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세 - 중국 최고 전략가 증국번의 세상을 이기는 법 18
챵펑뤼 지음, 양성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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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국번은 청(淸)나라 말기의 정치가 ·학자. 태평천국(太平天國)을 진압한 지도자이며, 근대화 운동인 양무운동(洋務運動)의 추진자이다. 주자학자이며, 문장가로도 유명하다. 태평천국군을 진압한 후 부하들에게 거사하여 황제에 즉위하라는 청을 수 없이 받았으나 모두 거절하고 끝까지 청조의 충신으로 남은 인물이다. 사실 이번 책을 계기로 증국번에 대한 자세한 내막을 알게 되었지만 그 전까지는 아마도 국내 독자들에게 다소 생소한 인물이었을 것이다. 흔히들 난세에 영웅이 탄생한다고 하지만 실상 난세의 영웅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서서히 그러면서도 꾸준하게 준비되는 과정에서 탄생하게됨을 역사를 상고해 보면 알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영웅들이 세상을 경영하는 처세술은 세월을 두고 귀감으로 남게 된다. 

그동안 국내의 독자들은 <처세술>과 <자기개발>의 대명사로 불리우는 데일 카네기의 저서들을 많이 접해봤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카네기와 유사한 인사들의 처세, 자기개발 서적은 지금도 수도 없이 출간 되고 있고 세상을 좀더 의미있게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꾸준하게 읽히고 있는 책들이다. 그러면에서 이번 <처세>역시 큰범주에서 증국번이라는 청조말 정치가의 삶을 통해서 처세란 어떤 것이며 어떻게 행동해야하는 것인가에 대한 담론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전형적인 처세관련 서적이라고 볼 수 있다. 포부와 기개, 부드러운 카리스마, 시대를 읽어내는 눈, 자기최면등의 내용 전반이 여타의 처세론 서적과 별반 크게 차이가 없는 점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책에는 통상의 처세론 서적과 다른 작은 차이가 엿보인다. 아마도 이 작은 차이는 처세술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데일 카네기를 필두로 하는 서양적 시각의 처세술은 그 내용과 의미 그리고 표방하는 각론들이 아주 간단하면서도 명료하다. 여기에서는 서구적인 과학적 사조가 저변에 깔려있어 1+1=2 라는 등식이 성립하게 된다. 마치 상품의 메뉴얼처럼 실행에만 옮기면 만사형통이라는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그 의미를 빠르게 그러면서도 쉽게 전달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동양적 시각에서는 이러한 부분들이 많이 희석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는 마쓰시다 고노스케의 저서에서는 이러한 서국적인 간단명료한 과학적 논조를 엿볼 수가 없는 대신에 다른 무엇이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동양적 처세술(특히 동북아시아권)은 복잡성을 지니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삼국시대의 제갈량에서 부터 청나라 말기의 증국번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처세에는 명확한 정답보다는 심오한 철학이 깔려있다는 점이 동서양의 가장 큰 차이점일 것이다.
그래서 이번 <처세>역시 처세술의 각론보다는 원론적인 철학이 담겨있다. 특히 유교적 사상을 바탕을 둔 담론은 마치 철학서를 대하는 듯하는 착각 마저도 가져온다.  

그냥 단순하게 처세관련서적으로 치부하기에는 왠지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다. 증국번이라는 정치인의 일생을 담는 평전 같으면서도 삶을 살아가는 단순한 지혜보다는 삶을 왜 살아야하는가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철학서의 역활을 톡톡히 하는 책이다. 처세[處世]의 사전적인 의미인 사람들과 사귀며 살아간다는 말이 지금 우리에게 전해주는 바는 큰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에서 명료하면서 정답을 도출할 수 있는 경우보다는 마치 안개속에서 길을 찾아가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세상을 각론적인 접근보다 원론적인 시각으로 파악하는 힘을 <처세>는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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