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시 no.6 #1 무한도시 no.6 1
아사노 아쓰코 지음, 양억관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인류의 탄생에서 진화에 이르는 인류의 역사는 그야말로 고달픈 투쟁의 역사로 점철되었다. 유인원에서 분파되어 사람속으로 진화하면서 인류는 자신의종을 제외한 그 어떤 다른 종의 번영을 감내하지 못하였고 그들종의 희생으로 자연계를 점령하고 군림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더 이상 경쟁자가 없는 세상은 이제 인류라는 같은 종을 대상으로 목적이동이 되었고 그 게임은 제로섬 게임과 같이 전부다 획득하던지 전부다 내어주어야 하는 브레이크없는 기관차의 질주를 하고 있다. 과학혁명에 근거한 산업혁명은 지구상에 사는 인류에게 거대한 희망을 던져준 동시에 또 다른 어둠을 드리우고 불과 몇십전 부터 시작된 디지털 혁명은 세상을 다른 자세로 살아가야 한다는 논리를 강요하고 있다. 이러한 끊임없는 질주는 언젠가 그 종착점에 다달을수 밖에 없지만 그 누구도 그 종착점이 어떤 곳인지 대해선 장담할 수 없기도 하다(아니 생각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른다)....

 

언제부터인가 유토피아소설보다는 디스토피아 픽션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인간의 불안정한 감정 표출의 일부분일 것이다. 한때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미래소년 코난>이나 마거릿 애트우드의 <인간종말 리포트>는 화려한 과학문명의 끝에 어떤 세상이 기다리고 있는 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디스토피아 작품들이다. 억제되지는 못하는 소비와 그에 따른 욕망 그리고 권력욕은 결국 인류라는 자체를 불행으로 초대하는 특별 초대장인지도 모르고 지금도 우리는 다양한 형태로 그 초대장을 손에 쥐기 위해서 발버둥치고 있는 것이다. 

아사노 아츠코의 <무한도시 NO.6>는 이러한 결코 받고 싶지 않는 초대장을 거머쥔 인류의 미래를 그리고 있는 미래소설이자 디스토피아계열의 작품으로 일본에서만 엄청난 판매고를 올린 베스트셀러이다. 핵전쟁과 이어지는 기상이후로 황폐화 된 지구에서 그동안 반목과 질시를 반성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재출발하는 여섯 신성도시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드라마틱한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디스토피아소설의 참맛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상상력의 한계성을 느끼지 못하게 할 정도의 미사여구도 없고 화려한 인물의 설정이나 미학적인 배경도 엿 볼 수 없다.(다소 거대한 반전이나 교묘한 추리구조 그리고 화려한 배경묘사를 기대했던 독자라면 약간은 시큰둥한 작품으로 비쳐질수도 있지만) 오히려 이러한 요소들이 통상의 미래소설이나 디스토피아소설에서 풍기는 분위기와 사뭇 다르게 현실을 최대한 반영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무한도시 NO.6는 미래상에 존재하는 특별한 도시가 아니라 어쩌면 현재 거대하게 성장하고 있는 매트로도시의 이미지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감을 높여주고 있다. 거대한 도시의 성장이 주변지역을 낙후시키듯이 서쪽구역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NO.6와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마치 시나리오를 접하는 듯한 구조로 내러티브를 끌어가고 있어 독자들의 눈을 즐겁게 하기도 한다. 장면 하나 하나 촬영하듯이 써내려가는 내러티브에 속도감을 가하고 있어 한번 손에 잡으면 그 끝을 보게 하고 다른 한편으로 그 끝을 향해서 가다보면 끝이 조금이라도 늦게 오길 바라는 그런 느낌마저 들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암울한 미래상을 그리고 있지만 한편으로 작가가 그려내는 미래가 단지 먼 미래가 아닌(배경을 2017년으로 상정했다는 점에서 무언의 의미가 존재한다)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을 말해주는 작품으로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대변해주고 있다. 굳이 작중 흥미를 배가시키기 위해서 자극적인 소재를 첨가하지 않더라도 작품을 이처럼 돋보이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또다른 매력이기도 하다.(이는 현실과 괴리된 막연한 미래상이 아니라 마치 현실을 재현한듯한 느낌을 자아내게 하여 현실감을 증폭시키므로서 미래를 독자들 스스로가 상상하게 하는 재미가 가미되어 있다) 재미와 흥미본위를 넘어 이번 작품에는 강렬한 메세지를 담고 있다. 그 메세지는 다름 아닌 우리가 상상하는 유토피아적인 미래가 어쩌면 우리 자신 스스로가 만들어낸 덫에 의해 산산조각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미리 보여주고 있다. 이 점은 비단 작가의 눈에만 그려지는 현상은 아닐 것이다.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서 어쩌면 마지막일 수 도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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