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볼타 사건의 진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4
에두아르도 멘도사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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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뛰어넘어 아우를 수 있는 것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문학작품이다. 특히 세계 유명 작가들의 주옥같은 작품이야 말로 언어와 사상의 장벽을 뛰어넘어 인류애를 느끼게 하는 가장 효과적인 역활을 수행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가져보게 되고 그 중심엔 세계문학이 버팀목으로 다가온다. 영미대륙계열의 작품에 익숙해져 있던 독자라면 이번 에두아라도 멘도사의 <사볼타 사건의 진실>이라는 스페인소설은 색다른 느낌으로 눈과 가슴을 즐겁게 한다. 열정과 투우 그리고 제국시대 무적함대로 머리속 깊이 각인되어 있는 나라 스페인, 하지만 이번 작품으로 이러한 외관상의 화려한 면도보다는 이데올로기의 혼돈과 계층간의 치열한 투쟁 그리고 인간군상들의 혐오스러울 정도의 각축장을 엿보면서 결국 그네들 역시 별반 다르지 않는 삶속에서 한가닥 희망의 빛을 잡기 위해 안달하는 모습이 여느 나라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점에서 세계는 하나라는 다소 거대한 코스믹한 자괴감 마저 갖게 한다. 

세계 제1차 대전이 막바지로 치닿고 있었던 1917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지명도없는 <정의의 목소리>라는 진보신문에 실린 기사로 인해 사볼타라는 스페인 최고의 무기제조회사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시작되는 소설은 왠지 서두부터 독자들로 하여금 거대한 음모와 스릴러가 있을것라는 암시를 가지게 한다. 하지만 바로 이어지는 10년후 미국 법정의 판사와 한 증인이 좌담하는 대목에서 고개를 갸웃뚱하게 만들면서 다시 1917년으로 돌아가고 화자인 나(미란다)의 목소리와 나와 사볼타사를 둘러싼 짧은 패러그랩들이 두서 없이 질주한다. 독자들에게 그 어떠한 추론을 하지 못하도록 아니 살짝 길을 벗겨나게끔 유도하는 식으로 시컨스의 혼란을 가중시킨다. 한 문단을 읽고 이어지는 문단은 마치 앞 문단의 연속선상에 있을것 같지만 읽다보면 전혀 다른 객체로 옮겨가면서 <사볼타 사건의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 1부는 이렇듯 나라는 화자가 사볼타 사건에 대해서 10년후 미국 법정에서 그 진실을 진술하는 뉘양스를 남기면서 그리고 독자들의 믿음에 어긋나지 않게 진행된다. 그러나 2부와 소설의 정점에 이르서야 기막힌 반전과 더불어 서서히 들어나는 사볼타 사건의 진실은 그동안 열심히 소설을 따라온 독자들에게 상당한 보답아닌 보답을 하고 끝맺게 된다.  

마치 콜라주 기법을을 연상케 하는 작품으로 전반적인 플롯은 추리소설쪽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추리소설의 냄새는 느끼지 못할 정도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짜여진 각본에 의해 연출되는 대하 역사드라마를 보는듯 하는 장치들을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작품의 결말 부분에 이르기 까지 1부에서 화자가 왜 법정 증언을 하는지에 대한 그 어떠한 실마리를 찾을 수 도 없거니와 마지막에 가서야 제3의 인물인 바스케스반장의 추론으로 전체적인 맥락을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작가는 빈틈없이 철저하게 독자들을 우롱해 버린다. 특히 읽는 중간 중간에 나름대로의 추론으로 미리 결말을 예측했던 독자라면 그 배신감은 극에 달하게 된다. 어떤면에서 작가는 이러한 배신감을 즐기고 있는지 모른다는 생각도 가져보게 한다. 작중 소토가 "가끔 진보는 한 손으로 줬던 것을 다른 손으로 뺏어 버리지 오늘은 말(馬)이겠지만 내일은 우리 자신이 될 수도 있네"라는 표현처럼 작가는 독자들에게 힌트를 주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상상의 모든것을 뺏아가 버린다. 

대게 세계문학전집이라는 타이틀로 출간되는 작품의 공통적인 특징중에 하나가 상당히 문학성과 작품성이 뛰어난 작품일색인면이 많고 그렇게 느끼게 마련이다. 즉 이말은 현실적으론 상당한 곤역을 거치면서 읽어야하는 의무감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소리와 일맥상통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멘도사의 작품은 이러한 일련의 선입견을 단번에 걷어버리는 한마디로 참 재미있는 작품이며서도 재미에 비례하여 많은 생각을 남기게 한다. 플롯과 내러티브 그리고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시제의 선택과 예측불허의 결말 이어지는 대반전등 전반적인 흥행요소를 골고루 다 갖추었다. 그 만큼 작품 구조가 튼튼한 작품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작품이 세계문학전집에 채택된 것은 다른아닌 이 작품속엔 그 시대를 살아갔던 스페인 사람들의 삶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대전이 끝나가면서 시작되는 경제공황과 이어지는 스페인내전을 미리 암시라도 하듯이 이데올로기의 혼돈과 자본가와 프롤레타리아트의 태생적인 갈등, 남성과 여성의 갈등 그리고 이런 혼돈의 시기를 살아가야만 했던 인간들의 삶이 작품의 주제와 맞아떨어져 한층 더 작품의 깊이를 뒤받침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로 하여금 오래동안 잔상에 남을 작품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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