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다윈의 시대 - 인간은 창조되었는가, 진화되었는가?
EBS 다큐프라임 <신과 다윈의 시대> 제작팀 지음 / 세계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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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동안 우리는 리처드 도킨스, 에드워드 윌슨, 스티브 존스, 윌리엄 뎀스키, 마이클 베히등 세계적인 석학들의 저서을 통해서 진화론, 지적설계론고 그 밖의 창조론에 대한 서구의 열띤 공방을 접해왔고 이러한 담론에 대해선 국내의 저명한 학자들에 대한 고견을 사실상 접해보질 못했다. 그나마 2009년 <종교전쟁>이라는 책을 통해서 종교와 과학간의 갈등에 대해서 일반독자들에게 화두를 던져준것 이외에는 우리사회에 진화론 對 창조론 구도에 대한 심도깊은 논쟁은 거의 없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진화론에 대해서 우리는 극히 과학적인 사실로 인지하고 있으나 최근에 실시된 여론조사의 결과는 사뭇 충격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물론 창조론자들의 입장에서는 극히 실망스러운 수치이겠지만) 대한민국의 40%가량의 사람들이 진화론을 믿지 않고 있다는 통계 그중에서도 개신교 신자들은 60%가량이 진화론을 믿지 않는다는 통계가 나오면서 이제 우리사회도 진화 대 창조 내지는 과학 대 종교의 허심탄회한 담론의 장이 마련되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신과 다윈의 시대>는 이런 측면에서 굉장히 시의적절한 책이라고 하겠다. 다윈의 <종의 기원>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온 어머어마한 혁신이었다고 볼 수 있다. 기원전 그리스에서 철학에서 제기되었던 인간과 자연철학에 대한 비중이 로마제국과 중세를 거치면서 신학 즉 종교가 모든 가치관을 대변하면서 신을 떠난 사유의 확장은 극히 위험한 발상이었다. 이런 의식구조에 일대 변혁을 가져온 것이 바로 다윈의 종의 기원이었고 그중에서도 [자연선택론]은 당시로서는 충격이 이만전만이 아니였다. 신을 닮았고 신을 대신해 이 지구상을 통치하는 우리가 원숭이와 같은 존재일 뿐이라는 사실에 세계는 경악 그 자체였고 특히 종교계는 마치 핵폭탄에 피폭된 것처럼 아노미상태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윈의 사유를 시발로 그동안 신학의 하부개념에 만족해야 했던 많은 분야의 학문들이 본연의 위치로 자리잡게되는데 다윈만큼 기여한 학자도 없다고 해야 할 정도로 이제는 다윈의 진화론을 과학적인 사실로 인지하고 있다. 물론 아직도 근본주의 개신교와 이슬람교등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판도라같은 상자이지만 대체적으로 진화에 대한 보통사람들의 생각은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사실에 대해서 우리는 어쩌면 괄호밖에 존재하고 있었다고 할 정도로 사회적인 관심이나 이슈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근현대화의 역사적 기원이 타율적이고 시간적인 추이에서 서구선진산업국에 비해 급속로 이루어진 관계로 이러한 학문적 기반이나 토론의 장이 마련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사정이 달라지고 있고 달라져야 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짧은시간내에 가장 많은 개신교신자을 확보한 나라이자 추기경을 배출한 나라 그리고 유전공학분야에서 상당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인 우리사회에서 이점에 대한 서로간의 논쟁이나 토론 자체가 없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해하기 힘든 문제이고 오히려 상당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숙한 토론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사회에서 토론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견지하게 되면 각자의 사고가 독설화 되어버리는 경향이 농후하고 이러한 추이는 결국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 극단적인 이분법적인 사고만을 양상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면에서 <신과 다윈의 시대>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세지는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여기서 진화 대 창조, 인간 대 신에 대한 우열을 가리자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동안 진화의 입장에서 바라본 신과 종교, 종교의 입장에서 바라본 진화와 과학이라는 평행선을 달리는 두 명제에 대한 일반적인 접근을 가지고 과학과 종교의 역활에 대해서 심도 깊게 생각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자는 취지가 강력하다. 특히 이 책의 출간 의도가 어느 한편의 진영에 일방적인 판정승을 끌어내는 제로섬 게임 매치는 아니기 때문에 종교와 과학의 반대 논거 또한 많은 부분에서 수긍이 가는 점이 있다. 종교를 위한 종교, 과학을 위한 과학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에 익숙한 독자들에게 과학과 종교가 상생할 수 있는 계기 마련에 일조를 하는 책임에 분명하다. 양측의 담론이 일방통행이 되어서는 결국 그 어떠한 담론도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동안 양 진영은 서로의 담론에 대해서 극과 극을 달리고 있고 서로의 견지를 묵살하고 있다. 에드워드 윌슨의 <생명의 편지>에서 과학과 종교가 화해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나마도 어느 쪽의 견해가 주가 되는냐에 대한 논거로 유명무실해진 형편이다. 하지만 이러한 작은 시도가 양측 진영의 화해의 밑거름이 될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과학과 종교의 진정한 화해와 협력이다. 이 양측진영의 대결은 모든 인류에게 해악만을 가져다 줄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이러한 때에 <신과 다윈의 시대>은 양측의 화해 가능성과 그리고 독자들로 하여금 한쪽 사고에 편협될 수 있는 오류를 피할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학적 담론인 보편타당성을 종교에도 적용해야 하고 종교적 담론인 사랑,평화을 과학에 적용 한다면 분명 일류의 한발짝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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