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의 지배 - 세계 금융사 이야기
니얼 퍼거슨 지음, 김선영 옮김 / 민음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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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서스>와 <제국>의 저자 니얼 퍼거슨이 이번엔 돈, 화폐 즉 금융에 매스을 들었다. 2007년 서브프라임(비우량)모기지사태로 촉발된 미국발 국제금융위기는 마치 2억4천5백만년전 이 지구상의 90%에 가까운 생명체를 멸절시킨 폐름기말의 대멸종와 흡사한 형태로 순식간에 전 지구를 강타했다. 그 원인에 대한 경제전문가들의 진단은 제각각이었지만 공통적인 견해는 금융산업에 예견치 못한(누리엘 루비니같은 비주류학자들은 예견을 하였지만) 거품이 순식간에 사라지면서 그 거품을 매게로 파급되었던 파생상품의 부실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데는 거의 이견이 없었다. 그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서구선진산업국내에서 자정을 목소리가 울려퍼지면서 1980년대 중남미 국가들의 대량 부도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 작성된 워싱턴 컨센서스의 후광을 등에 업은 신자유주의 사조에 커다란 제동을 걸게 되었고 그동안 무소불위의 신자유주의는 이제 역사의 커튼 뒤에 슬그머니 한발자국 걸치게 되었다. 

아마도 대부분의 독자들이 기억하고 있는 경제위기는 1930년대 세계대공황과 60,70년대의 오일쇼크로 인하 경제위기 그리고 이번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정도일 것이다. 그 이외는 중남미나 동아시아권의 IMF 구제금융정도(물론 대한민국에게는 심각했다)가 경제학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들어봤을 정도이다. 하지만 지구탄생에서 지금의 인류시대에 이르기까지 지구의 진화사를 보게 되면 수없이 많은 종들의 명멸이 있었듯이 이와는 비교도 안되는 짧은 역사를 가진 인류에게도 얼룩으로 접철된 경제사가 있었다는 것을 저자는 <금융의 지배-세계 금융사 이야기->를 통해서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시작되어 2007년 금융위기에 이르기까지의 화폐 즉 금융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말하고 있다. 우선 저자의 시각은 농업혁명으로 일대 부를 촉발한 인류가 산업혁명을 거치고 디지털혁명의 시대로 그 절정의 영광을 누리고 있는 이면에는 돈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즉 경제영역중에 일부인 금융부분이 실상 이러한 혁명의 촉발적인 기제 역활을 해왔고 각종 세계경제위기의 원인은 금융에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세계경제사는 세계금융의 역사이고 금융의 역사를 살펴보지 않고서는 경제사를 논할 수 없다는 논지를 펴고 있다. 물론 이 점에 대해 많은 이견이 있다는 점 또한 사실이지만 전부는 아니더라도 금융이 경제사에 끼친 영향은 결코 작지 않음에 우리는 세계 금융사 이야기에 주목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금융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돈 즉 화폐이다. 그리고 은행,주식, 채권, 보험등등이 자연스럽게 거론된다. 각론적으로 살펴보면 그 영역이나 미치는 영향이 극히 국한적일 수 있지만 이러한 금융은 기원전 2000년경 메소포타미아 유적에서 발굴된 채권증서에서 부터 시작되어 화폐의 가치와 힘이 사회전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로마제국사만 살펴 보더라도 짐작이 가는 점이다. 물물교환이라는 단순한 시스템에서 가치척도의 역활과 부의 저장이라는 절묘한 형태가 창출되면서 화폐의 힘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진화하게 된다. 결국 14세기 피렌체 공화국에서 은행의 시초가 탄생하면서 고리대금업이라는 극악무도한 행위(종교적인 관점이 많이 가미된)는 서서히 공식적인 선상으로 떠오르게 되고 이에 한 발자국 진일보한 진화를 거쳐 채권시장과 주식시장 그리고 보험시장으로 그 종의 다양성을 확대하게 된다. 아마도 이러한 현상은 캄브리아기이후 갑자기 지구상에 탄생한 종의 다양성을 대변이라도 하듯이 금융의 범위와 다양한 상품들은 세계경제 곳곳에 그 토양을 변질시켜가게 된다. 세계1차대전으로 시작된 대공황 역시 그 이면에는 금융부분의 원할한 흐름이 막히면서 원인을 제공하게 된다. 

