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스 1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은선 옮김 / 민음사 / 201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참으로 묘하디 묘한 추리스릴러(딱히 장르에 정의를 내리기 조차도 묘합니다만 내러티브의 큰 줄기를 봐서는 추리스릴러라 해야할 것 같아서요)를 만나게 되었네요. 음 그리고 1843년에 실재로 발생한 키니어와 몽고메리의 살인 사건을 차용한 팩션이라는 점과 내러티브를 이해하기 위해서 캐나다의 전반적인 역사와 문화(대이민의 시대, 정치, 사법, 여성에 대한 시각등)을 동시 아우러야 하는 역사성까지 가미된 복합적인 뉘양스를 풍겨주는 작품입니다. 이러한 부분들이 마거릿 애트우드여사의 전작이었던 <눈먼 암살자>를 리뷰하는 느낌을 강하게 전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번 <그레이스>가 독자들에게 주목받는 것은 아마도 가장 여성스러운 필체를 느끼게 하기 때문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앞서네요. 물론 <도둑신부>을 통해서 막간의 여운을 남겼지만 팜프파탈적인 면을 강조하다보니 부더러운 맛은 덜했던 것이 사실이죠. 뭐 이번 작품도 살인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1인칭 형식의 독백으로 표현되는 부분들에서 다소 강하디 강한 맛을 풍기는 것이 사실이지만 전반적인 흐름은 상당히 여성적인 필체가 강하다는 거죠. 그동안 작가의 여타 작품을 접했던 독자들이라면 다소 싱겁고 유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실존했던 역사적 사건과 이를 픽션으로 담아낸 공간 그리고 이 둘을 조화롭게 믹싱해나가는 내러티브의 힘은 역시 마거릿 애트우드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할 만큼 강인하게 다가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레이스> 읽는 독자에 따라 그레이스의 범행을 미필적 고의(중간 중간 그녀의 독백속에서 그런 유혹을 강하게 받게 됩니다)로 볼 것이냐 적극 가담자 혹은 방조자로 볼 것이냐등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이중인격신드롬등 정신의학적인 측면이 대두되고 심령술등의 사이비 과학 그리고 종교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등이 첨부되면서 실상 그레이스의 범행에 대한 가부적인 측면보다는 당시 캐나다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오히려 더 부각을 받고 있는 설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작가의 의도된 스트럭쳐인지 분간할 수 없지만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마거릿 애트우드 여사의 그동안 작품속에 반영된 역사관으로 보았을때 충분한 개연성이 있지 않나 생각되어 지고요, 그래서 달리 보면 약간은 지루한 느낌도 배제할 수 없는게 사실이죠(특히 '홍수' 나 '인간종말리포트'를 먼저 대했던 독자라면 더욱더 그런 느낌 강하게 듭니다). 대이민의 시대부터 캐나다의 역사와 문화 전반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는 상태에선 더 그런 느낌이 강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작품은 애트우드여사의 매력을 한껏 맛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단언하고 싶어지는 부분이 바로 상기의 불편한 진실을 참 교묘하게 엮어 놓았다는 점일 것입니다. 한쪽으로만 치우칠 수 있는 사안들을 상호 보완적으로(뭐 정확히 말하자면 필요악적인 단어가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없어서는 안되지만 그렇다고 한쪽은 슬그머니 억누르고 한쪽을 부각할 수도 있었지만 작가는 이 둘의 요소를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로 작품을 끌어가고 있죠. 그래서 추리 스릴러와 역사성이 서로 부합되고 독자들로 하여금 팩트라는 기시감을 초장부터 부여해 버리지 않았나, 뭐 그런 느낌 강하게 들게 합니다)엮어가는 내러티브가 바로 애트우드여사의 매력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전체적으로 엔터테이먼트 장르나 정통 추리스릴러 장르에 익숙해져 있는 독자들이라면 내러티브의 속도감이나 클라이막스 부분의 반전등 스토리 전개에 다소 실망감을 감출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1인칭과 3인칭이 혼합되어 주인공 그레이스의 독배과 그레이스를 관찰하는 조던박사의 관찰일지 그리고 수없이 주고 받는 서간문등이 혼재되어 있어 다소 지루한 전개감을 맛보게 하기 때문에 충분한 인내심을 가져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부분들이 이 작품을 빛나게 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지루하지만 왠지 화자들간의 미묘한 심리게임(어떻게 보면 뻔한 결론에 이르겠지만 그 결론을 도출해 나가는 과정들이 상당히 흥미진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이 독자들로 하여금 상상에 나래를 나름대로 펼쳐나가게 하기 때문입니다. 작품을 다 읽고 독자 저마다 유죄 혹은 무죄에 대한 나름을 판단을 이끌어 내고 있다고 보면 맞을 것 같네요. 단순한 살인사건을 캐나다의 전반적인 역사와 런칭하여 대서사시를 엮어가는 과정이 매력적인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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