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라는 것은 어느날 갑자기 찾오는 것 보다는 어느정도 예견된 경우가 많다. 비단 우리는 이렇게 저렇게 예견을 하고 있지만 막상 자신의 눈앞에 은퇴라는 두글자가 보이고 현실로 다가오면 그에 대한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안당해본 사람은 논하지 말라는 정도로 그 여파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은퇴는 마치 생을 마감하는 사형선고가 다름것이 없을 정도이다. <나는 치사하게 은퇴하고 싶다>는 바로 지금 이시간에도 우리 주변에서 겪게 되는 은퇴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제목을 얼피보면 뭔가 수상쩍다 치사하게라니... 하지만 여기서 치사는 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 치사(致仕)는 조선시대 관리가 70세가 되면 벼슬을 사양하고 물러나는 제도로 주로 당상관이상인 고위직 고관들에게 자리잡은 제도이다. 특히 종1품이상의 고위직중 나라의 중대한 일로 치사하지 못할 경우 그에 대한 예우로 국왕이 직접 궤장을 하사하기도 했고 이렇게 치사한 관리들은 기로소라는 모임에서 국가발전과 국왕보필을 음지에서 해왔던 제도이다. 저자는 바로 이 치사라는 제도에서 은퇴이후의 촛점을 맞추고 있다. 그럼 조선시대 치사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일까? 제일먼저 70세까지라는 장수를 해야 한다. 70세까지 살기 위해선 자기 건강관리가 무엇보다 우선일 것이다. 그리고 당상관이라는 직책에 오르기 위해 과거를 패스해야하고 이래저래 다방면에 걸쳐 두각을 보여야 한다. 이러한 두각은 비단 신분제사회였지만 각 개인의 각고의 노력과 준비가 관직을 출발하면서부터 준비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 바로 이런점에 착안하여 우리의 은퇴 또한 어느날 갑자기 다가오는 것이 아닌 언제가는 다가오게 마련인 점을 감안하여 은퇴할때를 치사하는 것처럼 해보자는 의도이다. 막상 은퇴를 직면해서 막연하게 어떻게 되겠지 혹은 어떻게 할거야라는 발상보다는 미리 미리 은퇴이후를 대비하자는 것이다.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이 연기한 <버킷리스트>라는 영화는 그런점에서 많은 것을 시사한다. 시한부인생을 사는 두 노인이 죽을때까지 하고 싶은 일들을 리스트로 만들고 이를 하나 하나씩 이루어가는 줄거리이지만 왠지 서글프다. 서글픈 이유는 다름아닌 왜 진작에 이러한 리스트를 만들어 볼 생각을 하지 못했는가이다. 생을 마감하는 시점에서 혹은 은퇴가 임박한 시점에서의 버킷리스트보다는 어느정도 시간적 여유가 있을때 만들어 보는 버킷리스트가 더 효과적이고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면에서 우리 선조들의 지혜를 지나칠 수 없는 것이다. 치사하기 위해서 수신제가치국을 향한 나름대로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하여 초지일관 그에 매진하고 은퇴할 시점에 당당하게 치사하는 우리 선조들의 삶에서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배우고 느껴할 점은 다름아닌 방법론보다 은퇴를 대비한 마음가짐일 것이다. 저자는 제시하는 49가지는 어쩌면 누구나 알고 있는 공통된 사항들일지 모른다. 단지 이러한 리스트를 언제 어떻게 만들어서 하나 하나씩 준비하고 실천해 나가느냐에 따라 致仕하게 은퇴하는냐 아니면 정말 치사한 은퇴가 되느냐가 결정될 것이다. 아직까지 선진산업국에 비해 우리의 노령이후의 대비는 극히 빈약하다. 그리고 오륙도, 사오정, 삼팔선등의 말이 자주 회자 되듯이 은퇴의 마지노선이 점점 더 내려오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적 풍조가 그러니 어쩔수 없다는 생각보다 언제 닥치더라고 직면할 수 밖에 없다면 현실을 즐길줄 아는 것 역시 나쁜 방법은 아닐 것이다. 생의 종착점에서 작성되는 버킷리스트는 한없이 슬프고 애잔할 뿐임을 비록 영화지만 우리는 예상할 수 있다. 차라리 지금 바로 자신이 해야할 버킷리스트를 작성해보고 하나씩 실천해 나간다면 정말 고무도 당당하게 박수받으면서 은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옛날 우리의 선조들이 치사를 자랑스럽게 여겼듯이 우리도 치사하게 은퇴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많은 점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무엇보다 40를 넘어선 독자들에겐 더욱더 가슴아프게 다가온다. 은퇴라는 말만 들어도 뒷골이 묘연해지는 이들에게 그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극복가능한 대상으로 늦었다고 할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처럼 지금부터 차근차근 자신만의 버킷리스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팁을 제공한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보면서 새삼 그간의 삶을 다시한번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책이다. ""DO IT NOW !!! - 지금 당장 떠날 준비를 하라 !!!"" 그러면 앞날의 걱정은 없어지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