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독약 한 방울 1 - 죽음을 부르는 독극물의 화학사
존 엠슬리 지음,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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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 헤 리비 비씨 노흐 블레 .... 학창시절 화학시간에 주기율표에 나온 원소들이 잘 외워지지 않아서 이런한 방식을 동원해서 머리속에 담아둘려고 노력했던 생각이 난다. 수소에서 시작하여 우누녹튬에 이르기까지 주기율표상의 화학기호만 보더라도 눈앞이 막막했던 시절 화학은 그다지 쉽게 다가오던 그런 분야가 아니였던 기억이 강하다. 노벨을 비롯하여 이후 퀴리부부등 노벨화학상을 받은 학자들의 업적을 보면서 그 대단함을 느끼지만 화학과 난 그저 평행선을 그리듯이 가까울 수 없는 존재로 남아 있었다. 특히 화학공식에 법칙들 그리고 개별원소들의 상이한 반응들은 지금은 기억저편으로 가물거리지만 아직도 그다지 유쾌하지 못한 기억중에 하나이다. 그러나 화학은 산업화와 근대화를 발판으로 성장한 분야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우리 인류와 함께했던 분야이다. 근대현사를 비롯하여 좀 더 역사를 확장하여 중세 그리고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각종 역사적 기록과 더불어 화학의 발자취를 더듬어 볼 수 있다. 특히 금을 만들 수 있다는 연금술분야와 더불어 누군가를 제거하는 독약에 이르면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다. 

<세상을 바꾼 독약 한 방울>은 바로 나와 같이 화학에 문외한이나 한때 절망감을 가졌던 독자들에겐 더욱 더 기쁜 소식으로 다가온다. 고리타분하기만 할 것이라는 선입관을 한꺼번에 넘어서 일사천리로 책장을 넘기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특히 독약으로 지칭되는 유해한 원소들을 대상으로 하여 그 흥미가 배가 되고 있다. 조선왕들 중 1/3 정도가 독살설에 휘말려 있고 르네상스시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의 이상형이었던 체사레 보르자와 그의 누이동생이자 연인이었던 루크레치아의 엽기적인 정적 제거 방법, 당나라 측천무후가 애용했다던 정적 제거 방법중 가장 인기 있는 대상이었던 독살과 독약에 대한 내용을 스토리텔링방식으로 전개하고 있어 책을 읽는 속도감과 집중력을 더해주고 있다. 

여기에다 한때 동서양을 막론하고(아마도 지금도 이런 야망을 져버지 못한 이들이 있겠지만) 황금을 향한 열정에 부응한 연금술과 내력 및 그들이 즐겨사용했던 방법등을 소개하여 과학서적으로 다소 딱딱해질 수 있는 부분을 걷어냈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의 사망원인이 수은중독이라면 어떻게 생각할까? 그리고 이에 더해 뉴턴이 죽는날까지 금을 만들기 위한 연금술에 매진했다는 사실은 또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20세기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수은중독자중에 형사들이 많았다는 사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모자장수 역시 수은중독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 온도계,형광등,치광용 아말감 충전재등 우리 주변엔 유독한 독금물들이 넘쳐나고 있고 이를 섭취한 동식물이 우리의 식탁에 오르고 있다는 사실등 독약은 먼 옛날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은밀한 물건이 아니라 바로 지척에 있는 평범한 원소들이라는 사실들에서 상당한 충격을 주기도 하지만 그래서 이 점은 오히려 우리에게 더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어버려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히치콕 감독이 이 책을 읽었다면 이 한 권으로 몇 편의 스릴러가 탄생했을거라는 뉴욕 타임스의 리뷰처럼 저자는 역사적 사건들에서 사용되었던 독약의 활용방법과 그 사례들 그리고 마치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을 방불케하는 남다른 추론을 통해서 화학의 세계를 세롭게 조명하고 있다. 부록으로 화학전문용어에 대한 친절한 해석을 덧붙여 이해의 폭을 넓혀주고 있는 배려도 잊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저자는 화학의 세계를 일반 대중 독자들에게 쉽게 그리고 아주 재미있게 풀어나가고 있는 점이 눈에 들어오며서 화학 전문가로서의 견해를 곁들여 자칫 가십거리로 흘를 수 있는 주제에 대해 무게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예로부터 수은, 비소, 납, 안티모니등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의료용으로 많이 사용되어 왔을 정도로 인간에겐 친밀한 원소들이다. 물론 이러한 원소는 우리의 몸에도 존재하고 있다. 단지 그 양의 과다에 따라 치료용이 되느냐 죽음을 재촉하는 독약이 되는냐의 판단은 인간 스스로에게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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