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중국 가난한 중국인 - 중국인의 삶은 왜 여전히 고달픈가
랑셴핑 지음, 이지은 옮김 / 미래의창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흔히들 궁궐이 아닌 곳에서 태어나 왕에 등극하게 되면 그 왕이 거처한곳을 잠저라고 칭한다. 예로부터 동양권에서는 왕은 용과도 같은 의미를 담고 있고 이런 왕들은 통칭하여 잠룡이라고도 한다. 기존의 인프라가 완비된 궁궐이라는 특혜를 받지 못하고 등극하는 잠룡들의 공통점은 등극과 동시에 일사천리로 자신의 치세에 드라이브를 끌어가면서 당대나 후대인들에게 적지않은 영향을 끼치게 마련이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바로 잠룡일 것이다. 과학혁명과 민주혁명 여기에 산업혁명이라는 불세출의 대권을 틀어진 서구사회는 그 통치치세로 자본주의 시스템을 장착하면서 인류역사상 가장 화려한 성장과 더불어 부의 집중화 차별화를 일구어 냈다. 그 이면에 동양권이나 제3세계권의 혹독한 댓가를 요구하면서 단지 하이테크놀러지를 손에 쥔 우월성을 앞세워 수세기를 지배해오고 있다고 해도 틀린말은 아닐 것이다. 특히 그 중심에는 미국이라는 구중궁궐속의 용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세계의 모든 국가는 이 질서를 자의든 타이든 그 형태를 불문하고 용인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용의 질서에 경천지동할 변혁이 일어났고 그 중심에 잠룡 중국이 새로이 부상하고 있다. 세칭 선진산업국을 지칭하는 G7, OECD, G20등의 용어는 사실상 의미가 희석되어 가고 있다. 이제 세계는 중국과 미국이라는 쌍두마차와 그외 다수라는 의미의 G2로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고 현실적으로 그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을 아닐 것이다. 어마어마한 부존자원, 광활한 강역, 그리고 막대한 소비층을 확보한 중국은 매해 경의적인 포인트의 경제성장율을 기록하면서 IMF, 서브프라임사태등 굵직한 세계적 경제위기와는 무관하게 앞으로 전진하고 있다. 1970년대말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 이후 자본주의 터보엔진을 장착하면서 중국의 저력은 그야말로 세상을 놀라게 했고 이제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올 지경으로 그 영향력이 급부상해버렸다. 사회주의 진영의 몰락으로 냉전종식과 자본주의의 승리를 자축할 틈도 없이 이제 자본진영은 변색된 사회주의 종주국의 비대함을 그저 바라만 봐야할 형국에 이르렀다. 중국의 도약은 개도국과 최빈국에겐 롤모델로 자리잡고 중국따라하기 열풍이 불고 있지만 과연 이 잠룡의 진정한 내막은 어떠할까에 대한 구체적인 실상은 제대로 파악된바 없다. 

하지만 이러한 잠룡의 내부엔 三十難立, 四十迷惑, 五十聽天由命(나이 30에 뜻을 세우기 어렵고, 40에 유혹에 흔들리며, 50에는 그저 하늘의 명만 따른다)라는 자조섞인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점점 늘어 나고 있다는 점에서 뭔가 외형과 맞지 않는 엊박자를 연출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내막을 상세히는 모르지만 왠만한 세계인들은 대충은 인지하고도 있다. <부자 중국 가난한 중국인>은 바로 이러한 중국내부의 문제점을 외부인의 시각인 아닌 중국 경제학자의 눈을 통해서 바로 볼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기회이다. 삶의 기초적인 의식주에서 교육,시장경제,환경,국제문제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면에서 중국내부의 속사정을 미국을 비롯한 선진사업국의 정책과 비교, 비판하면서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저자가 지금의 사태를 파악하는 근본적인 시각에는 서구사회의 착취론이 깔려 있다. 이를 바탕으로 수치적인 부와 실질적인 부의 괴리감을 설명해 나가고 있고 일면 수긍이 가는 부분들이 제법 존재한다.

냉정하게 중국을 판단해본다면 아직까지는 미완성의 대기로 봐야할 것이다. 중국이라는 나라는 분명 잠재력이 넘처나는 나라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사회주의 정치시스템과 자본주의 경제시스템이라는 불편한 동거를 이처럼 효율적으로 봉합하여 끌고 가고 있는 유일무이의 국가이며 아마도 중국이 연착륙을 하게 된다면 세계사적으로 한 획을 긋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임은 자명한 일있다. 그러나 저자가 밝혔듯이 내부적으로 산재한 문제들이 과연 어떠한 형태로 진행되게 될지에 대해선 그야말로 미지수이다. 저자는 중국의 발전상황이 가난한 이들에게 희망이 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저술했지만 어울리지 않은 동거가 성공으로 남을지에 대해선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저자와 같은 솔직담백한 자기인식의 폭이 넓어 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 나름대로의 해법을 찾아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져보게 된다. 

전반적으로 중국의 발전상과 그 이면에 곪아가고 있는 내제적인 문제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이다. 저자는 선진산업국을 타산지석으로 중국만의 대업을 이룩해야 한다고 주장하듯이 우리 역시 이번 책을 통해서 중국의 진면목을 깨닫고 적용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