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불로문의 진실 - 다시 만난 기억 에세이 작가총서 331
박희선 지음 / 에세이퍼블리싱 / 201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불로장생(不老長生), 불로불사(不老不死) 라 함은 우리는 고대인들의 영속적인 삶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인간의 삶이란 이러한 불로나 장생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기에 인간의 눈은 항상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를 갈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갈망들은 종교적인 신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로 확대되면서 다양한 설화와 전설을 남기게 되고 그 중에서 우리는 중국 최초의 황제인 진시황과 관련된 또 하나의 전설에 맞닥뜨리게 된다. 그것이 바로 "불로초"이다. 전국시대를 통일한 시황제는 자신이 세운 제국을 반석위에 올려놓기 위해 다양한 제도적 정치적인 메스를 가하지만 자신 역시 일개 인간이라는 점을 깨닫게 되면서 불로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는 불로초를 찾아 머나먼 한반도의 남녘 탐라까지 원정대를 파견하게 되고 파견대장 서불(서복)의 책임하에 불로초의 신비를 파해지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역사에서 이미 알고 있듯이 시황제는 불로초를 손에 쥐지 못한채 한 풀이라도 하듯이 자신의 무덤속에 병마용갱이라는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해서 불로초의 애환을 달랬다.  

<불로문의 진실>은 바로 시황제의 밀명을 받았다는 서불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차용해왔다. 우리에겐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불로초 이야기를 창덕궁의 불로문과 제주도 정방폭포 암각등을 절묘하게 컨텍하였고 숙종을 비롯한 역사적 팩트를 가미하여 마치 역사소설의 뉘양스를 느끼게도 하지만 전체적인 플롯은 판타지소설에 가깝다고 해야겠다. 성배의 비밀를 찾아 모험을 떠나는 한국판 인디아나존스를 보는듯 내러티브가 박진감 넘치면서 스팩타클하게 진행되고 있다. 2천년이라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설정은 다소 황당한 감을 주기보다 오히려 불로초에 대한 진실성을 한층 더 부각시키는 구성요소로 비쳐진다. 특히 이야기의 결말부분에서 예리한 독자라면 어느정도는 예감할 수 있지만 구명환교수의 실체가 밝혀지는 부분이 커다란 반전으로 다가온다. 또한 서불의 시대와 숙종이후의 시간의 빈간격을 독자들의 상상으로 채울수있는 매력도 가지고 있다. 전체적인 내러티브를 이끌어가는 작가의 재치와 필력은 그다지 나쁘지 않지만 다만 화자의 시대적 배경이 일제강점기이지만 왠지 너무 현대 스러운 분위기 내지는 뉘양스가 다소 눈에 거슬린다. 전반적으로 유니크한 레퍼토리와 내러티브의 지루함이 없어 독자들의 시선을 고정하는데는 무리가 없어 보이며 특히 창덕궁등 소설내용을 한층 더 이해하기 쉽게 사진이 수록되어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불로장생은 제국의 황제나 일국의 국왕뿐 아니라 일개 서민에 이르기까지 인간이면 누구나 욕망하는 바일 것이다. 과학기술이 정점을 이룬 현대에도 다양한 생명공학기술이나 의료기술 및 웰빙식품등에 이러한 불로장생의 욕망이 깃들여져있다. 그리고 이러한 비뚤어진 욕망은 또 다른 욕망을 낳게 되고 그 욕망의 끝을 알 수 없다는 것은 지난간 역사를 되돌이켜 봐도 익히 알수있는 것이다. 작중 마쓰다가 말했던 "어떻게 살 것인지는 살피지 않고 얼마나 살 것인지에만 관심을 두고 인위적으로 노력 한다면 그건 자연의 섭리를 벗어나도 한참을 벗어난 일이라는 것 사람들은 왜 모르는지"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는 지금 이순간에도 수치로 들어나는 양적인 삶에 집착하고 있는지 모른다. 불로초는 아마도 이러한 욕망이 끝나지 않는한 항상 어느 시대나 어느 장소에서나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우리 인간의 허망속의 꽃인지도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