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차없는 자본주의 - 파괴와 혁신의 역사
조이스 애플비 지음, 주경철.안민석 옮김 / 까치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제2차 세계대전이후 지구촌은 민주주의 vs 공산주의(사회주의)라는 냉전의 시대로 돌입했다. 그리고 흔히들 우리는 민주주의 = 자본주의라는 등식을 아무런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다. 그 기저에는 개인의 자유와 의사를 존중하는 시스템이라는 우월성과 더불어 경제적인 관점에서의 우월감이 내제되어 있었던 것 역시 사실이다. 이는 세계가 양대 진영으로 양분되어 세월이 흐르면서 수치로 들어나는 객관적인 만족감등에서 민주자본진영의 우세가 점쳐졌고 구소련체계의 붕괴로 말미암아 한판상을 거두면서 세계는 자본주의 시스템이라는 대세를 거스릴 수 없는 기정사실로 받아졌다. 더구나 사회주의의 대부였던 소련의 해체과정은 그야말로 상실감과 더불어 새로운 희망을 안겨 주었고 여기에 거대 국가인 중국의 자본개방화 물결은 기름을 붓는 격이 되었다. 하지만 2008년 미국발 서브프라임사태로 야기된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는 유로존의 위기와 맞물리면서 신자유주의의 비판과 더불어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을 일깨우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조이스 애플비의 <가차없는 자본주의>는 자본주의 역사를 뒤돌아 보면서 자본주의 현 주소를 확인하게 하는 의미있는 저서로 다가온다.

 

흔히들 우리는 자본주의의 탄생을 18세기 중엽 영국에서 시작된 기술혁신과 이에 수반하여 일어난 사회·경제 구조의 변혁인 산업혁명에서 그 시초를 찾는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과학기술 혁신과 더불어 아담 스미스를 비롯한 여러 학자들이 주창한 새로운 경제사조의 탄생이 자본주의의 모태임을 의심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자본주의가 산업혁명에 의해서 어느날 갑자기 태어난 시스템이 아니라고 본다. 물론 이러한 산업혁명이 자본주의를 체계화 시켜나 갈 수 있는 정형화된 프레임을 마련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기본적인 모태는 16세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제대로 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항해 시대와 신대륙의 식민지화가 본격적으로 대두 되면서 기초적인 자본주의의 개념들이 하나 둘 태어났고 이러한 기초적인 개념들의 시행착오(기존 문화관습적인 체제와 뒤섞이면서 충돌)를 거치면서 자본주의라는 대명제가 서서히 성립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자본주의라는 단어의 메타포에는 혁신, 혁명, 발전, 발명, 자유라는 하이스프리트라는 개념이 내제되어 있어 자본주의를 일대 변혁을 가져오고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산업군(단순 경제체제시스템)에 그 촛점을 마추기 마련이다. 하지만 저자는 자본주의 진정한 시발점을 농업혁명에서 찾고 있다는 점이 돋보이는 담론이다. 농경은 산업혁명이 출현하기 이전까지 인류가 발명한 가장 위대한 생활형태였지만 16세기 이전까지 농업은 자급자족의 상태를 극히 벋어나지 못했던 것 역시 사실이다. 인구의 대다수(거의 80%이상)가 농업활동에 매진했지만 일부 계층을 제외하고는 기초적인 식량확보 마저도 힘든 나날의 연속이었고 여기에 통제불가능 요소인 기후의 변화는 그야말로 대재앙을 불러 왔다. 하지만 농업의 혁명(발달 혹은 개량)이 이루어 지면서 농경생활에 종사하는 인구가 감소하게 되고 이러한 잉여 노동이 다른 산업군으로 유입되면서 자본주의 시스템을 탄생시키는 발판이 되었다고 보는 저자는 견해는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신대륙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노예문제를 비롯한 시장과 인간 본성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은 자본주의 역사가 세계사와 결코 무관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자본주의는 우리가 흔히들 알고 있는 어느날 갑자기 급조되고 날조된 시스템이 아니라 인간 본성에 내제되어 있는 하나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면을 저자는 인간 본성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자본주의를 경제체제적인 프리즘의 잣대만으로 판단하는 것보다 일종의 문화체제라는 시각으로 바라봐야 제대로된 자본주의와 자본주의의 역사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는 논거는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중국 명나라 시대는 당시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하고 강대한 패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정화의 원정대가 제 역활을 수행하지 못했던 것과 이와 반대로 유럽의 몇몇 국가들의 착실한 해양 진출은 경제체제만으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문화체제의 차이에서 발생했다는 논거에 절로 수긍이 간다.

 

이처럼 자본주의의 역사는 세계사의 흐름과 맞물리면서 곳곳에 내제되어 있는 요소들 총체의 합으로 탄생했다고 보는 편이 더 타당성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자본주의 역사는 정말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가차없이 질주해 왔다. 비록 몇번의 위기가 도래했지만 또 다른 변형을 거치면서 지금의 인간을 지배하고 있는 거대한 패러다임이기도 하다. 현재(예전에도 그랬지만) 이 시스템에 대한 많은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 역시 사실이지만 자본주의 혁명은 가차없고 매몰차기만 한 혁명만은 아니다는 점 더구나 아무 생각없는 무해한 혁명은 아니라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사조들은 자본주의라는 수수께끼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대안으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시스템 내부의 문제 제거 보다는 전사회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가져보게 된다. 결국 인간과 자본주의 시스템은 기난긴 세월을 동거한 동반자로 어느 한쪽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라고 보면 양쪽이 슬기롭게 살아갈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전반적으로 자본주의의 개념과 탄생 그리고 자본주의 흐름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그동안 수 많은 자본주의 관련 서적들이 출간되었지만 산업혁명을 시발점으로 자본주의의 태동에 주안점을 두었고 일반 독자들 역시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번 책은 자본주의 탄생의 근원을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보여진다. 무엇보다 자본주의 시스템을 단순하게 경제체제적인 관점으로 바라보지 않고 문화전반적인 체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저자의 사유가 많은 공감을 불러오리라 보여진다. 자본주의 역사를 16세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세계사와 더불어 고찰하는 연대기적 방식이 자본이나 자본주의라는 딱딱한 개념을 한결 순화시켜 일반 독자들의 이해를 한층 높였다는 점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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