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태종 평전 - 뛰어난 용인술과 놀라운 포용력으로 제왕의 전범이 된 통치의 달인 중국 역대 제왕 전기 시리즈
자오커야오.쉬다오쉰 지음, 김정희 옮김 / 민음사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서기 618년 이연에 의해 수나를 멸하고 중국 중원에 등장한 당 나라는 907년 주전충에 의해 멸망하기까지 약290년간 중국대륙을 통일한 한나라 이후 제2의 최성기를 이룬 중국 역사상 위대한 제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제도와 문물의 정비와 발전으로 인해 고구려,백제,신라,왜를 비롯한 동북아시아 전반에 걸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했고 나아가 로마제국등을 비롯한 서역제국들과의 교역을 확장한 대 제국으로써의 면모를 과시하기도 했다. 미국이 지금 현재 미치는 영향 이상의 의미로 당나라는 존재했던 것이라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런 제국의 탄생에 많은 기여를 했고 국가의 틀을 반석위에 올려 놓은 인물이 다름아니 고조 이연의 둘째 아들인 이세민으로 흔히 태종으로 일컫는 인물이 그 중심에 있다. 중국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군주중에 하나로 칭송받고 있는 인물 바로 '정관의 치'를 이룬 당 태종에 관한 모든 것을 엿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서적이 국내에 출간되어서 그동안 당 태종에 대해 알려진 이런 저런 이야기들의 실상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여겨진다. 

<당 태종 평전>는 태종 이세민의 개인 성장사와 더불어 국가의 건국과정, 왕위 획득과정 그리고 소위 '정관의 치'라는 치세기간 동안 시행했던 다양한 정치활동과 대외 정복 전쟁등을 통해서 이세민 개인의 삶과 더불어 당나라의 연착륙과정을 한번에 고찰할 수 있는 보기 드문 역사서로 비록 중국의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국내 독자들에게 많은 점을 시사해주고 있다. 특히 당 태종당시의 시대가 고구려와 절체절명의 사활을 걸고 치열하게 벌인 고-당 전쟁의 한복판에 있었기에 한국사와도 크게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제왕의 자리는 예로부터 하늘에서 내려준다는 말이 있듯이 이세민이 제위에 오르는 과정은 현대적 해석으로 처세술과 자기개발관 관련된 부분들이 상당히 많이 포함되어 있기에 이에 대한 부분 역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생각거리를 던져 주기도 한다.  

당 태종은 조선의 태종 이방원과 상당히 많은 점에서 유사한 점이 있다. 조선건국에 이방원이 일등공신역활을 했지만 논공행상에서 소외되었듯이 이세민 역시 같은 상황이었고, '현무문의 변'이라는 골육상잔을 통해 권력을 차지하는 과정등이 복사판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신생국가를 반석위에 올려놓기 위해서 시행했던 다양한 위민안정정책들과 향후 후계구도에 대한 결정등에서 군주국가(특히 신생국가라는 아킬레스건을 극복한 점에서)에서 정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를 보여주는 실로 교과서 같은 역활을 수행해왔다는 평가를 받을만 할 것이다. 자기 반대편에 섰던 위징을 과감하게 등용하는등 인재등용에서 포용력을 발휘하고 신하들의 간언에 귀을 여는 모습등은 고당전쟁의 침략자라로 굳어진 국내독자들에겐 약간은 의야스러운 부분으로도 다가온다. 현대로 비유한다면 국가의 기반인 첨단 하이테크산업이라 할 수 있는 농업에 대한 다양하고 획기적인 정책을 시행함으로써 민중과 국내 정치안정을 도모했던 정책이 결국 '정관의 치'을 대표하는 치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대외적으로 동돌궐, 토욕혼, 고창등의 정벌을 통해서 변경을 통일하고 안정시킨 공로도 인정 받고 있을 정도로 대내외를 막론하고 치세기간 내내 권력의 구심점에 서서 신생국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했다는 점이 중국사관들에겐 상당히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후 당 태종은 제왕학의 교과서로 후대의 많은 군주들의 교범이 되었던 것이다. 

