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참자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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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스릴러 소설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참자>는 그 동안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세계에 대해서 이래저래 꼬리표를 달았던 냉혹한 평론가들이나 수준 높다고 자평하는 독자들에게 작가의 필력을 제대로 발휘한 작품으로 인기 흥행위주의 매판자본주의에 편승한 작가(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 시스템속에서 이에 자유로운 작가가 과연 몇이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지만요)가 아님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판단됩니다. 그만큼 이번 작품은 추리스릴러 계통의 작품이라 하기엔 왠지 다양한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독자들의 애간장을 태우면서 파스텔톤적인 배경처러로 문학성을 드높여주는 문학성 높은 작품(물론 이러한 문학성에 대한 제단 역시 독자 개개인의 판단과 비평가들의 자기 영역 지키기와 무관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되기도 합니다)정도는 아니더라도 그동안 작가를 비롯한 추리스릴러 작가들이 취하고 있는 일련의 뉘양스와는 사뭇다른 느낌을 전해주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추리스릴러 매니아 독자들께서 이번 <신참자>를 읽게 되면 다소 실망아닌 실망을 금하지 않을리라 여겨지는 부분도 바로 이 점에 있습니다.

 

치밀한 범행계획과 더불어 범인을 행적을 추적해 나가는 해결사(탐정)의 카리스마나 상상력 뛰어넘는 범인의 대담성이나 치밀성과 양자 구도를 형성하여 내러티브 전반을 끌고 가면서 독자들의 시선을 한데 모으고 책속으로 유인하여 파묻히게 하면서 결론 부분에 상상치 못하는 극적인 반전을 끌어내므로써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는 통상의 추리스릴러 작품과는 상당한 거리감을 두고 있기에 강력한 충격파를 원하는 독자층과는 거리감이 있는 작품입니다. 범행동기나 범행에 실행하기까지의 범인의 의지 그리고 수사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트릭, 그리고 추격자의 추격을 뿌리치는 부비트랩을 하나 하나 격파해 나가는 통쾌함이라던가 의외의 인물과 대반전등을 솔직히 기대하기 힘든 작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헐리우드 블럭버스터 같은 스팩타클 긴장감과 스피트감이 내러티브 어느 곳을 엿보더라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조건들에도 불구하고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 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밋밋한 느낌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신참자>는 상당히 매력적이 면들이 보입니다. 우선 그동안 작가의 대표적인 캐릭터인 가가 교이치로를 해결사로 등장시킴으로써 이번 작품이 단순한 사건 해결적인 결론 보다는 작가의 시대정신이 반영되어 있을 것이라는 암시를 깔고 있고 이에 가가는 적극적으로 부응하게 됩니다. 사실 추리 스릴러 작품에서 사건의 단초인 하나의 살인사건이 이번의 경우처럼 철저하게 무시되는 경우는 없을정도로 작가는 시종일관 사건과는 무관한 쪽으로 가가를 몰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작품을 대하는 독자들을 다소 당황스럽게 하지만 다른면에서 본다면 결론을 위한 일종의 장치적인 역활이기도 하겠지요. 도교도 내 중심지에서 발생한 의문의 살인사건이 미치는 일파만파의 영향이 닌교초를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개인가정사와 맞물리면서 자연히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되지만 결국 이러한 진행이 사건 해결로 다가가는 일련의 과정이라는 점에서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형사가 하는 일이 사건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 역시 피해자이고 그런 피해자를 치유할 방법을 찾는 것이 또 다른 형사의 역활이다"라는 가가형사의 말이 가지고 있는 의미에 독자들은 절로 수긍하게 되고 왜 이런 내러티브로 이번 작품을 집필했는지에 대해서 알게 됩니다.

 

전반적으로 이번 작품은 복잡하고 각박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가장 근본적이고 해체되어서는 아니될 가정이라는 최후의 보루에 대해서 작가 나름대로 고민한 흔적이 많은 작품으로 여겨집니다. 가장 가까우면서 달리 보면 한없이 멀어지는 가족관계와 그에 대한 화해를 찾아가는 방식등을 통해서 작가는 가족의 소중함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고 이번 작품 전반에 걸친 메타포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극적인 반전이나 치밀한 구성력은 떨어지지만 내러티브 자체가 가지고 있는 푸근함이 블럭버스터급의 화려함보다 훨씬 감동적이다는 것을 절로 느끼게 하는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표지 인물인 아베 히로시의 분위기가 가가형사를 대변하는 것 같아 보기가 참 좋아 보입니다 . 앞으로 가가형사의 다른 버전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가장 가가다운 역활을 충실하게 소화해낸 작품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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