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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 시티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17
레나 안데르손 지음, 홍재웅 옮김 / 민음사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모처럼 유니크한 주제를 다룬 소설을 만나게 되었다. 이 세상에 살아 움직이는 모든 생명체는 생물학적으로 INPUT과 OUTPUT이라는 극히 단순한 구조에 의해 그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구상에 존재하는 그 어떠한 생명체보다 인류라는 종인 우리는 이제 더이상 INPUT에 대해서 만큼은 이러한 기본적인 구조와는 달리 살아가고 있다. 즉 음식, 먹거리는 인간에게 있어 더 이상 기본적인 생명유지의 수단이 아니라는 말이다. 수렵과 채집의 시대와 기초적인 농경시대의 먹거리의 개념은 더 이상 현대인들에게 적용되지 않고 있다. 그 만큼 과학기술의 발달과 획기적인 재배방식 및 그에 따른 파생 조리법의 출현으로 이제 먹거리에 대한 원초적인 욕구는 해결되었다고 봐야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우리는 아직도 먹거리에서 해방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덕 시티>는 바로 이런 먹거리를 다룬 작품이다. 먹거리를 다루면서도 이 작품속에는 조지 오엘의 <1984>를 방불케하는 거대한 음모 그리고 페스트푸드와 정크푸드로부터 야기되는 비만과 그를 바라보는 시각등 다양한 볼거리를 담고 있는 보기 드문 소설이다. 대게 정치적인 무거운 소재를 플롯으로 절대권력인 국가나 자본이 인간의 심성까지 지배한다는 내러티브를 담고 있는 소설들은 상당수 접할 수 있고 대부분의 래퍼토리가 상당히 심오한 정치적 이슈를 표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덕 시티>는 이러한 국가나 자본의 거대한 음모가 우리일상 특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먹어야만 하는 먹거리에서 부터 시작한다는 약간은 무게감이 떨어지는 듯한 발상이지만 실상은 지금 풍요로움에 흠뻑 젖어있는 현대사회를 그로테스크하게 반영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모디딕>의 등장인물의 괴기함과 디지니 만화 도널드 덕의 우스꽝스러운 소재를 차용한 작가는 현대인들의 빼앗긴 먹거리, 나아가 자유에 대한 담론을 제시하고 있다. 대량생산과 자본의 급격한 지배력은 한때 풍족한 먹거리를 제공했지만 이제 사회는 작중 도널드나 데이지처럼 뚱뚱한 사람을 루저로 취급하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비만에 치명적인 정크푸드를 마치 풍요로움과 권력의 상징처럼 열심히 기계에서 찍어내고 있고 강요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한손에 맥도날드 햄버거를 들고 다른 손에 코카콜라를 들고 있는 모습은 마치 자유의 여신상과 비견되는 풍요로움과 자유를 대변하듯이 지구상의 모든 이들을 천편일률적으로 짜맞추고 있다. 그리고 마치 마약과도 같은 중독성으로 우리의 먹거리에 대한 선택을 좀먹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한쪽에서는 웰빙바람과 더불어 먹거리에 대한 혐오감마저 불러일으킬 정도로 다이어트에 광풍이 불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중독된 환자처럼 정크푸드에 집착하는 현실은 우리에게 무엇을 먹어야 하는가에 대한 선택 마저 앗아가버리고 있다. 무엇보다 내가 먹고싶은 것을 먹지 못한고 있다는 강한 자괴감을 가지게 한다. 결국 자본과 결탁된 식품에 대한 선태권을 상실한 우리에게 무엇을 먹어야 하는 점보다는 과연 우리는 식품에 대한 진정한 권리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서 심각한 고뇌에 빠져들게 한다.
스웨덴 작가라 하면 <말괄량이 삐삐>의 아스트리드 린드그랜이나 <밀레니엄 시리즈>의 스티그 라르손 정도를 떠올리는 독자들에게 레나 안드레손은 깊은 각인을 세겨준다. 그녀의 특이한 이력만큼이나 이번 작품은 애사롭지 않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현실고발적인 플롯과 작품 전반에 흐르는 내러티브는 독작들에게 마치 거대한 음모를 하나씩 파해쳐나가는 일종의 성취감마저 불러 일으키면서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이들의 가슴에 돌하나를 던져준다. 그러면서 소설속 가상의 도시 <덕 시티>가 과연 픽션속에나 존재하는 상상의 도시일까라는 의구심에 대해서 작가는 독자들로 하여금 지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들이 덕 시티로 변해가는 과정이지는 않을까라는 의구심마저 들게 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