저자는 당 태종의 시대를 말하는 '정관의 치'에 대한 평가에서 안민치국이라는 국내기반 안정화 정책를 다소 이색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당시 태종이 실행했던 휴양생식정책은 백성들을 안정시켜 농업생산력을 증진시키고 사회적 불안요소를 하나둘 제거함으로써 국내안정과 더불어 한나라 말기나 수나라 말기에 발생했던 민란등의 각종 반란을 방지하는 역활에 그 주안점이 있다는 지적과 더불어 이러한 기반으로 당 태종을 비롯한 지배기득권층의 영화를 도모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수나라 말기에 이연,이세민 부자등이 가담했던 농민 반란군의 진압과정을 계급갈등 구조의 일환으로 봄으로써 귀족자제 출신인 이세민에 대한 평가를 절하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이는 아무래도 현재 사회주의라는 역사관에서 바라보는 저자나 중국사 연구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져보게 하는 논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 태종과 '정관의 치'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으로 보고 진보적인 플랜으로 해석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당 태종에 의해 그늘속에 가려져 있었던 고조 이연에 대한 평가 역시 새롭게 보인다. 그동안 이연은 왠지 나약하고(건국 결심 및 실행부분) 다소 미련한 인물(태자 선정과 아들들의 갈등)로 그려졌으나 실상은 당나라의 건업을 위해 그바 보여준 전략적이고도 치밀한 처세를 부각하여 이연에 대한 재조명을 했다는 점 역시 특이할 만한다.  

당 태종과 그의 치세인 '정관의 치'를 이해하는데 이만한 사료와 해설을 곁들인 책은 보기 드물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시각에선 다소 아쉬운 점이 남아있다. 저자는 동돌궐, 고창, 토욕혼등의 대외 정벌사와 관련된 논거에서 승리하거나 최소한 화친으로 결말짓은 부분에 대해선 진군도와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여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당시 동북아시아의 역사를 새롭게 쓸법했던 고-당전쟁과 그에 대한 패전의 부분에서는 역시 춘추필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다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고구려와 연개소문에 대한 언급자체가 극히 미비한 수준으로 제대로 된 평가를의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는 점에서 씁쓸한 감정을 감출수 없게 한다. 당시 당나라를 통해 선진문물이 고구려,백제,신라,왜로 유입되는 부분과 이들 국가에서 당나라로 선진문물의 수용을 위해서 교역을 활성화했다는 부분을 강조한 부분과 대비되어 더욱 공정성을 잃기도 한 서술들이 눈에 거슬리는 부분으로 다가온다.  

전반적으로 <당 태종 평전>는 '정관의 치'에 대한 구체적인 사안들을 평가함으로써 태종 이세민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전기이자 역사서로서의 역활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국내 독자들 뇌리속에 자리잡은 당 태종과는 상당히 다른 면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저작이다. 제위회득를 준비하는 치밀한 과정과 그리고 제위에 올라 펼친 치세기간동안의 다양한 위민정책(비록 저자는 지배계층의 영화 목적이었다는 평가를 내리지만 군주국가에선 오히려 합당한 논거이지 않았겠는가) 그리고 국내안정을 기반으로 이루어낸 대외정벌(고구려에 패배한 부분은 무시하고 있지만)을 통한 신생국가를 무사히 연착륙시킨 태종의 정치감등은 그 어떠한 군주와 비교하더라도 손색없는 탁월한 점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그동안 중국사에서 당 태종 이세민에 대한 평가부분을 당대, 송대이후 그리고 근현대를 구분하여 소개하고 재평가하는 부분에서 저자의 식견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저자의 견해는 마르크스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긴 하지만 나름 색다른 해석으로 받아들여야 할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정관의 치'와 인간 이세민을 이해하는데 이만한 교범도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저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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