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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여는 한국의 역사 세트 - 전5권 - 우리 시대 건강한 시민을 위한 열린 한국사 ㅣ 미래를 여는 한국의 역사
역사문제연구소 기획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2월
평점 :
집안내력을 상징하는 족보라는 것이 있듯이 민족(근대화와 제국주의의 비뚤어진 표출로 인하여 대두된 개념이지만)이나 국가 역시 지나간 세월의 흔적들이 역사라는 기록에 의해 고스란히 남겨져 있다. 이러한 기록들은 문자의 형식을 갖춘 포멀적인 기록과 입에서 입으로 전해내려오는 비공식적인 구두기록, 미술품이나 조각품등을 통한 제3의 기록등 다양한 형태로 전해내려 오고 있고 우리는 통상 이러한 일련의 흔적들을 통칭하여 역사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그 만큼 역사는 특정한 국가의 형성에서 성장에 이르는 모든 것을 상징하는 일종의 정체성을 표방하고 있어 비록 지난 세월의 기록이지만 동시에 현재와 미래를 제단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되는 살아있는 기록이기도 하다. 이렇듯 한 국가의 역사를 살펴보게 되면 그 국가 전반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인지하는데 있어 오류가 존재할 가능성이 희박한 것이다.
그러면 우리의 역사 한국사는 이러한 측면에서 과연 제대로된 역활을 수행하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명쾌하게 긍정적인 대답을 하는 이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현재까지도 동북공정이니 독도영유권등(물론 이러한 분쟁이 상존하는 곳은 세계 곳곳에 산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으로 상처받고 백의민족등을 운운하면서 소극적인 사관을 스스로 주입하고 있는 국가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특히나 선진국의 지표인 OECD회원국이자 G20의장국으로서 상당한 지위에 올라섰다고 자부하는 나라중에 자국사를 선택과목으로 교육시키는 나라는 세계사를 통틀어 과연 있기나 하겠는가. 선진산업국은 경제적 지표의 우월성만으로 주목되고 부러움을 받는 것은 아니다. 선진산업국의 가장 강력한 힘은 바로 자국의 문화에 대한 긍지와 이에 대한 대외적인 인정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저에서는 다름아닌 역사인식에 대한 나름대로의 신념과 줄기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동안 우리의 역사교육은 모년 모월 모일에 누가 무슨일을 했다는식의 그야말로 입시위주의 주입식 암기식 교육에 치중했고 전반적인 사관에 대한 큰 흐름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역사하면 자연스럽게 귀찮고 고리타분한 옛날 이야기쯤으로 치부하게 되고 관심밖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된 것이고 중국이나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한 이성적인 대응보다는 감정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만들어 온 것이다. 여기에서 여러가지 요인이 존재하지만 무엇보다 한국사에 대한 제대로 된 역사서가 없었다는 것이다. 지엽적인 부분이 아닌 통사를 개괄할 수 있는 교양서로서의 역사서가 없다 보니 갈수록 역사인식에 대한 모호한 사관만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측면에서 <미래를 여는 한국의 역사>시리즈는 학계는 물론이고 많은 국민들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모처럼 제대로 된 역사서의 출간이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어린 자녀에서부터 부모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다 같이 읽으면서 토론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기존의 한국사통사와 차별화 되는 부분]
세트를 구성하고 있는 전체적인 분배와 구성에서 눈에 띄는 점이 있다. 그동안 우리에겐 너무나 익숙한 한국사 통사의 흐름은 선사시대를 필두로 하여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 중에서도 조선시대에 대한 비중이 가장 높았다는 점이다. 물론 이점은 현존하는 사초를 비롯하여 역사적 흥미유발이 많은 곳이 조선시대라 보니 자연스럽게 조선시대에 대한 비중이 높을수 밖에 없었고 삼국시대 역시 신라의 삼국통일 중심으로 고구려,백제사가 등한시 되었다. 또한 우리 한국사에 최초의 통일왕조인 고려에 대한 비중 역시 간단하고 그나마 대몽골항쟁이나 불교의 발호 그리고 여말 정치사회의 부폐쪽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번 <미래를 여는 한국의 역사>는 이러한 통념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구성원칙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고려사에 대한 비중을 상당히 많이 높였고, 팔관회를 비롯하여 고려 사회문화사의 영역에 많은 양을 할당하여 고려사를 재조명하는 시도를 엿보이고 있다, 또한 선사시대의 구분을 구석기,신석기라는 양대구분이 아닌 중석기 개념을 도입하여 기존 구석기와 신석기시대의 간격을 좁히면서 고고학적으로도 많은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근현대사의 비중을 40%정도로 많이 할당해서 집필의 취에 맞게 최근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지가 미래를 여는 사관과 접목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눈에 돋보이는 점]
