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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 한국고대사 해외 유적
신형식 지음 / 주류성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중국의 동북공정 프로젝트는 참으로 요상한 논리를 앞세우고 있습니다. 다 아시다시피 현재 중국인민주의공화국 영토내에서 벌어진 현재는 물론이고 과거의 모든 사건들(우리는 이를 흔히 역사라고 지칭하죠)을 자국사로 인식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뭐 어떻게 보면 일리있는 이바구라고 생각도 들겠지만 이런 논리의 잣대를 세계사에 접목시켜보면 상당히 황당한 경우가 발생하게 되어 있습니다. 북미대륙에서 번창했던 체로키나 이로쿼이 역사를 미국사로 편입시켜야 하고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로마사 역시 영국, 프랑스, 터키 역사로 새롭게 단장해야 한다는 논리와 정확하게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세계사에서 이런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학자나 대중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런데도 중국은 왜 이렇게 무리수를 두고 자국사 확대 재생산에 나아가는 것일까요 아마도 작금의 중국 정세와 맞물려 있을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됩니다. 흔히들 우리는 미국을 대표적인 다민족 다인종 국가라고 생각하고 중국을 우리와 비슷한 단일민족국가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중국 역시 다양한 민족과 인종들을 뭉쳐놓은 국가라는 것죠. 오히려 미국이나 서방보다 그 연결고리가 아슬아슬하다보니 권력 통치적인 문제에서 많은 애로점이 있고 이를 극복하는 차원에서 요상한 사관이 탄생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중국의 의도적인 역사 왜곡이 상당한 문제이기 하지만 이 보다 더 문제는 중국의 역사왜곡을 강넘어 불경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 있다는 것이 더욱더 큰 문제일 것입니다. 이게 무슨 말도 안돼는 소리냐고 하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가만히 우리 학계나 정부의 대응논리 그리고 이들 펼쳐 나가고 있는 방향을 보면 수긍이 가고도 남는다는 것입니다. 단지 이러한 역사적 문제들이 불거질때 마다 접대성(대중 여론몰이 형식)멘트나 한 두번 날릴 뿐이지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는 것입니다. 아니 대책 강구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지 않을까 싶네요. 혹자는 이런 자학적인 목소리도 있을 것입니다. 자국내에 수 많은 문화유산도 제대로 발굴하지 못하고 관리하지 못하는데 해외에 널려 있는 문화유산에 어떻게 신경이나 쓸 수 있는 능력이 있겠느냐고요. 전혀 틀린말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모르는 대중들은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우리는 우리 역사에 대해서 진진하게 접근한 적이 없으니까요. 경제개발논리에 묻혀 이러한 정신문화 강화에는 등한시 하였고 결국 이러한 결과는 어찌보면 자명한 이치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이번 <다시 찾는 한국고대사 해외 유적>은 그런면에서 일반 대중들에게 많은 생각과 고민거리를 던져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의 상고사인 고구려,백제,신라,발해를 상징하는 고대사(부여가 빠진 부분이 좀 아쉽기는 합니다)는 사실 한반도내 보다는 한반도 밖(지금의 중국영토와 일본영토)에 더 많은 유적들이 산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반도국가라는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우리 고대사는 광활한 영토를 기반으로 다양한 민족과 문화를 아우르는 지금의 우리가 상상치 못할 만큼의 방대한 역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고구려사나 백제사의 경우 현존하고 있는 기록물이 적기때문에 고증에 대한 어려움은 있지만 고대사 부분에서 동북아시아의 맹주였음은 틀림없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고구려 역사에 대해서는 그래도 어느정도 인지된 상태이지만 백제의 경우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왜곡된 시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반도 한구텅이에서 고구려와 신라틈에 끼여 눈치만 보던 기껏해야 문화적인 발달(그것도 좋은 표현이지 않을까 싶네요)이 고구려나 신라에 비해 발달했고 일부 문물을 일본에 전수했다는 정도의 선에서 문화강국정도로 인식하고 있는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해양강국의 백제의 면모 그리고 중국 대륙을 호령했던 백제의 강한 면모를 고찰하고 있어 백제사에 대한 인식제고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또한 실질적으로 삼국을 통일했지만 외세를 끌어들여 통일한 죄로 그동안 찬밥 대우를 받았던 신라사에 대한 평가를 새롭게 내리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이번 해외 고대사 유적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 고대사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더불어 적극적인 역사 인식 그리고 중국이나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한 대응논리를 대중들 스스로가 펼칠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만련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자국사에 대한 올바른 평가와 인식이 선행되지 않을 경우 그리고 이러한 인식을 실천으로 옮기지 않을 경우 역사의 방향이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대해서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향후 중국대륙과 섬나라 일본에 산재되어 있는 우리의 고대 유적에 대한 관심이 멀어질수록 우리 고대사 역시 하나 둘씩 우리의 역사에서 사라지는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전반적으로 <다시 찾는 한국고대사 해외 유적> 은 상기의 인식을 변화시키는데 일조를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딱딱한 역사서 형식을 탈피해서 다양한 화보와 현장감 있는 사진들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시각적으로 각인하는 효과가 클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각 챕터 끝에 더 알아보기라는 코너를 통해서 세세한 부분의 역사적 흐름을 리뷰해 주고 있기 때문에 역사적 깊이 또한 떨어지지 않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발해사를 대충이라도 한번 집고 넘어갈 수 있는 장이 마련되었다는 점(물론 저자의 발행멸망 원인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는 독자들도 많겠지만요, 물론 이러한 시각은 곳곳에 보이기도 하지만 한발자국 뒤로 물러나 전체를 리뷰할 수 있는 뷰를 보여 준다고 할 수 있겠네요)과 부록편의 역사적 이슈는 고대사를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가 제기되어 있어 도움이 많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시각으로 고대사를 통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