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콥을 둘러싼 추측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57
우베 욘존 지음, 손대영 옮김 / 민음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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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 독일의 대표작가 우베 욘존의 대표작인 <야콥을 둘러싼 추측들>은 한마디로 정의 하기 어려운 난해한 소설이자 특히 분단된 조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작품 제목의 추측들에서 그 대표적인 이미지를 발췌해본다면 한마디로 무성한 추측을 야기케 하는 그런 작품이라고 해야 겠다. 베를린 장벽이 완성되기 전인 1956년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은 분단이라는 사상적 이데올로기의 첨예한 갈등을 다루고 있지만 통상적인 소설의 구조를 무시해버린 이해하기 힘든 작품이다. 그러면서도 책을 읽는 내내 나름의 추측을 시도해보게 하는 마력을 지닌 작품이기도 하다. 시제의 혼돈, 화자와 서술자가 바라보는 뷰의 이격성, 독백과 대화의 혼용으로 마지막 5장에 이르기 까지 누구의 관점에서 내러티브를 이끌어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독자들을 혼란으로 빠트린다. 그나마 번역가의 작품 해설을 통해서 작품 전체 레파토리의 이해가 될 정도로 시종일관 작가는 독자들로 하여금 추측에 추측을 낳게 하는 연쇄작용속에서 허우적 거리게 하고 있다. 일국 국가사회주의라는 광적인 이데올리기는 결국 분단이라는 또하나의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낳고 대다수의 민중과 무관하게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남는다. 그리고 국가 권력(소설속의 롤프스 비밀경찰)은 이데올로기의 완벽성을 위해 민중을 이용하고 무지한 민중(야콥)은 대항할 의지조차 피력하지 못하고 국가 권력에 순종하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는 국가 권력이나 일반 민중에게나 별반 남지 않는 모호한 추측들만 남기게 되고 그렇게 흘러가게 된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대표적인 상징이었던 독일의 분단과 각각의 프레임속에서 적응하면 살아가야만 했던 당시 일반민중들의 선택없는 삶(특히 구 동독의)을 통해서 작가는 무언의 항변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작가는 소설을 통해서 이데올로기의 이분법적인 사유나 선과 악을 구분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 그저 당시 대다수가 느꼈을 감정이 분출을 통해서 다소 뜨뜨미지근하게 표현할 뿐이다. 그래서 작가는 양쪽의 권력에 의해서 다양한 추측들 낳게하는 어쩡쩡한 대상으로 지목 되었고 어느 한쪽에 정착할 수 없는 삶을 영위하게 된다. 이는 소설속 야콥의 짧은 생을 통해서 경계인으로 남을 수 밖에 없는 분단의 현실을 표방하고 있기도 하고 소설의 세계를 떠나 분단이 진행중인 우리의 현실 또한 대동소이한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좀더 낯설지 않는 광경으로 국내 독자들에게 다가오기도 한다. 비단 온몸으로 분단의 현실을 체험하지 못했고 시간의 망각속으로 자꾸만 빠져들어도 분단이 가져왔고 여전히 진행중인 아우라속에선 어느 누구고 거역할 수 없는 많은 추측들을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작중 다양하고 난해한 장치들로 인해 소설을 읽는 것인지 비밀이 공개된 국가 문서를 읽는 것인지, 누가 화자이고 서술자이며 이 단락의 대화의 주체와 상대는 누구인지 그리고 소설의 결말은 어떻게 매듭될까라는 추측들을 독자들 각 개인의 방식대로 스스로 만들어 가게 하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작가가 이처럼 난해한 장치를 통해서 독자들의 관점을 흐려놓고 비틀어 놓았다면 이에 적극 부응하여 독자 역시 나름의 추측과 상상으로 끝을 봐야할 것 같다는 생각 그 자체가 작가의 집필의도에 부합하기라도 하듯이 다양한 결말과 내용을 추측할 수 있는 근래에 보기 힘든 작품이라고 해야 겠다.(이는 영화 "범죄의 재구성"에서 볼 수 있듯이 작중 인물들 나름의 추측을 재구성하면서 그 진실을 파헤쳐 나가고 있는 점이 흥미롭기도 하다) 물론 내러티브상 야콥의 죽음을 미리 상정하여 놓고 출발했지만 막상 그의 죽음에 대해서 작가는 물론 독자들 역시 많은 추측을 할 수 밖에 없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서 시대상을 반영하고 독자는 그 작품을 통해서 시대와 소통한다는 다소 거대한 담론을 굳이 내세우지 않더라도 이번 작품은 그 자체만으로 많은 생각에 빠져들게 한다. 하물며 지금까지도 분단이 진행중인 특수상황에 처해 있는 국내 독자들에게 더 가슴아프게 다가온다. 이데올로기의 정당성을 떠나 작지만 그저 인생 자체가 전부였던 개인들의 삶을 뒤돌아보게 하는 것이 이번 작품의 묘미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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