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의 종말 - 지금 당신의 밥상은 안전합니까?
폴 로버츠 지음, 김선영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현대 자본발전주의의 정점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다방면에 걸쳐 편리하고 풍족한 삶을 지향하고 있고 또 그러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물질적인 풍요로움은 인류가 첫발을 디딘 이후로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부의 획득과 부의 소비시대를 누리고 있고 특히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에게 필수적인 식량(식품,음식)의 문제 역시 이제는 단순히 생존을 위한 1차적인 욕구충족의 시대를 지났다. 오죽하면 좀더 미각과 정신적인 달콤함을 달래기 위해 레시피라는 일종의 요리법이 등장하면서 식품 역시 이제는 하나의 풍요로움이 만들어낸 산출물중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불과 1만전만 하더라도 수렵과 채집으로 하루를 연명해야 했던 인류에겐 먹거리 즉 식량의 의미는 절대적이었고 지금도 10억명에 이르는 이들에게 식량은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생존방식이기도 하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산업개발국은 넘쳐나는 칼로리로 인해 성인인구의 절반가량이 비만으로 인한 각종 성인병에 시달리고 있고 다른 한쪽인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절대빈민국에서는 기아와 영양결핍으로 삶의 의욕마저 앗아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며 또한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그동안 많은 학자들의 연구와 저서들이 출간되었고 대부분의 연구결과는 기아의 방지와 예방이라는 측면으로 그 촛점을 맞추어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연구들은 거의 각론적인 시각으로 문제의 원인을 파악해 왔고 특정인구 특정지역에 국한된 경향이 있었다. 이번 <식량의 종말>우리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식량, 식품 전반에 걸친 시스템을 고찰하고 앞으로 우리에게 닥쳐올 위기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돋보인다. 특히 지금 현재 대한민국을 전 국토를 강타하고 있는 구제역과 조류독감, 미국산 쇠고기와 관련된 광우병파동등 동물과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는 고병원성전염병이 발생하는 원인을 다시금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는 이러한 전염병의 창출, 비만으로 인한 각종 성인병의 급증, 죽음직전으로 내몰리는 기아와 영양결핍의 원인이 다름아닌 바로 우리가 만들어낸 식품 산업 시스템이 기인한다고 논거하고 있다. 산업혁명은 인류에게 하드웨어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만을 가져온게 아니다. 산업혁명으로 인해 운송수단과 기계화의 급진적 발달은 식품 생산에 도화선으로 작용하였고 식량의 증대는 다시 인구의 증가를 가져오게 된다. 이에 대해 1798년 멜서스는 <인구론>에서 그 유명한 말로 인구와 식량간의 위험한 상관관계를 제시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멜서스의 경고는 산업화에서 자본주의시스템으로 탈바꿈한 2차 변혁 앞에서 그저 기우로 치부 되었다. 즉 이말은 이젠 식품,식량도 다른 재화 처럼 하나의 상품으로 인지되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는 식품이 조리라는 노동력을 투여하지 않더라도 간편하게 언제 어디서나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의 반열에 올려 놓았고 획일화된 몇몇 브랜드와 소매업체의 선반에서 취사 선택만 하는 간편성을 제공하게 되었다. 한편으로 보면 단일성을 맥락으로 하는 이러한 대량생산 대량소비는 편리함과 풍요로움을 가져준 듯 하지만 실상 우리의 식품 시스템은 현재 커다란 위기에 봉착해 있다는 것이 저자의 일관된 논거이며 이에 대한 반증으로 한층 더 신뢰감을 주고 있다. 

<식량의 종말>는 식품 산업 시스템 전반에 걸쳐 식품이 음식에서 상품으로 전화하는 과정, 독점적인 식품생산업체와 식품가공업체, 식품소비업체들의 자본주의적 논리에 의한 식품권력이 창출되는 과정, 기아와 영양결핍의 원인, 육류소비 증가의 패해, 곡물생산 증대를 위한 각종 인위적인 간섭과 유전자 변형등의 심각성등 식품과 관련된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앞으로 전개될 인구증가와 발맞추어 이들의 입을 해결할 수 있는 식량의 증가가 과연 지속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서 저자는 단호하게 해답을 던지고 있다. 지금의 식품 산업 시스템으로는 그 해답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몇년 몇십년은 가능하겠지만 지속 가능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비록 식품 산업에 종사하는 행위자들과 시스템에 메스를 가하더라도 가장 시급한 문제는 식품의 최종 소비자인 주류 소비자들의 의식과 식단의 변화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식품 구조의 패해와 개선의 방향을 알면서도 자신의 입으로 들어오는 편리하고 달콤한 음식을 거부할 실천의지가 없는 한 향후 인류의 미래는 멜서스의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라는 불편한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물론 저자는 현재의 식품 시스템을 타개할 방책으로 대안농업, 청색(바다자원)혁명, 지역농업, 다양성의 확보등을 제시하고 있고 현재 작지만 몇몇 국가(대표적으로 쿠바의 성공 사례가 주목 받고 있다)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례들에서 그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최고 정점에 있는 육류 소비의 절감 없은 이러한 대안들은 그 빛을 보기가 힘들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의 경제발전이 가져올 육류소비의 증가는 그  예측자체가 무의할 정도의 파괴력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수렵/채집의 시대 먹거리를 찾기 위해 반나절 이상의 시간을 투여했던 시절에 비하면 지금의 우리는 식품을 구하는 시간이 몇분도 되지 않고 먹거리에 대한 비중의 의미 자체가 퇴색되어 버렸다. 하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먹거리 식품은 인류의 생존에 불가피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전반적으로 <식량의 종말>을 통해서 지금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다양한 먹거리에 대한 심오한 고민거리를 어떻게 접근해야 하며 그 해결방안에 대해 깊은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점을 일깨우고 있다. 식품 시스템 전반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그 내막은 경악을 금치못할 정도의 충격을 던져주고 있지만 결국 이러한 시스템이 굴러가게 하는데 우리 소비자들도 지대한 일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식단에 대한 심각한 고민과 반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던저주고 있는 문제작이다. 더불어 기아와 영양결핍으로 인한 인류의 심각한 이질성 회복과 지구 생태적인 차원의 회귀의 모색 또한 병행하여 생각해야할 여지를 남기게 한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숲으로 들어가 열매를 따 먹으며 고된 노동에 시달려가면서 효율성 낮은 전근대적 식품 경제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음식 만들기를 타인의 손에 넘겨주고 우리의 먹거리 그리고 식량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자체을 자본주의적 경제 모델에 내맡기면서 식량의 종말을 불러왔을 뿐 아니라 우리 삶에서 얼마나 소중한 것을 잃었는지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희망 바로 음식에 대한 주권을 회복하는데서 그 작은 시작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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