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경제학 (양장)
누리엘 루비니 & 스티븐 미흠 지음, 허익준 옮김 / 청림출판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인습타파주의 경제학자 프랭크 나이트는 "위험이란 금융시장에서 그 가격이 매겨질 수 있는 것으로 이는 사건의 확률분포가 알려져 있으며 이에 따라 가격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불확실성이란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난 역사에 대한 더 깊은 성찰을 통해서 다음에 발생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시장관계자들이 준비하여 불확성을 최대한 줄여나가야 한다"라고 주장하였고, 그의 통찰은 지난 몇년간에 걸친 세계금융위기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갖게 했다. <위기 경제학>은 미국발 서프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세계적 금융위기를 일치감치 예견했던 미경제학의 아웃사이더 누리엘 루비니가 자본주의 발달과 더불어 상존해 왔던 경제 위기를 역사적으로 통찰하고 그 발생원인과 이에 대한 자신만의 해법을 제시하면서 향후 세계경제에 대한 전망을 내놓은 책이다. 우리는 1930년대 발생했던 대공황과 최근 금융위기이외는 세계경제에 커다란 파급을 미쳤던 또 다른 경제위기에 대해서는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 그저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거나 각종 자료들로 부터 파악한 대표적인 위가만을 인지할 뿐이지만 막상 경제사를 상고해 보면 항상 번영과 위기를 상존하고 있음을 통찰할 수 있다. 그래서 자본주의는 축복이면서도 동시에 저주라는 말이 생겨난지도 모른다. 그만큼 호황이 있으면 그 반대편에 항상 불황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이다. 단지 경제성장이라는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질주했던 현대인들에게 불황, 위기보다는 호황과 기회에 대한 효용가치가 더 절실했기 때문일 것이다.  

흔히 2008년 금융위기를 미국경기의 둔화와 이로 인한 주택수요의 급감 그리고 이에 기반을 두고 발행된 유동화증권인 서브프라임모기지의 불량으로 인해 일파만파 세계로 번져나가고 급기야 대공황에 비견되는 세계적 위기를 맞이했다고 알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시장자유주의의 확대로 인한 국경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글로벌화된 시스템이 불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되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이러한 문제는 빙산에 일각에 지나지 않음을 저자는 <위기의 경제학>을 통해서 그 실상을 하나 하나 파헤치고 있다. 저자는 이번에 발생했던 금융위기는 어느날 갑자기 금융시스템의 한곳이 마비되어 발생한 것이 아니라 구조적 태생적으로 필연적으로 터질 수 밖에 없는 시한폭판이 때가 되어 폭발했다고 보고 있다. 즉 그동안 세계의 부를 이끌었던 주 원동력은 제조업에 기반을 둔 전형적인 굴뚝산업이었다. 하지만 제조업의 한계가 봉착하면서 새로운 부의 타겟은 그동안 제조업의 보조적인 역활을 수행에 왔던 산업금융을 새로운 부의 메카로 둔갑시면서 금융이 주도하는 부의 레일위로 올려놓게 되었다. 이러한 질주는 월가의 금융전문가도 이해하지 못하는 다양한 유동화 금융 파생상품을 탄생시켜면서 속된말로 돈놓고 돈먹기라는 거품을 조장했고 이러한 거품은 꺼지지 않는 신기루처럼 온 세계를 열광의 도가니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듯이 호황의 축이 높을수록 불황의 골은 깊듯이 거품이 빠지면서 세계는 그야말로 이에 대한 댓가를 혹독하게 치루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번 금융위기가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때문이 아니라 서브프라임모기지를 탄생시킨 금융 시스템에서 찾고 있다. 건강하지 못한 상품을 끼워 넣어 유동화시킨 상업은행, 투자은행 그리고 이 증권화에 대한 신용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은 무디스를 비롯한 신용평가기관과 이에 대한 전반적인 규제나 제동을 걸지 못했던 정부조직등이 한박자가 되어 만들어 낸 예견된 사태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세계경제의 대세였던 신자유주의의 망령이 부추겼고 이에 따라 등장인물들이 짜여진 각본에 의해서 충실하게 연기했던 한 여름밤의 꿈이라는 연극 그 자체로 막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연극이 끝난 뒤의 씁쓸함은 너무나 오래토록 그리고 강하게 그 잔재가 남아있는 것이 현실이고 세계각국이 경제부양을 통해서 이 위기를 극복하고 있지만 그리 녹녹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제도주의적인 견지에서 이번 금융위기의 원인을 연구하고 이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금융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와 개혁이 없이는 결국 또 다시 이런 위기는 언제든지 찾아오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1)전문경영인과 트레이더의 자질과 이에 대한 보수에 대한 투명성 확보 2)금융 파생상품의 엄격한 관리와 규제 3)신용평가기관의 신뢰성 회복 4)골드만삭스나 씨티그룹같은 거대공룡금융그룹의 해체 5)사일로방식을 탈피한 글래스 스티걸 법의 부활을 통한 금융에 대한 전반적인 규제을 통해서 금융산업의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입장에서 본다면 결코 받아 들이기 힘든 내용이지만 이러한 제도적 대 개혁을 실행하지 않는다면 단지 한차례의 소나기는 그럭저럭 피할 수 있지만 결국 언제 터지질 모르는 또다른 시한폭탄을 안고 끝까지 가야하는 상황임을 주지시키고 있다.  

앞으로의 세계경제에 대한 전망에서도 저자는 이러한 개혁이 뒤받침 되지 않을 경우 미국을 비롯한 선진산업국이 먼저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고 이는 스페인과 그리스에서 시작된 남유럽의 사태가 자칫하면 전 유럽으로 그리고 전 세계로 또다시 확산될 수 있음을 상기시켜 준다. 이번 위기는 다름아닌 세계화의 반발과정으로 파악한 저자는 세계 각국이 동참하는 개혁이 이루어 지지 않을 경우 이보다 더 큰 위기를 맞이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경제에 대해서 항상 기회와 호황만을 생각해왔고 위기난 불황을 논하는 것 자체가 터부시 되어왔다. 하지만 이제는 위기를 생각해야 할 때이다. 결국 이 모든 개혁은 위기의 발생확률을 줄여줄 수는 있지만 위기를 완전히 근본적으로 없애지는 못할 것이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이제 경제학의 화두는 어떻게 위기를 관리하는야에 그 촛점이 맞춰져야할 시점인 것이다.  

▣ 이 책은 자본주의 출발과 동시에 나타났던 위기상황을 역사적으로 고찰하면서 그 원인을 하나 하나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와 그에 대한 개혁방안을 제시하면서 향후 세계경제가 나아가야할 바를 던져주고 있는 역작이다. 또한 경제학을 바라보았던 그동안의 시각의 방향타를 새롭게 한다. 위기관리와 위기대처방안을 통해서 보다나은 경제성장을 제시하고 있다. 물론 제도주의적 시각에서 국가의 개입을 적극 강조하는 저자의 관점과 상이한 견해가 많으나 금융산업부분에 대한 저자의 해결책은 우리 경제를 뒤돌아보는 충분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계화라는 거대한 패러다임을 거부할 수 없는 현 시점에서 어떻게 슬기롭게 세계화라는 파도를 타고 넘어가야 할지에 대한 화두를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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