이처럼 금융은 우리 인류의 발자취 만큼이나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이는 다윈의 자연선택처럼 금융시장 자체가 그때 그때의 시장환경에 시의적절하게 적응하면서 금융이라는 개체의 진화와 더불어 세부상품에 대한 종분화를 단행했다는 것이다. 단지 차이점은 진화론에서의 돌연변이와는 다른 돌연변이들(파생금융상품, 유동화 자산, 증권화상품등)이 탄생하면서 통제불능의 돌연변이가 탄생하게 되고 결국 이러한 돌연변이가 걸림돌의 역활을 하게 되었다는 점 뿐일것이다. 저자가 금융사를 진화론에 빗대어 표현한 것은 생명의 기원과 그 진화가 한부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분야로 확장 된다는 점이 바로 금융사에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금융은 산업금융의 형태를 뛰어넘어 민주복지국가라는 개념이 자리잡기 시작한 냉전이후 시대 가장 안전한 자산이라고 생각되어지는 부동산으로 그 진화론적 기제를 옮겨가게 된다. 민주복지국가란 정치적 시스템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시스템에서도 적어도 민주적이야 한다는 개념이 담겨져 있다. 이는 서구선진산업국 특히 소련을 상대하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거대한 프로파간다 일 수 밖에 없었고 이러한 틈을 금융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밀고 들어갔다. 그 결과 자가주택에 대한 열망이 마치 평등한 선거권을 획득하는 과정만큼이나 치열하게 번져나갔고 이에 적극 호응하여 다양한 파생상품을 탄생시켰고 이도 모자라 증권화에 유동화로 준 채권상품으로 변질시키는 사태에 이르렀다. 결과론이지만 이러한 통제불가능(파생상품을 만든이 조차 이해할 수 없이 복잡한 상품들) 파생상품들이 언제가는 그 거품이 내려앉을 것이라는 점을 어느 정도 예견하면서도 모럴헤저드에 빠질 만큼 그 메리트가 어마어마 했기 때문일 것이다. 바로 이것이 금융이 가지고 있는 야누같은 얼굴이라는 것이다. 

 금융의 야누스같은 얼굴은 그 어떠한 똘레랑스가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을 저자는 메소포타미아의 채권증서와 베니스상인의 고리대금업자 그리고 공식화된 투자은행, 헤지펀드의 역사를 상고하면서 많은 점을 던져주고 있다. 무엇보다 금융의 관용은 인류가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없는 한 그 방향성을 예측할 수 없다는 시니컬한 담론을 담고 있는 것이다. riskuncertainty 는 확실히 다르다. 위험요소는 어떠한 형태로든 예측가능하지만 불확실성은 그야말로 예측불가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러한 불확실성에 대해서 그나마 가장 근접할 수 있는 방안은 다름아닌 지나간 금융사를 상고하면서 그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서술하고 있다. 이제 서서히 세계나 대한민국이나 출구전략에 대해서 논하고 있는 시기이다. 물론 아직까지 금융위기의 여파가 희석되었다는 표현은 결코 아니지만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지나간 경제사 특히 금융사를 제대로 한번 숙지하여 그에 대한 방안들과 결과물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일 것이다. 생명의 기원이 어느날 갑자기 지적인 존재에 의해 설계될 수 없듯이 금융의 역사 또한 그 흐름에 대한 원인과 결과 그리고 창출물들이 있기 마련이고 지나간 역사적 사건들은 지금 그리고 내일을 살아갈 인류에게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면에서 저자의 이번 저서는 경제적으로 깊은 지식이 없는 독자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고 향후 미래예측에 대한 작은 단초가 되리라 여겨진다. 

▣ 금융부분뿐 아니라 세계경제사 개괄에 대한 한 차원 높은 시각을 갖게 해주는 내용들로 즐비하다. 특히 3,4,5장은 금융기법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파생상품 그리고 이들 상품이 탄생한 경위와 흐름등을 경제학적 깊은 지식이 전혀 없는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인상깊게 읽혀진다. 또한 중국과 미국간의 관계를 차이메리카(Chimerica)로 규정하고 향후 미국과 중국이 세계경제에 미치게 될 영향을 분석한 마지막 장은 세계경제의 흐름을 예견해 볼 수 있는 유익한 부분이다. 특히 저자가 진화경제학적 시각에서 금융역사를 서술하는 점이 독자들로 하여금 좀더 인상 깊으면서 쉽게 다가오게 하는 스토리텔링 기법이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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