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사 산책 1 - 20세기, 유럽을 걷다
헤이르트 마크 지음, 강주헌 옮김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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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인류가 지금까지 살아온 발자취이고 과거에 실제로 일어난 일을 사실로서 그리고 객관적으로 기록한 산물의 총체를 지칭한다는 것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역사에는 시간이란 개념이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고, 대게 역사를 통찰하고 고찰한다는 의미 한켠에는 시대에 대한 상고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우리는 아프리카 대평원에서 직립보행을 하기 시작했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시작하여 불을 사용하고 뗀석기와 간석기를 이용하여 수렵과 채집을 했던 선사시대에서 부터 4대문명의 탄생과 멸망 그리고 고대국가에 이르기까지 모년 모월에 발생했던 기록물들을 근거로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는게 당연시 되어왔고 보편타당성을 가지고 독자들 뇌리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고찰(연대기적 기술)은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또 하나의 중요한 역사 고찰의 요소를 간과하기 십상이다. 그것은 바로 시간과 같이 병존해야할 공간적인 개념인 것이다. 물론 시간적 흐름속에 공간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기도 하지만 별도로 공간적인 의미를 부각시킬수 있는 동력은 개발한다거나 부족하다. 결국 역사는 시간과 공간을 동시에 아우러서 판단해야 정확한 역사인식이 가능한 것임을 알게 해준다. 또한 역사적 기록의 산출물들에 대한 경중을 부여함으로써 역사적 사건의 의미를 제단하게 되면서 포멀과 인포멀의 경계점을 모호하게 만들어 왔던 것 역시 사실이다. 왕의 기록은 중차대 하지만 일반 대중의 기록은 큰 의미를 부여하지 못한다는 인식 즉 제도권내의 역사에 대한 믿음등이 지배적 담론으로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헤이르트 마크의 <유럽사 산책>는 20세기(시간적 개념)의 유럽(공간적 개념)을 다룬 역사를 기술하고 있다. 뭐 이렇게 보면 여태 출간된 유럽사와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그동안 독자들은 20세기 유럽사의 장을 연 알프레드 드레퓌스이 복권과 관련된 드레퓌스 사건을 필두로 제1차 세계대전과 나치즘과 파시즘의 탄생 그리고 또 다른 세계대전 이어 이데올로기의 연장인 냉전과 냉전의 붕괴로 맞이한 유럽의 통일이라는 굵직굵직한 사건과 시간의 연속이었음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동안 출간된 20세기 유럽사의 대부분이 드레퓌스사건의 원인과 그 전개 그리고 향후 세계사에 미치는 영향등 학문적이고 전문적인 시각에서 각각의 사건을 분석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교훈적인 사고을 심어주는 역활을 수행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엄밀히 보면 이러한 역활이 역사를 고찰하는 중요한 요인이기도 하지만 그동안의 역사 기술은 왠지 일정한 공식속에 전개되는 사례증명 같은 느낌을 강하게 준다. 일정하게 정해진 패러다임이라는 거푸집에 의해 재생산되는 상품으로서의 역사, 쇼윈도에 전시된 항상 웃고만 있는 마네킹과 같은 역사, 이미 그 수명을 다하여 폐기처분된 그런 역사였는지도 모른다.

 
또한 <유럽사 산책>는 그동안 우리가 수 없이 접해왔던 기존의 거대하고 웅장한 패러다임(포멀하고 제도권내에서 적극적으로 수용된 형식)속이 역사가 아닌 20세기 유럽의 시작을 파리 국제박람회장의 분위기를 전하는 앙드레 지드의 목소리에서 세기의 발견을 시작하는 상당히 유니크하게 독자들에게 역사를 받아들이게 하는 저작이다. 언론종사인으로 저자는 20세기 유럽사를 거대한 담론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기술한 것이 아니라 당시대를 온전하게 겪어던 개개 유럽인들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기술하고 있는 르포르타주 형식을 가미하고 있는 민중사(각 개인의 합)라 봐야 할 것이다. 그래서 기존의 역사서에 익숙한 독자들에겐 왠지 서술의 기법이나 방식등이 역사서 보다는 신변잡기를 다루고 있는 유사와 같은 느낌으로 다가올 가능성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20세기 발생했던 일련의 사건과 그 사건을 바라보는 일반대중의 시각을 절묘하게 연결하여 또 다른 시각의 유럽사를 보게 한다. 저자가 1년에 걸쳐 유럽전역을 돌면서 인터뷰하고 현장을 재 조명했듯이 이 책을 읽는 독자들 역시 산책이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접하게 된다면 한결 자자의 의도을 이해하기 쉬울 것으로 보인다(그렇다고 이 책이 표방하는 전반적인 의미가 가볍게만 느껴진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무엇보다 그동안의 사건중심 그리고 그와 관련된 역사적 인물위주의 역사기술에는 공적인 영역과 그 영역을 판단하기 위한 시도로 점철되어 왔지만 이번 <유럽사산책>는 과감하게 이러한 공적영역을 걷어내고 일반 대중속으로 융해해버렸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될 것이다. 가난뱅이 짚시가 내뱉는 한마디가 역사와 역사기술에 있어 무슨 대수가 있을까라는 생각 보다는 바로 이러한 사유들이 모인 것이 진정한 역사와 그 역사를 기술하는 방식이다는 것을 보여는 주는 의미있는 사례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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