하지만 수상한 작가들의 작품을 대면하게 되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르겠구요.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모옌의 <개구리> 를 대하면서 그런 생각이 더 강하게 듭니다. 오히려 늦은감이 있다는 생각이 더 들구요. 그만큼 모옌의 작품세계는 세계인들에게도 인정을 받을 만큼 내면의 깊이가 강하게 와닿는 것 같습니다. 비단 <개구리> 라는 한 작품을 읽고 전부를 제단할 수 없겠지만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는 격언처럼 미루어 짐작하는데는 별 무리가 없어 보이네요.

 

모옌의 <개구리> 우선 작품 제목만 봐도 갸웃뚱 해지면서 왠지 그로데스크한 느낌(특히 표지에 그려져 있는 개구리의 쫙벌린 사지의 모습과 검은색이라는 점이 특히 그런 느낌이 주네요)을 강하게 줍니다. 이렇듯 표지나 제목에서부터 드는 느낌이 작품속으로 들어가보면 상당히 미묘하게 작용을 하는것 같더라구요. 우선 작품의 소재 자체가 그렇습니다. 중국 대륙의 산아제한 정책인 '계획생육' 과 이를 현장에서 지켜봐야 했던 완신(고모) 그리고 그러한 중국 현대사의 어두운 단편을 풀어가는 커더우(이 이름도 재미있죠 '올챙이' 라는 뜻이니까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작가 자신으로 봐야겠죠)을 통해 내러티브의 전반에 상당한 요인들이 숨겨져 있고 각각 흩어져 있는 사조나 담론들이 상당히 정치적 뉘양스를 띠는 무거운 요소(특히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국가정책에 대해서 대놓고 왈가불가할 수 없다는 점등에서요) 이지만 모옌은 아주 적절하게 배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간문과 희곡을 혼합한 작품 스트럭쳐가 묘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이러한 구조는 마치 산아제한 정책을 고발하는 듯 하면서도 정작 고발자 자신은 쏙 빠져나가 전지적인 입장을 취한다는 느낌과 아예 독자들에게 그 판단을 넘겨 버린다는 느낌을 주는데 이러한 구성이나 느낌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서 오히려 독자들의 심금을 자극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노벨상감이라는 생각 절로 드네요

 

글쎄 아주 비슷한 문화권을 형성하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이번 작품은 뭐랄까 여러모로 많은 정신적 유대감을 갖게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도 한때 둘도 많다 하나낳아 잘 기르자, 잘키운 딸하나 열아들 부럽지 않다라는 섬뜩하리 만큼 강력한 표어가 버젓이 거리를 도배했고 대한뉴스를 통해서 인구정책을 홍보했으며 다양한 세제로 불이익을 가했고 정관수술을 받으면 예비군훈련을 면제해주는 중국에 못지 않게 난세스적인 행동을 해왔다는 측면에서 <개구리> 가 묘사하고 있는 내용은 상당한 교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동북아시권에서 유교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공감대가 이번 작품을 읽어 나가는데 수긍과 안타까움 그리고 국가에 대한 분노 혹은 좌절 내지는 체념등 많은 면에서 충분하게 국내 독자들을 설득시킬 것으로 보여집니다.

 

소문난 잔치집에 먹을것 없다라는 말은 잊어도 될성싶을 정도로 <개구리> 는 스트럭쳐면에서나 내러티브의 짜임새, 등장인물의 심리묘사(참 이부분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한소공의 '마교사전' 만큼이나 등장인물 개개인들의 심리묘사가 정말 압권입니다. 적절한 속어와 비어등을 썩어 가벼운듯 보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묘사들이 우리 삶을 오히려 더 정확하게 대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수긍이 갑니다. 그리고 정말 재미도 있구요)등 거의 모든 면에서 괜찮은 작품임에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전 커더우의 친구인 리서우가 말했던 "그게 바로 문명사회거든, 문명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모두 연극배우, 영화배우, 탤런트, 만담가야 사람들 모두 가 연극을 하고 있잖아 사회가 결국 거대한 무대 아니겠어? 갑작스러운 일을 해결하는 최상의 방법은 조용히 앉아 변화를 지켜보고 물 흐르는 대로 흘러가는 거야" 대사가 작가인 모옌이 이 작품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진심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갖게 하네요. 전반적으로 중국문학에 익숙하지 않았던 저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여타 노벨상 수상자들의 작품보다는 솔직히 쉽게 아니 아주 편안하게 다가왔고 가슴으로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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