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번 작품 <악의>는 스트럭쳐 부분에서 다소 유니크한 방식으로 내러티브를 이끌어 가고 있는 소설이다. 대게의 작품들이 작가의 전지적 시점이나 1인칭 내지는 다 인칭적인 시점에서 등장인물들에 대한 행동이나 말투투, 선호하는 옷차림등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스스로 등장인물에 대한 상상력을 증폭시키는 반면에 이번 작품은 범인인 노노구치와 가가형사의 고백(내지는 사건수사 일지) 같은 글을 통해서 독자들의 상상력을 배가 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장치가 오히려 독자들로 하여금 등장인물에 대해서 그려보는 형상이 오히려 더 살갑게 다가온다고나 해야 할까 독백적인 글을 통해서 문맥이나 문장의 활용등 글쓴이의 심리상태를 의도적으로 들어냄과 동시에 사건의 행방을 오리무중으로 끌어가면서 전제적인 내러티브나 팩트의 구성등과 절묘하게 어울리는 히가시노 게이고 다운 작품을 탄생시켰다고 봐도 무방하다. 작품의 소재나 등장인물의 직업이 전문작가라는 점이 이러한 스트럭쳐와 들어맞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아무튼 마음에 들지 안는다. 아무튼 마음에 들지 안는다' 지금 한창 우리도 매스컴을 통해서 붉어졌고 암암리에 존재해왔고 이로 인해 많은 학생이나 학부모들이 마음 고생을 하고 있는 '학교폭력'의 대부분의 가해자들이 왜 도대체 왜 라는 질문에 서슴없이 내뱉는 말이 바로 그냥 아무튼 마음에 들지 않아서 라고 한다. 구체적이거나 명시적이고 합당한 이유가 없는 악의가 평생을 살면서 치유될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기는 것이다.

 

작가는 이번 작품속에 학교폭력과 그리고 인간의 내면에 잠재하고 있는 악의에 대해서 사회적 공감을 호소하고 있다. 매번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속에 발견되는 바이지만 사회적 이슈가 될 만한 쟁점을 작품속에 녹아 놓아 단순하게 읽을 수 있는 추리스릴러 작품의 격을 한층 배가 시킨다는 점에서 <악의> 역시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많은 생각 거리를 던져 주고 있는 작품이다.

 

이번 작품은 우리의 영웅인 가가형사가 어떻게 교사직을 버리고 경찰에 투신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주고 있는 동시에 사건 해결의 키가 바로 학창시절 학교폭력에서 기인한 악의라는 소설 내러티브와 딱 맞아 떨어진다는 점에서 또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자신의 직업인 작가와 글쓰기 그리고 출판사등에 관해서는 범인인 노노구치의 글을 통해서 나름의 고충을 털어내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전반적으로 이번 작품은 사건의 해결 방식(통상의 경우 주인공이 어떻게 사건을 풀어나가느냐에 촛점을 맞춘다면) 보다는 그 근원적인 물음에 촛점을 맞추고 있는 작품이라고 해야겠다. 그래서 내러티브를 이끌어가는 독백형식의 방식이 독자들에게 오히려 더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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