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골목의 추억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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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모토 바나나의 유명세와는 무관하게도 개인적으로 바나나의 작품을 대했던 기억이 없네요. 기껏해야 모던클래식 시리즈의 <키친> 이라는 단편집이 고작이었던 같아 이번 <막다른 골목의 추억> 에 많은 기대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작품 역시 또 단편집이네요. 뭐 단편집을 싫어 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왠지 장편소설에만 익숙해져 있다 보니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작가의 진정한 매력을 집약적으로 느끼는데는 짧막한 단편소설만한 것도 없으리라 생각되어 지네요.

 

<막다른 골목의 추억> 은 다섯편의 짧막한 이야기를 모은 단편집입니다. 그중에 정말 짧은 이야기 두편도 포함되어 있지만 대체적으로 깔끔한 구성을 이루고 있습니다. 철거 직전 맨션에서 보게된 노부부의 유령을 소재로 가업을 이어가는 두 젊은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유령의 집' , 어느날 구내식당에서 먹은 카레로 인해 인생을 새롭게 깨닫게 되는 '엄마', 얼핏 보게 되면 뭐 이런 스토리에 열광할까라는 생각도 가지게 됩니다. 특히나 다들 뭔가 삶에 치여사는 왠지 모를 슬픔이라는 주제가 일목상통하게 흐르고 있어 가슴한켠이 약간은 답답하게 느껴지기고 합니다.(물론 이러한 느낌이나 표현은 극히 개인적인 견해이기도 하구요) 또한 저 같이 감수성이 떨어지는 독자라면 약간은 시큰둥해지는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작품의 끝으로 갈수록 왠지 모를 심리 코칭을 받는듯한 편안하면서도 놓치기 싫은 그런 내용들인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이번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을 대하면서 전 아사히 맥주가 머리속에 떠오르던군요. 드라이 하면서도 목넘김이 부드럽고 그러면서 유리잔에 남아있는 버블링을 떠올리게 되네요. 뭔가 알 수 없지만 거품의 흔적처럼 그 잔상들이 오래가는 것 같습니다(긴박함이나 속도감이 없는 내러티브와 문체들이 슬로 푸드가 몸에 더 이롭듯이 더 오랫토록 깊숙이 자리 잡는것 같습니다) . 솔직히 이번 다섯편의 단편들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개연성이 상당히 높게 보이지만 그리고 자꾸 허구라는 생각을 갖게도 하지만 막상 우리 주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마치 우리들의 내면세계를 담아내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에 모든 것을 다 덮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정말 우리 주변에서 발에 치이는 평범한 돌맹이 한조각 같은 느낌이지만 왠지 발이 아픈는 것 보다 발에 치인 돌맹이가 더 걱정스럽게 느껴질 만큼 가슴 한켠을 애잔하게 하네요. 요시모토 바나나의 다른 작품세계를 거의 접해보질 않아서 단언하기 힘들지만 아마도 이렇게 지극히 평범함 속에 숨어 있는 형용하기 힘든 거대한 느낌과 그리고 누구나 한번쯤은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일어날 수 있을 것만 같은 스토리들을 참으로 감성적으로 맛깔나게 끌어가고 있다는게 그녀만의 독특한 매력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개인적으로는 한없이 깊은 수렁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느낌(음 힘을 쫙 빼버린다고 해야할까요)이 왠지 탐탁치 않지만 정신없이 바쁜 일상생활속을 다람쥐 챗바퀴 돌듯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가을비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네요. 그 만큼 참 아름다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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