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웃음의 과학 - 이윤석의 웃기지 않는 과학책
이윤석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책을 접하게 되면 가장 먼저 눈에 확인하는 절차중에 하나가 다름아닌 저자와 저자의 이력일 것이다.(물론 아닌 독자들도 많이 있겠지만) 특히 인문/사회계열이나 자연/과학계열의 경우 저자의 학문적 인지도와 다양한 저서들을 통해서 대충 그 책의 기본 틀을 어림짐작할 수 있다. <웃음의 과학>은 저자가 우리에겐 대중매체등으로 널리 낮익은 개그맨 이윤석의 생애 첫번째 저서이다. 여기서 대충 개그맨이 낸 책이고 그 제목에 웃음이 들어있다 그럼 대충 이 책은 개그계의 비화 내지는 코미디의 역사등을 다루는 신변잡기의 시시콜콜하면서 아주 부담없이 읽어나갈 수 있는 책으로 생각되어지는게 상식일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연애인, 방송인들의 출간이 붐을 이루고 있는 시기에 은근히 슬쩍 끼어들기식으로 출간된 책으로 오인 받기 쉽상이다. 그런데 여기서 출판사를 확인해보니 사이언스북스라는 국내 굴지의 출판그룹으로 전문적인 과학서적만을 선별하여 출간하는 곳으로 알고 있는데라는 생각과 저자인 이윤석이라는 개그맨과의 상관관계가 퍼뜩 머리속에서 매치가 되지 않으면서 피식하고 웃음이 나오게 된다. 그럼 이 책의 정체는 무엇일까라는 궁금이 유발되면서 자연스럽게 책을 손에 들게 된다.
우선 저자의 이력을 확인했고 책 표지와 뒤장의 추천사에서부터 왠지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내용으로 가득차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우리 뇌속에서 뉴런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전에 본능적으로 밀려든다. 그러나 막상 책을 읽어나가게 되면 정말 어디 한 곳에서도 이러한 막연했던 기대감은 좌절을 맛보게 된다(물론 현역에서 활동하는 몇몇 개그맨의 실례와 거론등이 메타포로 작용하여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짓게 하는 경우를 빼놓곤 웃을 일이 없다) 그리고 저자에 대해서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저자는 개그맨이고 대학에서 전공 또한 국문학에 신문방송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야말로 이 책과는 무관한 전공자이다. 그런데 책의 서술 내용은 진화학과 뇌과학, 진화심리학 전반을 다루는 심오한 학설과 이 학설을 일반독자들에게 쉽게 끌어 가는 스토리 텔링 방식으로 상당한 수준급의 서술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먼저 저자에 대한 색다른 면과 더불어 경의를 표하게 된다. 물론 저자의 직업상 웃음과 관련된 고민과 나름의 연구를 하였을 거라는 추측은 가지만 이렇게 수준 높은 저술로 다가올 줄은 감히 상상조차 못하였고 그동안 몇몇 연예인이나 방송인들의 책에서 가졌던 편견을 일소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한편으로 그를 프로페셔널이라는 생각을 절로 갖게 한다.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 일노일노 하고 일소일소 한다라는 우리의 속담에서 보듯이 웃음은 인간과 더불어 분리할 수 없는 어쩌면 인간만이 지닌 고유의 산물인지도 모른다. 저자는 바로 이런 웃음을 단지 웃음으로 지나쳐 버리지 않고 진화학적 분석에서 부터 뇌과학적인 측면 그리고 웃음이 필요한 이유에 이르기까지 과학적인 고찰을 하고 있다. 특히 라마찬드라의 거짓 경보 이론을 바탕으로 일반 독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쉬우면서 편안하게 내러티브를 끌어가고 있는 점은 왠만한 과학 저널리스트 보다 낫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사실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 웃음에 대한 심도 깊은 사유를 가져볼 생각조차 하지 못한 이들에게 웃음이라는 일종의 신호가 진화과학적인 메카니즘에 의해 철저하게 진화되어 왔고 앞으로도 진화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웃음과 뇌과학의 영역 웃음이 유발하는 효과를 과학적인 실험과 사례를 들어 웃음을 실체를 밝혀내려는 저자의 고뇌가 보인다. 특히 유머를 사회적 비용측면에서 해석하는 부분에 상당한 공감을 갖게 한다. 무엇보다 전문가(속칭 말하는 학위 비슷한 제도로 평가되는 전문가 집단)가 아닌 저자가 일반 독자들을 위해서 저술된 이번 책은 솔솔한 흥미를 유발하는 과학 대중 교양서로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해야 겠다.
저자의 이력을 떠나서도 전반적으로 과학 교양서로서 꽤 괜찮은 책이다. 수위 조절이 적절히 이루어져 거부감을 걷어 냈으며 삽화와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가독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무난하게 독자들에게 호소할 수 있는 저작으로 보인다. 남을 웃기는 사람이 쓴 전혀 웃기지 않는 과학 에세이, 이제 저자의 이력난에 사이언스 저널리스트라는 별칭이 하나 더 붙더라도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