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종교는 과학이 되려 하는가 - 창조론이 과학이 될 수 없는 16가지 이유
리처드 도킨스 외 지음, 존 브록만 엮음, 김명주 옮김 / 바다출판사 / 201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달나라를 오가고 태양계를 벗어나 지구에서 더 먼 우주를 향해 우주선을 보내고(물론 이러한 일련의 혁명도 이제 다소 진부한 느낌을 주고 있지만 분명하게 획기적인 사건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원격교육, 원격진료가 가능해지면서 사실 휴대폰 하나로 삶의 컨트롤이 가능한 유비커터스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 그러니까 인류 역사상 가장 단시간에 가장 혁명적인 과학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가끔씩 우리를 놀라게 하는 일들이 왕왕 벌어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중 대표적으로 과학적 진보에 대한 종교의 간섭(내지는 월권행위라고 해도 무방할 듯 합니다)은 여러가지로 충돌과 마찰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아마도 진화론에 대한 종교계의 물타기 수법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힐 것입니다. 이러한 연장선에서 고등교육을 받아 왔던 사람들 역시 진화론과 창조론 혹은 창조론의 아류인 지적설계론에 대한 명확한 구분 내지는 정확한 실상에 대해선 구체적 못한 모호한 경계선상에 자리잡고 있고 이 빈틈을 과학이라는 묘한 장치로 둔갑한 지적설계론이 비집고 들어오는데 그 다지 거부반응이 없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이는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수차례 확인 되어 왔고 종교는 서서히 중세의 화려한 영예를 되찾기 위해 부지불식간에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종교는 왜 과학이 되려하는가>  2005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중부 미국 연방지방법원의 판결로 지적설계론이 과학이 아니며 따라서 학교 교육에서 지적설계론을 가르칠 수 없다는 판결을 바탕으로 지적설계론(창조론포함)에 대한 세계적인 석학 16人의 구체적인 반론을 에세이형식으로 한데 모아 소개하고 있는 책입니다. 특히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리처드 도킨스, 스티브 핑거등을 비롯한 각계 각층에서 권위있는 과학자들의 의견을 한데 모았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번 책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옮긴이의 표현처럼 산해진미가 가득한 진수성찬을 받은 느낌처럼 우주,언어,교육,도덕,종교적 믿음등 그야말로 과학적으로 접근하고 설명가능한 모든 분야를 접할 수 있다는 자체가 상당한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사실 이 책의 부제인 <창조론이 과학이 될 수 없는 16가지 이유>에서 알 수 있듯이 창조론과 그 아류인 지적설계론에 대한 16인의 과학자들의 생각과 설득력있는 사실에 근거한 반박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왠만한 진화론 서적을 보는 것 보다 인식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는 점에서 눈에 돋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그동안창조론과 지적설계론에 대한 과학적 반증이나 그 대상들의 허구성과 비과학성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맞대응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앞으로 진화론의 인식과 교육에 대한 미래지향적인 담론들에 대한 고찰이라는 측면이 더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사실 이 책에 마지막에 수록된 펜실네이니아 중부 미국연방지방법원의 판결문 자체로 왠만한 독자들은 창조론과 지적설계론의 비과학적이고 허구적인 내용들을 이해하기에 충분하다고 보여지고요, 굳이 세계적으로 명성이 뛰어난 과학들이 그것도 16인이나 나서서 이에 대한 반론을 제시한다는 자체가 난센스로 비쳐질만큼 판결문의 내용은 명확 그 자체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쯤되면 종교계에서도 더 이상 토를 달지 않았으면 하는게 개인적인 소견입니다. 계속 진부하게 '신'을 운운하며 지적설계론을 밀어 붙인다면 공동체 사회에서 살아가야 할 의미론적 존재가치가 없음을 스스로 자인하는 형국이지 않을까요 

 

지적설계론(창조론)이 맞다 틀리다를 떠나서 지금 세상에서 왜 이런 사이비 이론들이 종교적 가면을 쓰고 등장하게 되고 왜 알면서도 이런한 이론에 마음이 혹하게 된는 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와 그 해결방안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레너드 서스킨드나 스콧 D 샘슨의 에세이에서 볼 수 있듯이 그동안 과학과 과학자들이 반과학에 대처하는 자세부터 새로이 수정되어야 한다는 점, 진화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이해부족은 전적으로 과학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분획화(세분화)에 의한 이해부족이라는 점 그리고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시급한 문제를 다루지 못하여 이해의 폭이 좁아질 수 밖에 없었다는 자성의 목소리들 담고 있고 이에 대한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학계의 변화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종교는 종교가 해야할 일이 따로 있고 과학은 과학이 해야할 일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굳이 과학이 원래 하기로 되어 있는 질문들을 할 권리 인정하지 않는가하는 것이 작금의 분쟁의 발단의 단초입니다. 각자의 영역에서 각자의 역활을 제대로 수행해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과학 역시 그동안 자신들만의 성역을 쌓고 유지 하는 것보다 일반대중의 이해의 폭을 넓혀나갈 방안을 심각하게 모색하고 보다 쉽고 이해하기 편한 형태로 다가가는 방안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과학과 사이비 과학의 경계를 이번 처럼 법원의 판결 결과라는 수치로 남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반적으로 인간의 의식에서 부터 우주의 탄생과 확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진화론이 과학적 사실일 수 밖에는 없는 진리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다는 자체가 비록 에세이 형태로 작은 책자에 불과하지만 의미있는 저서로 남을 것이라고 믿어집니다. 여기에 미래지향적인 과학의 나아갈 바를 과학자 스스로의 자성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는 부분 역시 향후 진화론을 비롯한 과학영역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희망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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