1.다양한 비쥬얼자료를 통한 생동감 넘치는 편집
그동안 독자들은 역사서에 나오는 강역도, 연표, 의미있는 유물 사진 및 인물 사진을 많이 접해 왔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나 출판사가 달라도 그 속에 등장하는 시각 자료의 경우 거의 대동소이한 경우를 경험했을 것이다. 왠만한 독자라면 너무나 많이 보는 자료에 식상하게 되고 그러다보니 그 중요성을 잊게 마련이다. 특히 선사시대의 유물자료는 판박이를 하듯이 중복된 자료들의 일람표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에는 어린학생들의 배려 차원도 있겠지만 왠만한 성인독자들이 보더라도 생소한 자료들이 다량으로 수록되어 있다는 점에서 좀더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들은 선사시대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되며 그 시대의 역사 역시 우리의 역사라는 자긍심을 부여하게되는 동기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우수한 편집이라고 봐야 한다.
2. 단군신화에서 역사로
그리스로마신화를 우리는 단순하게 폄하해서 신화라고만 생각하지 않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 이유는 신화속에 등장하는 사건이나 상황들속에 숨겨진 진실이 신의 이야기보다는 바로 인간들의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바로 이러한 부분들의 전래가 일종의 역사적 사건을 암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독 우리의 단군신화는 올바른 접근과 더불어 제대로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늘 아쉬운 대목으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다소 미흡한 부분은 아직까지 있지만 단군신화를 역사의 일환으로 해석할려고 하는 면에서 장족의 발전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즉 호랑이, 곰, 신시등의 상징성을 역사적 표현으로 해석하여 신화에서 잠자고 있던 단군의 실체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싶다.
3. 북한학계의 학설 소개와 통일신라시대
분단 이데올로기의 확산은 정치권을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적대적인 대립각을 세우게 되었고 학계에 이르기까지 그 미치는 분야는 엄청나게 넓기도 하다. 그동안 금기시 되었던 북한학계의 사관을 단군릉, 단군신화, 발해와 신라의 관계분야에서 소개함으로써 남북간 사관의 형성틀과 기본방향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기본 삼국시대 이후의 시대를 통일신라시대로 인식했던 사관에서 발해와 신라가 공존했던 남북국시대로 사고의 발상이 전환되었다는 점에서 장족의 발전을 했다고 보여진다. 그동안 노론식민사관의 잔재로 인한 소극적 사관의 청산에 상당히 많은 부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4. 발해사에 대한 재조명
무엇보다 이번 책의 강점중에 하나가 바로 발해사의 재조명이다. 고구려를 계승한 발해는 그동안 우리의 역사에서 경계인의 자리에 밖에 머물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에 대한 연구나 자료도 적었지만 통일신라시대가 강조되다 보니 발해사는 자연스럽게 소외되었던 것이다. 근대화의 일환으로 등장한 민족이라는 개념의 획일화로 인해 고구려유민과 말갈인들이 세운 발해는 왠지 우리역사가 아닌 별개의 역사로 인식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발해의 건국과 구성원의 구성등을 집중적으로 설명하면서 발해가 우리의 역사임을 확인해 주고 있다. 지금의 민족적인 개념의 잣대로 당시를 고찰한다면 고구려, 백제(요서와 일본통치시대)역시 우리의 역사로 볼수없을 만큼 다민족을 그 구성원으로 하고 있다. 특히 발해사 부분에서 담비의 길(sable-road)이라는 새로운 교역로의 발견으로 실크로드에 비견될 만큼의 교류가 있었고 그 중심에 발해가 있었다는 점에서 발해는 거대한 제국이었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팁으로 백두산폭발과 발해의 멸망에 대한 부분도 언급되어 있어 변화하는 흐름에 맞추어 가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5. 사회/문화사의 부각
역사하면 대게의 경우 군주나 사건을 중심으로 한 정치사를 지칭하기고 하고 일반인들에게 이 부분이 많이 익숙해져 있는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역사는 정치사만을 다루는 편엽적인 시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부분이 돋보인다. 사회/문화사에 대한 대폭적인 보강과 서술로 인해 다양한 시각에서 역사를 통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온달과 평강공주, 서동과 선화공주등의 설화에서 부터 삼국사기 고구려본기 미천왕조에 수록된 기사를 통해서 당시의 의식주 및 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고찰을 보여줌으로서 역사적 고증과 신빙성을 높여주고 있다는 점이 여타의 역사서와는 다른 점이자 강점이기도 하다. 고구려尺이라는 당시 일본을 포함한 동북아시아권의 표준 도량형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새로운 사실도 덤으로 알게 된다.
