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행복했던 순간들 - 70-80년대의 추억과 낭만 이야기
김호경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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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은 전쟁으로 나라와 민족이 파탄이 났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전쟁특수라고 달러를 받고 용병을 파견하고 군수물자를 찍어대면서 우리도 다른 선진국처럼 잘살 수 있다는 캐치프레이즈하에 민족 대동맥이라고 일컫는 경부고속도로가 착공하던 해인 1968년에 난 이세상에 태어났다. 그리고 오전 오후반을 나누어서 등교했던 국민학교를 졸업했고 까까머리에 시커먼 교복을 입고 학교정문에서 두발/복장 검사를 거쳐 한반에 무려 70명이 넘는 동기들과 수업을 받고 연합고사를 거쳐 고등학교 입학했다. 그리고 0교시부터 방송수업에 정규수업이 끝나고 나면 11시까지 이어지는 야간자율학습, 매주 월요일마다 국,영,수 세과목을 돌아가면서 시험을 치고 선시험 후지원의 마지막인 학력고사를 거쳐 대학에 입학한 87학번이기도 하다. 흔히들 나와 비슷한 세대 60년대 태어나서 80년대에 대학을 다녔고 지금 40대에 이른 이들을 486세대라고 칭한다. 한때는 386이라고도 지칭되었고 북한의 어떤 양반만큼이나 선글라스를 좋아했던 아저씨이후 주름잡았던 정치권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온 젊은세대라는 좋은 반응하에 인기를 구가했던 시절이 있었던 세대이다. 흔희 길거리의 간판속에 그리고 어느 공중파의 프로그램속에 명명된 7080이라는 숫자가 아주 친숙해져버린 그런 세대이다. 

Generation Gap이라는 용어자체를 부인했지만 결국 지금의 시점에서 어쩌면 세대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우리의 앞 기성세대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자괴감을 느끼면서도 아직도 젊은날의 향수를 잊지못하고 아주 가끔은 시대의 변혁에 앞장서고 싶어하는 간절함 바램을 간직하고 있는 세대가 바로 나와 같은 세대일 것이다. <우리들의 행복했던 순간들>은 바로 나와 같은 세대에게 지나간 그리고 잊혀졌던 아른한 기억을 되살려 주는 책장 한켠에 고이고이 간직해둔 앨범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책이다. 호라시오반장을 필두로 사건을 풀어가는 CSI 마이애미가 아무리 인기절정에 있다한들 우리에게 불암아저씨의 <수사반장>을 능가하는 카리스마는 존재할 수 없고, 각종 어학원과 고차원 수학학원이 기세를 부리더라도 성문종합영와 수학정석은 당시 우리세대에겐 대학으로 가는 길을 보장하는 바이블같은 존재였다. 소녀시대와 비, 투피엠의 인기를 능가했던 가히 상상을 초월했던 용필이 아저씨와 영록오빠의 카리스마는 지금도 그 울림이 가슴속에 남아 있을 정도로 오래토록 심금을 울린다. 일요일 아침 차인태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장학퀴즈>를 의무적으로 시청하면서 부모님으로부터 무언의 압박을 받고 어쩌다 한두문제 맞추게 되면 마치 서울대라도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착각 아닌 착각속에 즐거웠던 휴일의 기억들은 아마도 나와 같은 세대가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거리중에 하나로 남을 것이다. 

과거라는 기억은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의 다양한 추억이나 기억들이 혼합된 도그마 같은 것이다. 또한 나 자신과 비슷한 추억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좀더 열정적이고 친근감을 감출 수 없는 것은 다름아닌 과거라는 추억에서 상호 공유할 수 있는 도그마같은 열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노래방에서 대학가요제를 비롯한 7080의 노래가 부르기 쉬워지고 술한잔하면 민주화운동운운하게 되면서부터 어쩌면 나와 같은 세대는 스스로가 세대를 확정해 나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오늘 <우리들의 행복했던 순간들>를 접하면서 지나온 시절의 추억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죽지 않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론 이러한 추억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시대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시대와 문화가 한 개인 나아가 세대라는 공통된 층을 형성하게 된다. 그런의미에서 고리타분하고 보수적이었다는 우리의 앞세대와 철없게만 느껴지는 뒤세대을 좀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로도 와 닿는다. 내게 행복했던 기억들이 어쩌면 다른 세대에게는 오지랖이 될 수 있을 것이고 그들의 행복했던 순간들이 우리세대에겐 이해못할 구석으로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세대간의 간격은 어느 사회에서나 존재하기 마련이다.  

<우리들의 행복했던 순간들>은 길지 않지만 지난 세월을 한번 뒤돌아 볼 수 있는 상큼한 자극으로 다가온다. 그러면서 우리세대와 더불어 살아가는 세대들을 이해할 수 있는 작은 시작점으로 그리고 화해의 만남으로 기억된다. 그 행복했던 순간들이 한 세대의 미시적인 기억이 아닌 과거라는 총체적인 기억으로 남기기 위해 지금 우리세대가 해야할 역활에 대해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면 과대한 상상에 지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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