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아저씨 2
남궁문 지음 / 시디안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어디론가 떠난다. 다람쥐 체바퀴 돌듯 틀로 짜여져 한치의 오차도 없을것만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그저 떠난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유희일 것이다. 가고자 하는 곳이 어디이던 그리고 어떤 교통수단을 동원하고 어떻게 목적지까지 갈 것인가등의 방법론은 다음 문제이다. 마냥 떠난다는 그 자체만으로 심장의 박동수는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이나 이 아름다운 가을날에 떠난다는 것은 어찌보면 복일 수 밖에 없는 것인지 모른다. 특히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간다면 더할나위 없는 선택이지 않을까. 

<자전거 아저씨>의 저자는 바로 누구나 한번쯤을 꿈을 꾸었던 갈망을 현실로 실현한 사람이다. 자전거로 한반도의 곳곳을 심지어 바다건너 제주도까지 자전거로 하나로 전국을 누빈 현대판 김삿갓이자 김정호라고 해야할 정도로 한두번도 아니고 시도 때도 없이 그는 자전거를 끌로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녔다. 마치 역마살이라도 낀듯이 아니면 자전거 바퀴처럼 한곳에 오래 서있지 못하고 계속해서 굴러가듯이 그렇게 자전거와 한몸이 되어 굴러다녔다. 지금이야 웰빙의 수단 정도로 전락한 자전거이지만 이 나라에 근대화의 물결이 몰아치면서 들어온 자전거는 일반인들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었고 부와 권력의 대상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자동차라는 신기술이 보편화되기전까지 자전거는 우리 아버지들의 출퇴근 시간을 돋보이게 했고 학교 등교길에 아버지등을 두팔로 감싸안고 등교했던 아련한 기억들까지 자전거는 이동수단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게체로써의 역활도 톡톡히 했다. <자전거 아저씨> 에서 저자는 바로 이렇게 정이 묻어나는 자전거를 통해서 세상과 그리고 그 세상속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와 똑 같은 사람들을 만나게 하는 이정표로 표현되고 있다. 낯선길을 찾을때 이정표를 유심히 살펴야 하듯이 자전거는 닫혀있었던 삶을 열린 공간속으로 안내하는 이정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비단 그 이정표를 잘못보아서 엉뚱한 길로 접어들더라도 그곳에도 역시 열려있는 세상이 있음에 저자는 네비게이션을 찍듯이 굳이 정확하게 찾아가야할 필요성 조차 제거해 버렸다. 아마도 이런게 자전거 여행의 참맛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독자들 스스로 공감하게끔하고 있다. 

경기도,충청도,전라도,경상도,강원도, 그리고 제주도 자전거가 발닿는(?)곳 어디에도 수수하면서도 소박하지만 제대로된 삶이 무엇인가를 아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마치 저자나 책을 읽는 독자만 제외하고는 모든 삶들이 평온하고 친근하고 정이 넘쳐난다. 오히려 그래서 더 반갑게 느껴진다. 의도되지 않는 사람들과의 만남속에 여행자가 아닌 구성원으로서의 안도감을 느끼게 해버린다. 임제선사의 말처럼 모든 중생이 다 부처라고 하듯이 여행길에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저자나 독자들에게 희망이고 삶 그자체로 다가온다. 

집을 나선다면 지도, 먹거리, 입을거리, 이동수단, 기타 등등 챙겨할게 한두가지가 아니라고 우리는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막상 나서지만 한두가지는 빼먹게 마련이다. <자전거 아저씨>는 우리의 의도되고 계획된 여행과는 사뭇 다른다. 즉흥적이고 준비되지 않는 다소 생뚱맞는 여행의 연속이다. 중량천변에서 낚시줄에 물고기가 아닌 들쥐 한마리가 걸려던 광경이 황당하고 우습지만 바로 이런 의도되지 않는 모습이 진정한 삶의 모습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한다. 

모처럼 마음편안하게 다가오는 책이다. 현란하고 화려하면서도 가슴찡한 감동적인 문구나 단어를 찾을려면 눈을 씻고 들여다 보아도 그 행방이 묘현하다. 그렇지만 저자가 행간에서 표출하고자 하는 의미는 강력하게 독자들의 가슴을 때린다. 이 역시 전혀 의도되고 계획되지 않는 그 자체로 다가온다. 거의 매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저자의 작품들과 사진들이 바로 이런 자연스러움을 반영하고 있어 더 돋보이는 책이다. 올여름 상영되었던 <아저씨>라는 영화에서 넌 정체가 뭐냐라는 대답에 원빈이 그저 "옆집 아저씨" 라고 답한다. <자전거 아저씨>는 마치 옆집의 수수하고 푸근한 웃음을 짓는 아저씨 같은 존재로 다가온다. 정말 깊어가는 이 가을날 어딘론가 목적지도 없이 계획도 없이 떠나게끔 하는 책이다. 그렇게 도달하는 곳엔 옆집 아저씨같은 소박한 우리의 이웃들이 있을것이고 그 속에서 자신도 덩달아 삶의 가치를 인식할 수 있을것만 같다. 아니 인식하지 못하면 또 어떻겠는가 그게 다 사람살아가는 과정일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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