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논어 그 사람 공자 - 역사학자 이덕일, 공자와 논어를 논하다!
이덕일 지음, 권태균 사진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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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4대 성인중의 한 사람으로 추앙받는 공자는 특히 동북아시아권 보다 엄밀하게 말하면 유교문화권에 속하는 국가에서는 아주 유니크한 존재로 남아 있습니다. 2500여년전의 인물이 지금까지 현실생활 깊숙히 각인되어 있는 경우는 세계사에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특별한 존재 그 자체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져보게 합니다. 예수나 석가의 경우는 인격체라는 개념을 초월해 버려 인간들이 만들어낸 '신'의 반열에 올라 있지만 유독 공자는 인간의 지위를 영위하면서도 후대에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 할 정도로 파괴력이 크기 때문입니다. 특히 공자의 어록을 집대성한 논어는 성경이나 불경에 버금갈 정도의 필독서이자 인생의 지침서로 대중들에게 회자되고 있으면 머리속에 지식꽤나 담고 있다고 자부하는 이들에게 공자왈로 시작하는 짧은 문장은 인격의 척도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유교문화권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공자와 논어는 삶의 방향타를 제시하면서 최소한 인간적인 도덕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일제강점기로 인해 세계화 기준에서 한참을 벗어났다고 자책하면서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 공자와 공자왈(논어)는 바로 이러한 메이저리그 진입을 가로막는 암적인 존재 내지는 공공의 적으로 간주되어 그야말로 고전의 지위만을 계승해왔고 일반 대중들에게서 서서히 잊혀져 가는 아니 잊어야 하는 그건 존재로 남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추구했던 절대가치인 메이저리그(자본주의 시스템)는 알고 보니 정말 그들만의 리그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그동안 사랑방 한켠에서 켜켜이 먼지만 쌓여갔던 공자와 공자왈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게 됩니다. 자기개발과 경영전략, 수양등에서 새롭게 공자와 논어를 재조명하면서 수 많은 출판물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면서 왠만한 독자들 서가에 논어한권은 필독서로 자립잡게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고전에 일가견이 있거나 왠만한 인문서적을 독파한 독자라고 해도 논어는 그리 녹녹한 서책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논어를 독파한 독자도 드물뿐더러 비반 논어를 읽더라고 정말 고전적, 死적인 문구로만 뇌리에 남기 마련이고 이러한 일련의 행태들이 그 잘나신 일부 고전학자들의 서지학적이고 문헌학적인 접근 방식에 기인하지 않나라는 걱정거리 마져 던저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물론 도올 김용옥 선생의 논어 강의는 예외적이라고 느껴 지지만 강단학계에서 고전을 해석하는 방향는 역시 그들만의 리그에 집중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합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논어는 일반 대중과는 거리가 먼 그야말로 전문지식을 요하는 고전중에 고전으로 남을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역사학자 이덕일의 <내 인생의 논어 그 사람 공자> 은 바로 이러한 측면에서 공자의 담론과 논어의 진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새로운 논어를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고 보여 집니다. 국문학자나 한문학자 내지는 인문학자가 바라보는 공자와 논어에 대한 정형화된 시각을 탈피하여 역사학자의 시각에서 공자와 논어의 배경이 되었던 춘추전국시대의 시대상과 이후 역사적으로 공자와 논어가 우리 역사 전반에 영향을 끼친 사례 내지는 접점을 동시에 볼 수 있게 해준다는 면에서 상당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책이라고 생각되어 집니다. 무엇보다 정적이고 사적이었던 공자의 담론을 담아내고 있었던 논어를 도덕적, 가치관적인 판단이나 패러다임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시대적인 소명과 역사적 판단기준등에서 바라보게 되어 논어와 역사와의 관계에서 논어의 진정한 가치를 보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그저 서안속에 꽈리 틀고 자리잡은 도도한 가치관적인 논어보다 역사와 함께 숨쉬는 논어를 보여 주고 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만 합니다.

 

전반적으로 볼 때 그동안 읽었던 공자와 논어관련 책들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개인적인 성향이나 편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생각이 저만의 개인적인 느낌은 아니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듭니다. 특히 역사학자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공자의 담론과 그 담론이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들에게 미쳤던 영향들을 세세하게 부연설명하고 있어 독자들에게 한결 흥미롭게 다가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어떤 독자들은 역사학자가 편낸 공자의 담론이니 전문학자들의 저술수준보다 못미치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하게 될 것입니다만 단언컨대 그러한 기우는 가지실 필요는 없을거라 여겨집니다. 많이 않는 분량이지만 논어의 핵심적인 사안들은 거의 다 망라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고 무엇보다 이 한권으로 논어의 맥락을 잡는데 크게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당연히 저자의 책으로 논어를 마스터했다는 생각은 금물이지만 적어도 논어를 제대로 접근할 수 있는 시금석 역활은 한다고 보여집니다. 뭐 비역사학자인 서울대 모교수처럼 편협된 시각으로 역사를 판단하는 그런 우를 범하지는 않았다고 생각되네요. 고전과 역사를 동시에 아우를수 있는 좋은 기회로 독자분들께 다가가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공자와 공자왈은 송나라 이후 사상계에 급물살을 타면서 조선중기이후론 교조화로 치달으면서 진정한 공자와 논어에 대한 담론은 사라지고 정치권력과 신분제유지의 도구로 전락하였고, 조선멸망과 일제감정기를 거쳐 타율화된 근대화로 접어들면서 그야말로 애물단지로 치부되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공자와 논어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하시겠지만 이번 저자의 논어 해석에서 논어와 우리 역사를 흐르는 테제를 찾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우리가 살아가는 실생활과 가치관에 뿌리 깊게 각인되어 있는 공자의 담론들은 어떻게 해석하면서 슬기롭게 상생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작은 실마리를 던저주는 책이었던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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