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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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매력에 빠져 그의 작품을 많이 섭렵중에 있습니다. 특히 가가 교이치로 형사 시리즈 중 첫번째 작품인 <졸업>은 초창기 작가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좋은 작품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동안 추리스릴러 소설을 단순한 흥미본연이나 다소 엔터테이먼트적인 면으로 치우쳐 문학작품이라는 격을 떨어뜨리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가져왔으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접하게 되면서 작품성과 흥행성을 겸비한 추리스릴러 소설도 나올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 아마도 작가의 천재적인 집필능력과 사회를 쳐다보는 시대상의 반영이랄까 여러모로 많은 잔상들을 남기는 작가여서 더욱더 그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작품 마구(魔球)는 한창 프로야구개막시즌을 맞이하여 관심이 더 배가되는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특히 야구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독자라면 더욱더 끌리는 작품입니다). 특히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년작품으로 시대적 배경 역시 1960년대를 다루고 있어 지금의 추리스릴러의 기본적인 옵션사양(현란한 등장인물의 묘사와 숨가쁘게 흘러가는 내러티브의 향연에 각종 과학적 부가장치를 덧붙여 스팩타클한 무대장치를 배가 시키는 스트럭처)과는 사뭇 다른 좀더 비과학적이고 인간중심적인 구도로 내러티브가 진행되어 한결 더 가슴을 설레게 하는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지금 한창 유행을 타고 있는 미드 C.S.I(과학수사대 시리즈)에서 볼 수 있는 현란한 과학적 추리기법이나 뷰주얼하고 자극적인 면은 볼 수 없지만 사건을 풀어가는 인간중심적이고 다소 엉성한 추리력들이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스트럭쳐를 작가가 의도했던 하지 않았던 간에 이번 작품은 상당히 많은 인간성에 대한 잔상들을 오래토록 남겨 주는 것 같습니다.

 

포수인 기타오카의 죽음으로 전개되는 내러티브는 대부분의 독자들로 하여금 다케시를 강력한 용의자로 떠올리게 되고 심증을 굳혀 가게 되고 갑자기 도자이 전기회사의 폭발물 설치 사건이 등장하면서 왠지 양 사건이 연관성을 가지게 될 것이라는 추론을 가지게 되지만 느닷없는 다케시의 죽음으로 그동안 열심히 추론을 펼쳐나간 독자들의 상상력에 브레이크를 겁니다. 사실은 이러한 트릭들이 이번 작품에서는 내러티브의 강도를 배가시키면서 또 다른 반전을 기대하게 하는 부분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대게의 추리스릴러 작품들이 이러한 구성구도로 내러티브를 몰고 가지만 왠지 구성구도가 왠만한 독자들의 눈에 들어오게 되기 마련이지만 작가는 독자들의 시선을 야구쪽으로 몰아 놓고 마지막에 사건의 해결 실마리를 제공함으로써 극적인 반전을 가하게 해서 한층 더 감흥을 더해 주는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추리스릴러 작품보다 인간 고뇌적인 주제를 담고 있어 등장인물들에 대한 애착이 많이 가게 하는 작품입니다. 특히 야구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나 야구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더욱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 같습니다. 하나의 공을 던지기 위해서 고뇌하는 일련의 표현들에서 작가가 독자들에게 던져 주는 메시지는 강력하게 다가옵니다. 다잉메시지로 등장하는 <마구>는 어찌 보면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또 다른 메시지로 다가오지 않나라는 생각을 지울수 없게 합니다. 무엇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년 작품으로 <졸업>처럼 순수한 느낌을 맛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작품의 다카마 형사와 가가 교이치로가 본격적으로 형사에 뛰어들기 전의 모습에서 둘다 가장 인간적인 모습을 엿 볼 수 있다는 것이 특히나 마음에 드는 것 같습니다. 냉철한 이성과 완벽한 추리로 무장한 우리들의 사건 해걸사 영웅의 모습보다 왠지 한쪽 구석이 빠져 있는 듯 하면서도 범인의 심정을 충분히 배려할 수 있는 따뜻한 인간미가 한결 더 히가시노 게이고가 추구하는 상에 가깝지 않을까라는 생각 다시한번 가져보게 하는 작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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