[아쉬우면서 향후 보완 되어야할 부분]
▣ 한사군 문제
한국사는 삼국사기나 삼국유사를 제외하고는 현존하고 있는 공식적인 문자기록에 의한 역사서가 발굴되지 못한 관계로 항상 상고사부분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고 이에 대한 제대로된 고증이나 실체에 확립이 상당히 어렵다. 그러하다 보니 특히 제국주의 실증사학의 영향으로 인해 눈에 보이는 유물이나 기록에 의존하는 경향이 우세했다. 무엇보다 일제감정기 시대를 거치면서 태동한 근대사학의 영향으로 인해 우리의 상고사는 많은 오류를 낳게 되는 결정적인 역활을 하게 된다. 이는 일제를 중심으로 식민지 통치의 정당성을 내세우는 논거로 자리잡았고 그들의 사관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이들이 학계를 점령하면서 지금까지도 엄청난 여파를 미치고 있다.
여기서 이러한 통설을 그대로 승계하여 한사군의 위치를 한반도 내로 확정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정작 이러한 위치 비정에 대한 구체적인 사초는 공개하지 않고 점제현 신사비나 부조예군도장등 일제시대 일본사학자들에 의해 발견한 유물을 수록하면서 넘어가고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우리측 사초가 부족하다면 가장 근접한 중국측의 사초를 1차적인 검정방법으로 삼아야 하는게 상식인데 이점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진수의 삼국지 위서 동이전(오환선비동이전)을 통해 고구려,부여,동예,옥저등의 당시 정치,문화,사회,경제등을 설명하면서 굳이 부기된 강역도에 낙랑을 표기한 저의가 사뭇 이해가기 힘든 부분이다.(마치 진수의 삼국지에 낙랑이 한반도내에 설치되었다는 자연스러운 생각을 갖게 하는) 중국측 1차사료를 인용하면서도 결국 자의적인 해석으로 나아가는 점이 큰 의혹으로 남는다. 물론 지도상에 요서유역설(일부 재야 학자)이라는 명기라도 해놨다는 점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학계 통설이 이러하니 이것이 정답이라고 해서는 안된다. 법률적으로 다수설이나 통설과 상반되게 소수설이 존재하지만 판례의 경우 통설만을 따르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통설이 전부다가 아님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물론 법률적 논거와는 입장이 다를 수 있다고 하지만 그러한 통설 역시 솔직한 표현으로 제밥그릇의 크기를 제단하는데 더 크게 작용하고 있지 않는가?
이에 대한 문제는 이론의 여지가 상당히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측의 주장을 다 수록하여 독자들의 판단여지를 남겨두었으면 더 좋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을 크게 남긴다.
한사군의 문제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훌륭한 역사서임에는 틀림없다. 시대의 변화에 부합하여 시각 자료의 다양화와 차별화 그리고 현재 제기되고 있는 백두산 화산과 발해 멸망의 연계성, 정치사 일변의 서술에서 사회/문화사 부분을 대폭적으로 강화한 부분등이 기존의 역사교양서와 차별화되어 남녀노소 모두에게 새롭게 다가갈 것으로 보인다. 발해사를 한국사로 인식하여 좀더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사관형성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교양서의 한획을 긋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모와 아동이 같이 읽으면서 토론해 보고 새로운 사실도 알아가면서 우리 역사에 대한 자긍심과 관심을 가질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향후 개정판 출간시 미비했던 부분에 대한 (한사군 설치 부분의 논거) 보충 내지는 별도의 학설을 보완한다면 보다 나은 정말 미래를 여는 한국사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