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의 여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5
아베 코보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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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무더운 8월날 한 남자는 편도표만 끊어서 자신만의 세계를 찾아 사구로 무작정 떠난다. 동료교사들이나 지인에게 목적지를 밝히지 않은것은 딱정벌레목 길앞잡이속의 좀길앞잡이라는 희귀한 곤충을 채집하여 그 학명에 자신의 이름을 붙이기 위해서 아무도 모르게 은밀하게 떠나게 되고 그 남자가 도착한 사구는 좀길앞잡이라는 특이한 이름의 곤충 만큼이나 아주 색다르고 특이한 부락이었고 그 남자는 결국 모래 구멍속에 개미지옥에 빠진 개미처럼 감금되는 사태를 맞이하게 된다.  

일본의 카프카라 칭송받는 아베 코보의 <모래의 여자>내러티브의 시발점에서 부터 상당한 허구성을 미리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마치 소설이니까 더 읽어나가든 아니면 뻔한 이야기 같으면 이쯤에서 책장을 덮어버리든 독자들 알아서 판단하라고 하듯이 작가만의 허구의 세계를 펼쳐나간다. 오히려 이러한 대범성, 아니 솔직담백한 작가의 허구설정 자체가 책장을 계속 넘기게 하는 유혹으로 다가온다. 쉬지 않고 돌을 굴려야 하는 신화속의 시지프를 연상케하는 알레고리 기법을 동원하여 인간의 가장 극단적인 양면성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모래 구멍속의 갇힌 세상과 밖의 열린 세상을 마치 뫼비우스의 띄처럼 돌고 돌아 제자리에 올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아내고 있다. 뫼비우스의 띠를 도는 개미는 항상 같은 면을 돌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항상 새로운 면을 돈다고 생각하듯이 우리 인간사 역시 이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면에서 작가는 다소 허무주의적인 내러티브의 완성을 보여주고 있다. 

모래를 손바닥에 한 움쿰 쥐어보더라도 결국 손가락 틈새로 빠져 나가듯이 인생은 어제와 오늘, 오늘과 내일이 서로 이어지지 않는 맥락성없는 생활을 뜻하는 편도표와 같다는 표현에서 새삼 우리의 인생살이를 되돌아 보는 계기를 준다. 작품의 발표시기가 1960년대로 일본사회가 정체성의 혼란과 이데올로기의 격변속에서 이중의 삶 내지는 특이한 삶을 지향했던 젊은층에게 그러한 외형적인 삶이 결국 띠만 따라서 도는 개미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메세지를 던져주는 것은 아니였을까 싶다. 또한 이 작품을 읽으면 읽을수록 염상섭의 <표본실의 청개구리>를 떠올리게 한다. 이름조차 생소한 곤충들의 학명과 그들의 생활 습성 그리고 모래, 사구, 사막에 대한 남다른 나레이션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사막 한복판에 서있게 하는 착각을 일으킨다. 

작가는 한 남자의 모래구멍속의 감금과 치밀한 탈출계획과 감행 그리고 실패, 더불어 증오, 분노, 허탈, 욕정등 인간이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감정의 표출을 보여주면서도 결국 이러한 감정자체에 무목적성을 벌이 없으면 도망치는 재미도 없다는 표현으로 갈무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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