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진화의 종말
폴 R. 에얼릭 & 앤 H. 에얼릭 지음, 하윤숙 옮김 / 부키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지구 전 역사를 통틀어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생명종들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작품이라면 누구나 우리 인류 자신을 첫손에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논증에는 기후나 환경적인 요인은 배제하는 말이지만. 지구가 생성되고 첫 생명체가 탄생하고 이어서 무수한 시간과 환경 변화에 자연선택되어 온 지구상의 모든 생명종은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 자신 만큼이나 나름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 이말의 의미는 전지구적인 관점에서 호모사피엔스나 아메바나 별반 큰 차이가 없다는 말과도 같다. 그러나 우리는 인류를 제외한 그 어떠한 생명체와 비교 대상선에 오른다는 자체가 어불성설로 여기고 있으며 우리를 제외한 여타 생명종을 당연히 지배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심지어 지구라는 행성 자체 역시 그 대상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진화의 종말>는 지구(환경)와 이 행성속에 살고 있는 생명종를 지배하고 있는 인류에게 진화의 종말 끝에 무엇이 존재하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서술이다. 진화생물학자인 에얼릭 부부는 현재 인류라는 종이 진화를 거듭하면서 지구환경계와 타 생명종에 어떠한 영향을 미쳐 왔으며 향후 이러한 방향으로 진행 된다면 어떠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는지에 대해서 유전학,진화,생태학,기후학,경제학,국제정치학에 이르는 광범위한 분야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인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고찰하는 보고서로 상당한 파문을 불러올 것으로 보이는 책이다.
그동안 지구상에 수 없이 많은 생명종이 탄생했고 이와 반대로 수 없이 많은 종이 멸종했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진화는 한 종 내지는 개체군에 한정돈 범위를 지칭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하지만 진화는 지구환경이라는 변수(어감상 통제 가능한 말처럼 느껴지지만 지구환경이라는 변수는 그 어떠한 종도 통제할 수 없는 불변의 변수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에 의해 자연선택되기 마련이고 지구환경과 어떻게 조화롭게 협상(혹은 순응)하느냐에 따라 종과 개체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보는 것이 더 합당한 표현일 것이다. 이러한 실례는 진화론적으로 굳이 일일이 열거할 필요성 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인류를 비롯한 현존 하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지구환경과 적절한 형태의 교감을 이루고 있기에 종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지구 역사상 5차례의 커다란 협상 결렬(멸종)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폐름기의 대멸종과 6500만년전 백악기때의 대멸종은 바로 지구환경이라는 변수가 생명체의 진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받고 있다. 어떤면에서 보면 생명체는 환경이라는 변수를 거슬를 수 없고 단지 자신의 몸을 환경에 맞추어서 진화하게끔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지도 모른다. 이러한 굴곡의 과정을 통해서 지금 우리가 존재하는 것이고(물론 우리 조상들도 지구환경에 철저하게 비위를 맞추었기에 생존했을 것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법칙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호모 사피엔스는 다른 여타의 종과는 사뭇 다르게 진화의 방향을 설정했고 거기에 대해서 단 한 차례도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고 성장해왔다. 인류 만큼 지구 역사상 가장 큰 족적을 남긴 종도 없을 것이다.(지구역사상 생존해온 시기를 비교해 보면 그 성장속도는 가히 놀라울 정도이다) 아메리카 대륙과 오세아니아 대륙을 비롯하여 인류가 대약진(고향인 아프리카에서 전대륙으로 이동하는 시기) 을 시작하면서 그동안 어떻한 방해도 없이 자신의 영역을 지켜왔던 대형포유류가 순식간에 인류에 의해 멸종했고 수많은 종들이 인류의 출현과 더불어 지구상에서 그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물론 혹자는 이러한 현상도 진화의 큰줄기속에 해당될 수 밖에 없다고 할 수 도 있지만 다른 측면으로 보게 되면 지금까지 지구상에서 명멸했던 종들중에 지구환경의 급변화를 수용하지 못한 경우외 타 종의 출현으로 멸종에 이르는 경우는 거의 존재하지 않기에 그 심각성이 대두되는 것이다. 물론 인류의 생존(의식주)에 직접적인 영향으로 멸종된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생존의 차원을 넘어서서 고상한 삶의 질을 위해 희생되는 종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타 종의 멸종을 불러 일으키는 지구환경이라는 대싸이클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점이다. 무분별한 개발으로 인한 지구환경의 파괴는 결국 인류를 감싸고 있는 보호막의 해체와도 같은 것이지만 아직도 이에 대해서 우리는 그 심각성을 피부로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절대변수인 지구환경도 우리의 뜻대로 조절 통제 가능하다는 착각이라도 하는양 그때 그때 땜빵질 같은 임시방편으로 넘어가고 있다.
그동안 지구온난화라는 표현을 많이 써왔지만 저자들은 이 말은 이제 용도 폐기해야 하는다고 한다. 이제는 온난화의 단계를 넘어서 가열화의 단계로 접어들었고 조만간(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예측할 수 없는 기후변화를 겪게 된다고 보고있다. 이러한 환경변화는 인류뿐 아니라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면서 순환과정을 거쳐 폐름기이후의 대멸절을 가져올 개연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다름 아닌 우리 인류라는 종이 화려하게 조명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인류탄생과 더불어 진행되어온 인류의 진화와 그에 따르는 여타 종들의 변천 그리고 지구환경의 변화를 고찰하면서 인류가 지구환경과 여타 생명종(자연자본과 용역으로 저자는 표현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중요한 보고서이다. 뿐만 아니라 지금 급속도로 파괴되고 있는 지구환경의 현주소와 미래의 예측은 가히 대재앙을 방불케할 정도로 암담하기도 하다. 지구온난화를 넘어서 지구과열화의 단계로 접어들면서 심각해지는 지구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특히 그동안 환경이나 진화론적인 견지에서 바라보았던 문제들을 경제학,국제정치학,사회학의 분야를 총동원하여 종합적인 관점에서 고찰하고 있다는 점이 기존 환경관련 서적과는 차별화된다고 봐야할 것이다. 그동안 환경운동이라면 대표적으로 NGO를 연상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개념을 뛰어 넘어서 정부정책에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이슈집단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실천방안등을 담고 있어 실천적인 문제에서도 상당하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지구 역사상 가장 우수하게 진화되었다고 자부해왔지만 실상 가장 우수한 종이 지구내의 여타 종을 멸종시키고 더 나아가 지구라는 행성자체를 위협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태에 놓여있다. 결자해지라고 우수한 종인 인류가 풀어야할 숙제는 지금부터 상생하고 공진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그 길만이 우리 후손들이 이 땅에서 두발 뻗고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표현자체도 우리만을 위한 극히 이기적인 생각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